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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주 사무관 청사내서 숨진채 발견
김홍주 사무관 청사내서 숨진채 발견
  • 문상식 기자
  • 승인 2007.03.16 08: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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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1시45분께 제주도청 숨져있는 것을 당직자가 발견
경찰, 추락사 가능성 무게 두고 수사
15일 밤 11시45분께 제주특별자치도 별정직 사무관(5급)인 김홍주 재산관리담당(51)이 제주도청 1층에서 숨진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당직자인 고모씨 등 2명이 김 사무관을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이들은 119 신고전화를 통해 '쿵하는 소리가 나 1층 로비에 나가보니 김 사무관이 쓰러져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119에 따르면 숨진 김 사무관은 도청 청사 당직실 인근인 현관을 중심으로 해 좌측(동쪽 방면) 계단 부근에서 발견됐다.

발견당시 김 사무관 주변에는 피가 흥건히 흘러나와 있었으며, 머리 부분에 큰 상처를 입고 과다출혈로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119측은 설명했다.

당시 출동한 연동119센터 관계자는  "출동한 당시 김씨는 1층 로비에 엎드린 채 머리 쪽에서 과다출혈인 상태였다"며 "응급처치로 경추부분 고정 기도 확보 등을 실시했는데, 동공도 열리는 등 의식이 전혀 없는 상태여서 사망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라병원 담당의사는 "추락에 의한 두개골 골절, 다발성 늑골골절, 좌측 요골 골절에 의한 저혈량성 쇼크사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숨진 김 사무관, 감사 준비로 밤늦게까지 근무

숨진 김 사무관은 이날 세정과에서 밤늦게까지 업무를 봤었고, 숨진채 발견 당시엔 같은 과내에 다른 직원 1명도 근무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시 김 사무관과 함께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강모씨(36)는 "2007년 4월 예정인 감사 준비 중 밤 11시 24분 김 계장이 사무실 밖으로 나간 뒤 연락이 없어 11시45분쯤 김 사무관에게 휴대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아 퇴근한 것으로 알고 사무실 문을 잠그고 퇴근하는데 119대원 등이 로비에 출동한 것을 보고서야 사고가 난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당시 숨진 김 사무관은 다른 직원 1명과 함께 이 시각까지 부서(3층)에 남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는데, 업무를 보다가 담배를 피러 나갔다가 3층에서 추락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숨진 김씨는 현재 한라병원에 안치돼 있다.

#김 사무관 컴퓨터서 '여섯 식구를 거느린 어느 가장의 슬픈 이야기' 글 발견

한편 김 사무관의 책상에서는 "제주특별자치도를 이끌어갈 자신이 없다"는 내용의 글이 적힌 메모지가 발
견됐다.

또 컴퓨터에는 '여섯 식구를 거느린 어느 가장의 슬픈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A4 2매 분량의 장문의 글이 발견됐다.

이 글에서 김 사무관은 도청 인사와 자신이 속한 부서의 인원을 축소시킨 것, 부하직원을 다른 곳으로 전출 시킨 것 등에 대한 불만과 함께 업무에 대한 고민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무관은 1985년 6월 지방 고용직으로 임용된 뒤 2006년 7월 지방별정 5급으로 승진임용됐으며, 올해 1월 8일부터 자치행정국 세정과 재산관리담당으로 근무해왔다.

#제주도 "여섯식구 이야기 이번 사건과 연관성 없다"

하지만 박영부 제주특별자치도 자치행정국장은 16일 오전 기자실을 찾아 "컴퓨터에 있는 여섯식구 이야기 글은 수필성 글이며, 이번 사건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며 "김 사무관의 가족은 현재 부인과 아들, 그리고 딸 등 4명"이라고 말했다.

박 국장은 또 "지난 1월 행정기구 개편과정에서 재산관리가 없어지면서 종전 2개과가 1개과로 줄어들어 업무부담이 늘어났으나, 이후 직원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재산관리 분야에 인원을 보충해 줬다"며 업무하중에 따른 자살로 단정하지 말아줄 것을 주문했다.

이에앞서 김태환 제주지사는 16일 오전 "사고 발생 1시간여 전에 김씨가 집에 전화를 걸어 부인과 통화하면서 귀가가 다소 늦어질 것 같다고 얘기한 사실이 알려졌다"며 이 사건과 관련한 언론보도에 신중을 기해줄 것을 주문했다.

#3층 난간에 기대었다가 추락했을 가능성 배제 못해

결국 "제주특별자치도를 이끌어갈 자신이 없다"는 내용의 메모가 이번 사건의 경위를 밝힐 수 있는 단서인데, 이것만으로 사건진상을 추측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는 김 사무관이 이날 밤 집에 전화를 걸어 "늦게 들어가겠다"는 말을 남긴 점으로 미뤄, 자살을 할 특별한 이유가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1m 정도 높이의 3층 난간벽에서 단순 추락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제주도 청사의 경우 3층에서 1층까지 가운데 부분이 확 뚫려 있고 각 부서 사무실은 모서리 부분으로 배치된 구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난간에 기대었다가 추락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업무연계성 따른 극심한 피로감 속에서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어

하지만 김 사무관이 사고당시 극심한 업무에 시달려 온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다음달 감사를 앞두고 이날 역시 동료직원 1명과 함께 밤늦게까지 근무를 했던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어쨌든 단순 추락사라고 결론이 난다 하더라도, 사건 정황이 김 사무관이 업무와 연계해 극심한 피로감 속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아, '업무 연계성'에 무게감이 더해지고 있다.

한편 경찰은 단순 추락사인지 여부를 밝히기 위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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