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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일자리 박람회, "과대포장 행사 아녀?"
'소문난' 일자리 박람회, "과대포장 행사 아녀?"
  • 박성우 기자
  • 승인 2010.09.17 17:57
  • 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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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 일자리박람회, "사람 몰린 것만 성황이었다?"
구직자 '볼멘소리' "먼 걸음 했는데, 이게 뭐야?"

"아직 어떻게 해야할지 감은 안잡히는데 막상 가보면 뭔가 얻어올 수 있지 않겠어요?"

17일 낮 셔틀버스에 올라서는 제주대학교 공과대학의 강모(26)씨. 올해 졸업을 앞두고 취업전선에 뛰어들 준비중인 그는 취업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일자리박람회'에 대한 기대가 컸다.

함께 한 이들도 대부분 비슷했다. 계속되는 경제한파, 특히 제주지역 경제가 악화일로를 걷는 와중에 좋은 일자리 구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 별을따기 위한 그들의 부푼 꿈을 실은 셔틀버스가 목적지를 향했다.

이들이 향한 곳은 17일 오후 1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0 제주특별자치도 일자리박람회' 행사장.

입구에서부터 눈에 띄는 '당신의 아침은 출근의 설레임으로 환하게 밝아올 것입니다' 문구가 마음을 설레게 했다. 과연 이들은 오늘 그 꿈을 일굴 수 있을까?

# 행사장 가득 메운 인파...'2010 일자리박람회'

박람회의 기업 구인은 제주도내 46개 기업에서 247명을, 제주도외 32개 기업에서 162명을 목표로 제시됐다.

면접채용관에서는 현장면접을 중심으로 채용의 기회를 제공하고, 박람회장 한 켠에서 운영되는 취업정보관 부스는 각급 취업지원 기관의 정보를 제공했다.

취업컨설팅관에서는 취업기술관련 전문가들이 구직자를 대상으로 직업심리검사와 이력서.자기소개서 작성법, 작성.면접기술 등을 지도했다.

또 테마.이벤트관에서는 면접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면접콘테스트와 취업특강, 사회적기업 홍보관 등을 운영해 이목을 끌었다.

어떻게 써야할지 그저 막막하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의 작성법을 배운 참가자들.

이성인(23)씨는 "이력서나 자기소개서를 쓰려면 항상 인터넷을 뒤져봐야 했는데 직접 설명을 들으니 이해가 빠르다"고 만족해했다.

제주컨벤션센터 삼다홀에서 이뤄진 '면접콘테스트'도 호응을 얻었다. 제주관광대학의 이철우(24)씨는 예상치 못한 질문이 던져졌을때 어떻게 대처해야할지를 배우게 됐다"면서 "앞으로 어떤 준비를 해야할지 감이 잡힌다"고 말했다.

특히 인기를 끌었던 부스는 이력서 사진촬영 부스. 무료로 사진을 찍어주는 이 체험관은 사진 한장을 찍기 위해 근 30분을 기다려야할 정도로 줄이 이어졌다.

# 실속없는 행사 "구직홈페이지와 다른게 뭐죠?"

하지만 많은 인파가 몰린 행사장의 분위기와는 달리 불만에 가득찬 참가자들이 많았다.

이제 졸업을 앞두고 있는 제주대학교 4학년 C모씨는 "관심이 있는 기업이 있어서 일부러 찾아왔지만 그 기업을 제외하고는 박람회가 전혀 실속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몇몇 기업들을 제외하고 다 제주대학교 홈페이지의 구인.구직 게시판에 올라온 내용들과 똑같다"며 "같은 일인데 고급 부스에 설치했다고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몇 군데 빼고는 시끌벅적한게 오일장과 다를 것 없었다"며 실망스런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제주도내.외 많은 기업들이 참여했다고는 하지만, 구직자들의 눈높이를 맞춰 마련된 일자리는 드물다는 것이다. 많은 일자리의 대다수가 생산직이나 단순 노동직에 불과했다.

