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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생명평화대행진, 하루 참가비 1만원에 삼시세끼의 ‘기적’
강정생명평화대행진, 하루 참가비 1만원에 삼시세끼의 ‘기적’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6.08.0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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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재료 대부분이 후원물품 … 제주교구 내 성당 아침식사 준비 ‘품앗이’까지
강정생명평화대행진 첫날 서진 일행이 안덕 계곡 주차장에서 첫날 숙소인 안덕생활체육관으로 가기 전 단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밥은 하늘입니다 / 하늘은 혼자 못 가지듯이 / 밥은 서로 서로 / 나누어 먹는 것~”

대학 시절, MT나 농촌 봉사활동을 가면 식사 때마다 부르던 노래 가사가 새삼스럽게 떠오른 이유가 있다.

1일부터 시작된 2016 강정생명평화대행진의 뒷얘기를 취재하겠다고 호기롭게 식사준비팀을 만나던 중 문득 이 강정생명평화대행진에 참가하는 이들이 밥을 나누어 먹는 일이야말로 기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해마다 평화대행진을 준비하고 있는 강정마을회나 군사기지 범대위 관계자들, 그리고 대행진에 한 번이라도 참가해본 이들이라면 모두 다 알고 있겠지만 평화대행진 참가비는 고작 하루 1만원이다.

하루 1만원에 세 끼 식사와 휴식 때마다 제공되는 간식, 그리고 한여름 무더위를 이겨낼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이라 할 수 있는 생수가 주어지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다.

3년째 식사팀장을 맡고 있는 고명희 제주여성인권연대 대표의 지휘 아래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식사 준비팀이 첫날부터 준비한 식사 분량은 모두 400인분. 첫날 저녁 메뉴는 오이우무냉국에 제육볶음과 감자조림에 신선한 쌈야채였다.

강정생명평화대행진 식사 팀이 저녁 식사 준비를 위해 식재료 손질을 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강정생명평화대행진 식사 팀이 저녁 식사 메뉴로 제공될 쌈채소를 씻고 있다. ⓒ 미디어제주

첫날부터 메뉴가 심상치 않다. 식사팀 관계자가 알려준 특급 정보에 따르면 일단 돼지고기는 전국협동조합노조 제주본부에서 후원해준 돼지고기가 주재료다. 여기에 시원한 제주식 오이우무냉국이 곁들여졌다.

또 전국 각지에서 후원해준 쌀과 감자, 그리고 신선한 쌈야채 덕분에 심지어 채식주의자들마저 감동할 만한 만찬이 준비됐다.

이쯤이면 모두 눈치를 채겠지만, 행진단에 제공되는 삼시세끼의 식재료가 거의 다 후원 물품인 셈이다.

식사팀의 일급비밀(?) 중 하나인 일주일치 식단이 새나갈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식재료를 다 공개할 수는 없지만, 후원물품 중에는 심지어 400여명이 한 끼를 해결할 분량의 닭과 시래기도 있다.

예년 같으면 김치가 떨어져 김치를 긴급 구매해야 하는 상황도 있었지만, 올해는 익명의 후원자가 한꺼번에 100㎏의 김치를 보내줘 걱정을 덜게 됐다.

여기에다 올해는 말 그대로 ‘특급 도우미’가 나섰다.

얼마 전 조경철 강정마을회 회장이 강우일 주교를 만난 자리에서 대화를 나누던 중 강 주교가 도와줄 게 없느냐고 물었고, 결국 가장 힘든 아침 식사 준비를 제주교구에서 맡아주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번 대행진에서는 동진과 서진으로 나눠 5일 동안 묵게 될 숙소 인근의 성당에서 아침 식사 준비를 맡게 됐다.

동진의 경우 효돈, 표선, 성산포, 김녕, 조천성당이 5일 동안 아침 식사를 준비하게 되며, 서진은 모슬포, 신창, 한림, 애월, 노형 성당이 차례대로 행진단의 아침 식사 준비를 맡는다.

여기에 신창과 신제주 성당에서도 얼음과 물을 준비해주기로 해 도내 성당 25곳 중 절반 가량이 행진단 도우미로 나서게 됐다.

강정생명평화대행진 첫날 서진에 합류한 강우일 주교가 대행진 참가자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첫날 서진 일행과 합류해 안덕생활체육관까지 행진을 함께 한 강 주교는 <미디어제주>와 만난 자리에서 “도내 성당 한 곳에서 돌아가면서 하루씩만 도와주면 되는 일 아니냐”면서 조 회장의 요청을 선뜻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결국 강 주교의 결단으로 식사 팀은 예년 같으면 매일 아침 수백명분의 아침 식사 준비를 해야 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게 됐다.

식사팀장 고명희 제주여성인권연대 대표는 “강정에서 멀어질수록 식사를 준비해서 이동하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리고, 다시 식기를 갖고 와서 설거지를 끝내는 시간이 갈수록 늦어지게 된다”면서 아침 식사 준비를 흔쾌히 도와주기로 한 제주교구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조경철 회장도 이날 평화대행진 출발 기자회견에 앞서 인사말을 통해 제주교구에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평화대행진 첫날부터 마지막날까지 마치 성경에 나오는 ‘오병이어(五餠二魚)’의 기적을 현실에서 보게 된 듯한 감동에 가슴이 벅차오르는 듯했다.

강정생명화대행진 첫날 서진 행렬 모습. ⓒ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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