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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된 ‘갈등 관리 시스템’, “아직 때가 아니다(?)”
실종된 ‘갈등 관리 시스템’, “아직 때가 아니다(?)”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6.04.19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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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관리 시스템 진단] ① 국토교통부 “제2공항, 지난해말 갈등과제로 선정”

제주 제2공항 입지 선정 발표 이후 삶의 터전을 잃게 된 성산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제주해군기지로 인한 갈등이 10년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제주도정의 ‘갈등 관리’ 시스템이 또 한 번 시험대에 오르게 된 것이다. 대형 국책사업에 따른 정부의 갈등 관리 시스템을 4회에 걸쳐 진단해본다. [편집자 주]

제주 제2공항 입지 선정 발표 이후 정부의 갈등 관리 시스템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사진은 지난 1월 7일 성산 지역 주민들의 단상 점거로 무산된 주민설명회 모습. ⓒ 미디어제주 자료사진

지난해 11월 제주 제2공항 입지가 발표된 이후 벌써 5개월여 기간이 지났다.

하지만 입지 선정 발표 이후 삶의 터전에서 내몰리게 된 성산 지역 주민들의 반발 움직임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성산읍 제2공항 반대위원회가 4.13 총선 과정에서 일부 후보에 대한 낙선 운동 입장을 밝히는 등 제2공항에 대한 문제를 총선 과정에서 이슈화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정작 총선에서는 이 문제가 쟁점이 되지 못했다.

선거 과정에서 다른 이슈에 묻혀버린 측면도 있지만, 여야 후보들이 대부분 조금씩 온도 차이를 보이면서도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는 원론적인 수준의 입장 표명에 머물렀기 때문이기도 했다.

대형 국책사업을 추진하는 데는 갈등이 따르기 마련이다.

가장 가까운 예로 최근 해군의 구상권 청구 문제로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는 제주해군기지 문제가 그렇고, 제주 뿐만 아니라 국내외 다른 곳 어디나 마찬가지다.

주민 갈등을 최소화하고 주민 갈등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체계적인 사회적 갈등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데는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이런 갈등 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고 실제 가동을 하고 있는 것일까.

일단 매뉴얼은 갖춰져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부 훈령으로 제정돼 있는 ‘갈등관리심의위원회 및 갈등관리 특별태스크포스의 설치‧운영 규정’이다.

대통령령 ‘공공기관의 갈등 예방과 해결에 관한 규정’과 시행규칙에 따른 국토부 훈령으로 제정된 이 규정은 지난 2005년 8월 제정돼 10차례 개정을 거치면서 운영되고 있다.

이 규정 가운데 눈길을 끄는 부분은 제12조 ‘사전 갈등영향 검토’에 관한 조항이다.

이 조항에서는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의 신규 사업 △이슈가 예상되는 신규 정책 △기획조정실장이 사전 갈등영향 검토 대상 과제로 지정한 사업 또는 정책 △국민에게 미치는 효과가 크고 갈등이 예상되는 사업 또는 정책으로서 담당 부서장이 사전 갈등영향 검토를 요청하는 사업에 대해서는 사전 갈등영향검토 보고서를 작성, 분야별 위원회에 상정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제13조 ‘갈등영향 분석의 실시 대상사업’ 중에는 두 번째 항목에 댐 건설 사업, 공항 건설사업 및 택지사업이 명시돼 있다.

이 규정대로라면 제2공항의 경우 사전 갈등영향 검토는 물론 갈등 영향분석을 실시해야하는 대상 사업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기획조정실의 박정호 담당관은 지난 18일 <미디어제주>와 전화 통화에서 제2공항 사업에 대해 “지난해말 입지 선정 발표 이후 사전 갈등영향 검토를 거쳐 갈등과제로 지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갈등 관리 매뉴얼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얘기였다.

다만 박 담당관은 “사전 갈등영향검토 과정에서 어떤 얘기가 있었는지 공개하는 것은 부적절한 것 같다”면서 보고서 자료 공개를 사실상 거부했다.

제주도 현학수 공항확충지원과장은 “아직 사업이 확정된 단계가 아니기 때문에 특별히 할 게 없는 상황”이라면서 “지금은 성산읍사무소에 특별지원사무소를 설치해놓고 주민들에게 궁금한 사항에 대한 안내를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현 과장은 또 “예비타당성 조사가 끝난 후에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보상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본격적인 갈등 관리 시스템을 가동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와 도 관계자 얘기를 종합해보면 제주 제2공항은 국토부 차원에서 갈등과제로 지정, 관리되고 있으며 아직은 구체적으로 진행되는 상황이 없다는 얘기였다.

정작 가장 중요한 제2공항 입지 선정 지역 주민들의 ‘주민 수용성’이 고려돼야 한다는 요구에 대한 해답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홍석준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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