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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국책사업, 사업 초기 단계부터 적극적인 갈등 관리를
대규모 국책사업, 사업 초기 단계부터 적극적인 갈등 관리를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6.04.22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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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관리 시스템 진단] ② 해군기지 사업 추진 갈등 강정마을에서 배워야

제주 제2공항 입지 선정 발표 이후 삶의 터전을 잃게 된 성산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제주해군기지로 인한 갈등이 10년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제주도정의 ‘갈등 관리’ 시스템이 또 한 번 시험대에 오르게 된 것이다. 대형 국책사업에 따른 정부의 갈등 관리 시스템을 4회에 걸쳐 진단해본다. [편집자 주]

 

대규모 국책 사업을 추진하는 데는 초기 단계의 갈등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장 가까운 사례가 제주해군기지로 인한 강정마을을 들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번 제2공항 입지 발표 이후 진행과정을 보면서 대해 제2의 강정마을 사태를 우려하고 있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도민 사회의 이같은 우려는 원희룡 지사가 이른바 ‘속도전’을 주문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원 지사는 지난해 11월 고충홍 의원의 도정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제주도의 전략은 빨리 가는 것이다. (영남권 공항과) 시차를 벌려야 한다”면서 “예타 조사를 내년 영남권 용역 결과가 나오기 전에 확정지어버리면 정권이 바뀐다고 해도 흔들기는 어려울 거다”라고 얘기한 바 있다.

이어 그는 통상적으로 1년 걸리는 예타 기간을 단축시키더라도 최소 6개월이 걸리는 점을 감안해 “보고서를 마무리하는 데 6개월이 걸린다면 중간 보고를 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면서 “중간 보고가 이뤄지면 그 내용을 가지고 기본계획 수립에 착수, 3개월을 추가로 앞당기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예비타당성 조사가 진행되는 중에 기본계획 수립에 착수해 최대한 기간을 단축시키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더구나 현재 성산읍 반대위원회가 대규모 개발 추진에 가장 중요한 요소인 ‘주민 수용성’ 문제를 지적하고 있는 데 대해 제주도정은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사전에 입지 후보지에 대한 주민 동의 절차를 거치려면 부동산 투기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바로 이 때문에 주민 동의 없이 국책사업이라는 이유로 밀어붙이기식으로 사업을 추진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강정마을의 경우를 보면 지난 2007년 4월 국방부가 강정마을을 후보지로 선택하고 당시 마을회장이 안건 공고도 없이 임시총회를 개최, 날치기로 해군기지 유치 건을 통과시키면서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한 뒤로 벌써 10년째 주민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천주교 제주교구의 고병수 신부가 지난 1월 열린 제2공항 도민토론회에서 “아무리 미래 발전을 위한 일이라 해도 주민 동의 없이는 모래성에 짓는 것과 같다”고 한 것도 바로 이같은 강정마을의 뼈아픈 교훈 때문이다.

특히 고 신부는 “주민들의 요구를 ‘반대를 위한 반대’로 치부해 버리고 위에서 마구 덧씌우는 추진방식으로는 분열과 갈등을 깊게 자초할 뿐”이라면서 국책사업에 앞서 주민들과이 소통과 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며, 나아가 그것이 향후 국책사업의 성공과 실패의 가늠자가 되기도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토부나 제주도정의 구상대로 기본계획 수립 단계에 가서야 주민 대표 등으로 보상 협의체를 구성하겠다는 것은 이미 정해진 매뉴얼대로 가겠다는 것일 뿐이다.

초기 단계 갈등 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사업 주체인 국토교통부가 갈등 관리 역할의 중심을 잡아야 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주민들과 진정한 대화와 소통에 나서지 않은 채 무조건 사업이 빨리 추진돼야 한다는 것만 내세운다면 갈등을 키우는 상황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홍석준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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