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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도, “분쟁지역 아닌 평화적 공동 이용방안 모색돼야”
이어도, “분쟁지역 아닌 평화적 공동 이용방안 모색돼야”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3.08.09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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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도 해양과학기지를 가다] ③ 주강현 교수 “국가 차원 대응전략 필요”

올해로 이어도 해양과학기지가 준공된지 10년째를 맞고 있다. 태풍의 길목에서 기상예보, 기후 변화 및 주변 해역 연구 뿐만 아니라 미래 해양자원 이용을 위한 전진기지로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 곳이다. (사)이어도연구회가 2013 하계 특수분야 교원직무연수 프로그램으로 마련한 ‘이어도 해양아카데미’에 1박2일간 동행 취재한 내용을 3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주]

구름 사이로 비치는 새벽 여명을 배경으로 서 있는 이어도 해양과학기지의 모습.

 이어도 간다

한천민(사계초등학교 교감·아동문학가)

이여이여 이어도 사나
이여이여 이어도 간다
어둠에 잠긴 바다를 헤치고
이어도에 왔다
어머니의 바다
할머니의 섬

수평선 위로 날이 밝아온다
여름 땡볕에 조팥 검질 메다
허리 한 번 펴고 멀리 한 번 바라보던 바다

물질하다 차오르는 숨을
호오이 토해내 온
물결 너머로 떠올리던 섬

이여이여 이어도 사나
이여이여 이어도 왔다
구름 사이로 비쳐드는
아침 속에서
바다는 푸른 빛으로 물들어가고
거기 한 점
또 하나의 섬이 되어
바다를 지키고 섰는
이어도 해양과학기지

이여이여 이어도
이여이여 이어도
눈을 감으면
푸른 바다 위로
한 점 섬이 솟아오른다
하얀 모래밭 너머
짙푸른 숲이 우거지고
맑은 샘 솟아 폭포되어 흐르는 섬
거기서 할머니가 웃음짓고 있다
거기서 어머니가 손짓하고 있다

이여이여 이어도 사나
이여이여 이어도 산다.

한천민 사계초등학교 교감
이번 교원직무연수 프로그램으로 진행된 이어도 해양 아카데미에 참석했던 교사가 지난 4일 새벽 이어도 해양과학기지를 맞이한 벅찬 감동을 표현한 시다.

사계교 교감을 맡고 있는 한천민 교사는 4일 새벽 일출과 함께 이어도 해양과학기지를 돌아본 뒤 <미디어제주>에 자신의 시를 실어줄 수 있느냐며 즉석에서 쓴 원고를 건넸다.

제주인들에게 이어도는 불행이 없는 영원히 행복히 살 수 있는 이상향으로 여겨져 왔다. 전설과 신화, 구전문학 등에 이어도가 그런 이미지로 표현된 이유는 거친 바다와 척박한 환경을 이겨내며 살아온 제주인들에게 이어도는 바로 그런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사)이어도연구회는 이번 이어도 해역 탐방 관련 보도자료를 제공하면서 우리 정부가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어도 관련 보도를 최소화해줄 것을 주문했다는 내용을 전했다.

특히 이어도 해양과학기지 운영을 통한 ‘해양영토 확보’ 또는 ‘해양분쟁’ ‘해양 갈등’ ‘해양 주권 강화’ 등 중국을 자극할 수 있는 단어 사용을 자제해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우리 정부가 이어도 문제와 관련해 극도로 중국을 의식하고 있는 이유가 궁금했다.

이유인즉슨 지난 5월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이 기자간담회에서 “이어도에 연구원들을 365일 상주시킬 계획”이라고 발언한 직후 중국 외교부 관리가 외교부에 공식적으로 항의를 한 데 대해 정부 차원에서도 ‘입 조심’을 하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도처럼 섬이 아닌 곳에 대해 영유권 또는 경제해역 분쟁이 빚어지고 있는 사례가 전 세계적으로 40여곳에 달한다. 일본이 오키노도리시마를 실효적으로 지배하기 위해 콘크리트 구조물을 만든 것이 단적인 예다.

오키노도리시마는 만조 때 침대 매트리스 크기의 암초 2개가 수면 위로 약 70㎝ 가량 수면 위로 나와 있게 되는 무인 암초다. 일본은 이 암초를 지난 1993년 높이 3m, 지름 50m의 원형 인공 섬으로 보강, 광대한 배타적 경제수역을 차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이 사례만 보더라도 동아시아 해역에서 중국과 일본이 얼마나 동아시아 해역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지 충분히 알 수 있다.

(사)이어도연구회는 이어도 해양과학기지의 역할과 관련, “이어도 해양과학기지에서 만들어지는 다양한 정보와 데이터를 국제적으로 평화롭게 공동 활용하면 이어도와 인근 해역에 대한 국제적 공동연구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등 인근 국가들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실리를 지켜낼 수 있는 우리 정부의 치밀한 대응이 더욱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주강현 제주대 석좌교수도 “우리 정부로서는 이어도 해양과학기지가 미래에 예견되는 해양 영토 문제에 대한 선도적인 역할도 중요하지만 기후 변화, 태풍예보 시스템, 지구 온난화에 따른 수온 상승 등 문제를 공동으로 연구하는 등 국가간 분쟁이 아닌 평화적인 이용을 위한 국제적인 교류를 넓혀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지난해 ‘이어도의 날’ 관련 조례가 제주도의회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도 “이어도 문제는 제주도 차원에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대응전략을 세워 나가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끝>

지난 3일, 이어도로 출항하기에 앞서 아라호 갑판에서 교원연수프로그램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홍석준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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