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자리? 주민의견 배제하고 수년전 시작했다면서요”
“첫 자리? 주민의견 배제하고 수년전 시작했다면서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7.02.08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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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주민불만만 가득한 ‘관덕정 광장 복원’ 주민설명회
제주시 관덕로의 모습. 제주도의 계획으로는 4차선 도로를 아예 '차 없는 도로'로 만든다는 복안이다.

이럴 줄 알았다. 8일 오후 2시 제주시 삼도2동 주민센터 회의실에서 열린 ‘관덕정 광장 복원사업 주민설명회’ 자리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럴 줄 알았다”는 건 주민들의 호응을 받지 못할 것으로 봤는데, 그렇게 됐다는 말이다.

왜 그랬을까. 시작부터가 잘못됐다. 관덕정 광장 복원을 내건 제주특별자치도는 ‘차 없는 거리’라는 대명제를 들고 나왔다. 그런데 이 일대는 제주시내 교통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간선도로여서 차 없는 도로로서 가능할지 의문부터 드는 곳이다. 주민들의 반발이 있을 걸 알면서 ‘차 없는 도로’를 하겠다는 도정의 용기는 가상하지만 말처럼 쉽게 이뤄질 환경이 아니다.

관덕정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도로는 관덕로로 불린다. 이날 주민설명회 자리에서 제시한 ‘차 없는 도로’는 500m에 달하는 관덕로 전체에 해당한다. 관덕로는 차량 흐름이 적지 않는 곳이다. 그럼에도 뜬금없이 ‘차 없는 도로’를 만들겠다고 하니, 거기에 대놓고 “좋소”라고 답할 이들이 누가 있을까.

또 보자. 애초에 삼도2동 주민센터라는 장소를 빌린 것도 문제다. 여기엔 제주도의 아주 편협한 사고방식이 자리를 틀고 있다. 관덕정은 삼도2동에 위치한 건 사실이지만, 관덕정이 삼도2동의 것은 결코 아니다. 관덕정은 보물이다. 국가 유물이면서, 제주도민의 것이다. 그런데 삼도2동 주민들만 들으라고 하는 건 뭔가 잘못돼 있다. 최소한 용담동과 건입동 등 삼도동과 이웃한 주민들에게도 목소리를 전달해줘야 한다. 더 바람직하다면 관덕로를 중심으로 이동해야 할 제주도민 모두에게 차 없는 도로를 만들어서 관덕정 광장으로 복원해야 하는지를 재차 물어야 한다.

주민설명회 시작과 동시에 한 주민이 일어서서 반대를 표명하고 있다.
주민설명회 시작과 달리 주민의견이 이어지고 난 뒤에는 행정의 답변은 "필요없다"며 주민들이 빠져나가 설명회 장소는 썰렁하다.

이런 저런 점에서 이날 주민설명회는 실패작이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측이 사업 설명을 시작하자 “(설명회는) 필요없다”는 주민들의 반대의견이 이어졌다. 의견수렴도 엉망이 됐다. 의견을 제시하던 주민들은 주최측의 답변은 들을 필요가 없다며 하나 둘 자리를 떴다. 그런데 한 주민의 의견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 주민은 이렇게 말했다.

“2~3년부터 시작됐어요. 모든 게 주민의견을 배제하고 시작됐습니다. 지금에 와서 계획을 설명하는 건 어폐가 있습니다. (주민들은) 다 만든 일정에 끼어 앉아 있습니다. 성루와 성곽을 만들면 관광객이 옵니까. 그렇게 만든 오현단에 사람이 와요? 판을 키우는 것 같습니다. 차 없는 도로를 만들어야 발굴도 하잖습니까. 이건 안됩니다.”

삼도2동 한 지역주민이 자신이 준비해온 자료를 들고 관덕정 광장 복원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 주민의 얘기를 곰곰이 듣다보니 뭔가 홀린 듯했다. 아니, 그 주민 얘기가 사실처럼 들려왔다. 주민설명회에 와 있는 사람들을 훑어봤다. 그랬더니 주민설명회와는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이들이 있는 것 아닌가. 문화재 발굴과 관련된 이가 앉아 있고, 2015년 제주역사문화진흥원이 보고서로 내놓은 ‘제주성지 활용계획’에 관계된 이들도 보였다. 정말 그 주민의 얘기가 맞나?

정말 수년 전부터 제주도정이 꿈꾸던 사업을 해온 것인지, 아니면 주민들 몰래 사업계획을 다 짜놓고선 형식적인 설명회만 가진 건 아닐까.

다른 주민들도 제주도정에 의혹의 눈초리를 보이긴 마찬가지였다. 다 만들어놓고서는 형식적인 주민 의견 절차를 거친다는 논리였다. 신항만의 들러리라는 의견을 보인 주민도 있었다.

제주도는 주민들의 불만에 대해 단계별 추진이며, 의견을 듣는 첫 자리라는 점을 강조했다. 주민들은 불만보다, 행정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했다. 처음 자리라고 읍소를 하는 행정, 그렇지 않고 다 짜인 계획에 자신들은 들러리로 참가하고 있다는 주민들.

캄캄하다. 이날 주민설명회를 보면서 65억원을 베팅하고, 관덕정 광장을 복원하겠다는 욕망은 그야말로 탐욕에 가득한 행정 나리들의 바람은 아닌지 궁금하다. 한마디만 거든다면 복원사업은 모든 걸 잘 되게 만드는 게 아니라, 자칫 모든 걸 아예 끝장낼 수 있다는 사실을 행정은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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