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8 00:55 (일)
“대대로 이어온 역사와 문화가 있는데 그걸 없애란 말이냐”
“대대로 이어온 역사와 문화가 있는데 그걸 없애란 말이냐”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4.07.16 15:3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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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자본에 먹히는 이호해수욕장] <2> 이호동 사람들에게 이호해수욕장이란

제주시 이호동 지역주민들의 삶의 터전인 이호해수욕장(이호테우해변)이 중국자본에 먹힐 위기를 맞고 있다. 제주시는 지난 2002년 유원지를 지정하면서 이호해수욕장을 포함시켰다고 하지만, 이런 내용을 알고 있는 주민들은 없다. 사업자인 제주분마이호랜드제주이호유원지 조성사업 개발사업시행 승인 변경신청서를 제출한지 한참이 지나서야 이호 주민들은 이호해수욕장이 사업지구에 포함된 사실을 알게 된다. 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이호해수욕장이 이호동 주민들에게 어떤 존재인지를 기획·보도한다. [편집자주] 

 
흑백사진 속의 이호해수욕장 / 사진자료='이호동지' 발췌.
전국적으로 도심 번화가에서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는 해수욕장을 찾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제주도는 다른 지역과 달리 그런 면에서는 복을 받았다.
 
특히 이호해수욕장은 도심 인구가 가장 많은 제주시 연동·노형동과는 지척 거리에 있다. 여름철 이호해수욕장이 붐비는 이유는 도심과 가깝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이호해수욕장은 도내 해수욕장 가운데는 가장 이른 시점에 야간개장을 한다. 지난 2009년부터 이호해수욕장에서는 야간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지난 한 해 이호해수욕장을 이용한 이들은 451410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그러나 해수욕장 개장을 앞두고 애타는 이들이 있다. 다름 아닌 이호동 주민들이다. 그들은 이호해수욕장이 제주이호유원지 조성사업 개발사업에 포함된 사실을 뒤늦게 알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그들의 가슴이 타들어가는 이유는 다른데 있는 게 아니다. 이호해수욕장은 그들의 삶에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이며, 이호동이라는 역사와 함께 해왔기 때문이다.
 
이호해수욕장은 단순한 모래사장이 아니다. 정어리와 멸치 등이 많이 잡히는 어장이었다. 1920년대 기록을 보면 이호동은 제1종면허어업으로 석방렴(石防簾)’을 설치해 어업활동을 해왔다. ‘석방렴은 고기를 잡기 위해 돌로 두른 방어벽으로 제주에서는 원담으로 불린다. 1927년엔 마을주민 81명이 조선총독에 관련 청원을 할 정도였다.
 
이호해수욕장 일대에서 행해지던 멸치잡이를 보여주는 그늘막 / 사진자료='이호동지' 발췌.
이런 어업활동은 이호동 마을 전체를 한덩어리로 묶는 매개체 역할을 했다. 멸치어업은 동민들이 하나가 되는 ’(제주어로 이라고 함) 형태로 운영되곤 했다. 이호해수욕장엔 멸치잡이 도구를 보관하는 그물막을 만들었고, 이호동의 50대와 60대들에겐 그물막이 그들의 놀이터였다.
 
특히 이호해수욕장은 배후에 소나무 숲을 지닌 곳이다. 소나무 숲은 195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모래밭이었으나 주민들의 노력이 더해지면서 현재의 숲으로 탈바꿈했다. 19573월부터 195810월까지 17개월동안 모든 동민들이 나서서 소나무 숲을 만들어냈다. 4년생 소나무 5만그루가 투입돼 지금의 이호해수욕장이 탄생한 것이다.
 
이호해수욕장은 동민들을 먹여살리기도 한다. 이호1동과 이호2동의 5개 마을 1년 예산이 여기에서 나온다. 이호동의 자생단체들도 한 해 사업비를 이호해수욕장을 통해 충당한다. 그 뿐만 아니다. 이 곳의 민박업체와 낚시업도 이호해수욕장이 없으면 운영이 안될 정도이다.
 
1960년대 이호해수욕장 입구 모습. / 사진자료='이호동지' 발췌.
이렇듯 이호해수욕장은 단순한 기능을 하는 곳이 아니다. 모든 동민들의 삶의 터전이다. 그러기에 이호유원지 개발사업에 이호해수욕장이 들어간 점을 이호동 주민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지난 2007년 이호동지편찬위원회에서 발간한 이호동지를 들여다보면 이호유원지 개발사업에 무척 호의적이다. 이호유원지 개발을 통해 이호동이 더욱 발전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이호동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호동지에는 이호해수욕장이 개발지구에 포함됐다는 말이 한 구절도 없다. 이호해수욕장 주변부 개발로 인한 청사진을 그리고 있을 뿐이다.
 
이호동 주민들은 이호해수욕장이 개발지구에 포함된 사실을 깨닫고 이호동발전협의회와 마을자생단체를 중심으로 협의체를 만들어 이 문제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이호동 마을사람들은 이호해수욕장은 미래가치를 지닌 곳이다. 한마디로 이호동 최고의 자산가치를 지녔다. 이호동의 문화와 역사가 담긴 해수욕장을 넘긴다는 건 말이 안된다. 그렇게 되면 지금까지 우리가 이호해수욕장을 중심으로 해왔던 일들은 모두 중단된다고 울분을 토하고 있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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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굴함 2014-07-17 13:19:59
몰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