관광관련 공부를 하고 있다는 한 참가자는 "직업의 귀천이 없다고는 하지만 4년이나 관광경영에 대해 공부를 해서 '○○○일(단순 업무)'하러 온 것은 아니다"라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실제로 참가자들로부터 제주도내 중소기업들은 등한시 되고 수도권 유명 기업의 부스로만 편중되는 현상도 이어졌다.

L기업, N기업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법한 기업의 부스는 연신 성황을 이루고 있는 반면 제주도내 중소기업이 몰려있는 부스는 그저 지나가면서 스윽 쳐다보는 정도에 그쳤다.

# 고등학생.대학생 동원령 "일단 다 집합!"

박람회장에는 오후 3시 기준으로 3000여명의 구직자들이 찾았다. 주로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이 눈에 많이 띄었고, 고등학생들과 30~40대 중년층 등 다양한 이들이 모였다.

하지만 의문이 드는 것은 이 일자리박람회의 본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고 모인 이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날 A고등학교, B고등학교, C고등학교 등 제주도내 고등학교에서는 단체로 버스를 대절해 박람회를 찾아왔다. 하지만 이 참가학생들은 학교에서 '동원령'이 내려져 찾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서 만난 C고등학교 학생들. 20여명이 모여있는 가운데 '이 중 졸업후 취직을 원하는 사람이 있냐'고 질문하자 단 한명만이 손을 들었다.

C고등학교 3학년 김○○(18)군은 "취업을 하기위해 무엇을 준비해야할지는 어렴풋이 알게됐지만 오늘 봤던 부스 중 내가 하고싶은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나마 3학년 학생들은 진로를 대비하기 위함이라는 목적이 있지만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에게 까지 동원령이 내려졌다.

대학교도 사정은 비슷했다. 제주대의 한 학과에서는 취업의지 여부와 무관하게 모든 학생들을 동원, 박람회장을 찾았다고 한다.

# 누구를 위한 행사? 주객이 전도된 것

박람회를 찾은 한 시민은 "이것이 도대체 누구를 위한 행사인가"라며 문제점을 제기했다.

그는 "가장 큰 문제는 접근성"이라면서 "제주시에서 열리던 이전 행사와는 달리 이번 박람회는 너무 먼 곳에서 진행돼 참가자들이 혜택을 누릴 수 없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대학이나 기관 등 네트워크에 속해있는 사람들이 아니면 찾아오기가 벅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함께 치뤄진 '제2회 글로벌 상공인 대회'를 이야기하며 "일자리 박람회가 주가 돼야 하는데 상공인 대회의 들러리에 그쳤다"면서 주객이 전도됐음을 꼬집었다.

박람회장을 나서기 전 다시 만난 강모씨.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면접 한군데 보기는 했는데 잘 안될 것 같아요. 나머지는 그다지 볼 것도 없겠더라고요." 행사의 실속이 없었다는 말을 다시 한번 듣게됐다.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대대적으로 마련한 '일자리박람회'. 과연 이 자리에서 오늘 꿈을 이룬 이들은 몇이나 됐을지 아쉬움만 컸다.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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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 2010-09-18 20:41:01
잘짚은 현장취재입니다. A플러스 평가

당연지사 2010-09-18 16:33:54
이런 비판 받을수밖에...

뭐 이런... 2010-09-18 15:46:39
이기사가 제상대회 열심히 준비한 사람들에게는 돌아보는 계기가 되겠지만...
기자말씀은 제주에 특별채용할 건수를 가지고 오라는 얘기인가요? 왜?
일자리 박람회에서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한 듯합니다.

호호호 2010-09-18 13:46:34
박기자분 지켜보고 있습니다.
역시 글솜씨만큼은 최고인듯~ ~
솔직히 어제...박람회는 오일장수준인 듯...
너무 잘 평가해주셨습니다. 계속 잘써주시실...

구직자 2010-09-18 08:33:45
구직자들 눈높이 낮춰 지원하라고 하지말고 제대로된 구인이 먼ㄴ저아닌가
이건 완전 생활정보지에 나오는 구인수준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