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철거 논란에 휩싸인 카사 델 아구아의 본 건물인 부영호텔(구 앵커호텔)이 건축계획 심의도 거치지 않은 채 기본 골격 등을 변경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 철거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는 10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이같은 변경 시공 사실을 폭로하면서 앵커호텔에 대해 제주특별자치도특별법에 따라 제정된 ‘제주특별자치도 건축계획심의에 관한 조례’를 위반한 건축물이라고 주장했다.
즉 앵커호텔은 당초 제주특별자치도 건축위원회 심의를 받은 기본계획대로 시공해야 함에도 임의로 외부 형태와 마감재를 변경해 시공했다는 것이다.
비대위가 문제를 제기한 변경 시공 사례는 크게 3가지다.
우선 호텔 입구 캐노피의 외부 형태가 당초 설계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시공됐다는 것이다.
건축위원회 심의를 받은 당초 기본계획에서는 호텔 입구가 삼각형 모양의 캐노피로 설계돼 있었다(사진 왼쪽). 하지만 현재 시공된 앵커호텔 입구는 마감재 뿐만 아니라 아예 외부 형태가 달라져 있다.
또 당초 설계도면을 보면 외부 마감재로 샌드스톤을 사용하도록 돼있었으나 카파오석으로 변경된 점, 설계자인 레고레타만의 독특한 창틀 형태도 겉 모습만 비슷할 뿐 한 블록에 9개의 구멍을 뚫어 창을 낸 당초 설계와 전혀 다르게 시공이 이뤄졌다.
이에 대해 비대위는 “건축물 외장의 기본골격을 변경하지 않는 창호, 노대 등 경미한 외장변경이 아닌 경우 건축계획 심의를 다시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심의를 받지 않고 변경 시공한 사례”라면서 “‘제주특별자치도 건축계획 심의에 관한 조례’ 제4조 5호 라항을 위반했다”고 강조했다.
설계 변경에 대해서는 부영측도 인정하고 있는 사항이다. 실제로 지난해 9월 도 문화관광스포츠국이 제공한 ‘리카르도 레고레타 아들, 앵커호텔 현장 방문’ 보도자료를 보면 ‘앵커호텔과 곤도 리조트의 외벽 차단부의 석재 붙임이 원 설계와 다르다는 점을 지적, 원래의 샌드스톤이 제주도의 고온다습한 기후에 맞지 않아 변경했다’는 (주)부영측의 설명이 언급돼 있다.
비대위는 이 부분에 대해 “제주도는 앵커호텔이 조례가 규정한 절차를 위반한 사항에 대해 원상복구 명령 등 적합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면서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의 위반사항에 대해서는 법을 강조하면서, 앵커호텔의 위반사항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이유도 밝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석준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