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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없는 문화광장조성 “도심 재생 아닌 없애는 개발공사”
문화없는 문화광장조성 “도심 재생 아닌 없애는 개발공사”
  • 오수진 기자
  • 승인 2014.06.21 17:4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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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원도심 옛길탐험 ‘기억의 현장에서 도시의 미래를 보다’
김석윤 대표 “도시는 사람과 같아 기억이 없으면 도시의 기능을 못해”

과거 자신의 추억이 깃든 현장에서 도시의 미래를 내다보는 행사가 진행됐다.

21일 오전 사단법인 제주국제문화교류협회(회장 고영림)가 주최한 제6회 ‘제주시 원도심 옛길 탐험-기억의 현장에서 도시의 미래를 보다’가 제주시 동문로터리 산지광장 일대에서 개최됐다.

▲ 제6회 제주시 원도심 옛길 탐험-기억의 현장에서 도시의 미래를 보다 가 제주시 동문로터리 산지광장일대에서 개최됐다.
이날 답사에는 과거 유년시절 산지천변 일대에서 나고 자란 50대 시민들이 참여해 지난 추억을 되짚어 보고 사람과 도시가 함께 겪어온 과정을 돌아보며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또 답사에 동행한 김건축 대표 김석윤 건축가의 설명이 더해지며 의미 없이 지나치던 건축물에 새로운 의미 부여를 하기도 했다.

원도심 옛길 탐험 답사는 제주시 동문로터리 산지광장을 시작으로 산지천변, 김만덕기념관 공사부지, 산지항 일대를 둘러본 뒤 탐라문화광장조성사업이 진행 중인 골목일대를 둘러봤다.

이 일대는 현재 탐라문화광장조성사업이 진행 중인 곳으로 동문로터리는 탐라광장으로 바뀌고 산지천변 동쪽에는 세계음식테마거리, 산지천변 서쪽에는 북수구광장과 산짓물공원, 산포광장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김석윤 대표(건축가)는 “탐라문화광장조성사업은 도심을 재생하는 것이 아니라 전부 없애버리는 내용의 개발공사”라며 “도시는 사람과 같다. 기억이 상실되면 도시도 치매가 오게 돼 도시의 제 기능을 못하게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특히 이번 사업부지(산짓물공원)에 포함돼 철거직전에 놓인 고한봉(62)씨 주택(이하 고씨주택)은 100년 가까이 된 한일절충형 가옥으로 가치 있는 건축물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 고한봉씨 주택
이 건축물의 건축 시기는 고씨주택에 살고 있는 고한봉(62)씨에 따르면 자신의 할아버지에 의해 지어진 집으로 할아버지의 태생연도는 모르지만 아버지의 출생연도가 1917년인 점을 감안해 19세기 때 인물로 추측되면서 최소 80년 이상은 된 건축물로 예상된다.

답사객들은 “보존 가치가 있는 이 주택이 철거된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면서 “에코뮤지엄 또는 문화재 지정을 건의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한봉씨는 “이런 건물을 다시 지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면서 “철거하지 않고 남겨 100년 된 건축물을 지킬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보존의 희망을 내비쳤다.

이번 답사에 참여한 답사객 손씨(59·여)는 “고씨가옥은 처음 시집왔을 때 살았던 집과 비슷해서 기분이 미묘했다”며 “이번 답사를 하면서 장소에 대한 기억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엔 탐라문화광장조성사업을 하면 제주도도 외국처럼 예쁘고 아름답게 조성될 것이라는 생각에 찬성했지만 그럼 추억할 과거의 기억이 사라지게 된다”며 “일부는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비가 내리는 이날 오전에도 오는 2015년까지 탐라문화광장조성사업 완공 계획을 위해 철거공사는 한창 진행 중이었다.

이제 산지천변 일대는 토지보상을 받은 민가, 여인숙, 가게 등 제주도민들이 떠나면서 과거 살아왔던 흔적들은 완전히 사라지고 새로운 공원, 거리 등으로 덮이게 됐다.

지금이라도 행정당국은 과연 사람들이 문화가 없는 문화광장에서 무엇을 보고 느낄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건물 철거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지키고 보존해야 할 것들은 남기며 개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미래를 준비하는 현명한 행정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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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움과 다행스러움 2014-06-21 18:08:24
그렇습니다.
도시의 역사까지 철거하여 새로운 광장을 만드는 것은 최 하수 입니다.
싹쓰리 개발은 도시의 흔적을 모두 지워버리게 되므로 미개한 개발이 되고 말것입니다. 한일절충형 가옥이라는 보존가치가 높은 도시의 흔적은 당연히 문화유산으로 남겨놔야 될것입니다. 산지천의 기억을 보존하려는 모습에 감명을 받았습니다. 수고하세요

makhan10 2014-06-21 18:03:08
안타까움과 다행스러움
탐라문화광장을 조성하면서 도시의 역사까지 철거한다는 것은 있을수 없습니다. 싹슬이 개발은 도시의 흔적 모두를 지워버리게 되므로 가장 미개한 개발이되고 말것입니다. 한일절충형 가옥이라는 보존가치가 높은 가옥은 당연히 문화유산으로 남겨놔야 될것입니다. 많이 없애지 말기를 기원합니다.

makhan10 2014-06-21 18:01:57
탐라문화광장을 조성하면서 도시의 역사까지 철거한다는 것은 있을수 없습니다. 싹슬이 개발은 도시의 흔적 모두를 지워버리게 되므로 가장 미개한 개발이되고 말것입니다. 한일절충형 가옥이라는 보존가치가 높은 가옥은 당연히 문화유산으로 남겨놔야 될것입니다. 많이 없애지 말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