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8 19:15 (목)
일자리 박람회, "소문난 잔치에 먹을게 있을까?"
일자리 박람회, "소문난 잔치에 먹을게 있을까?"
  • 윤철수 기자
  • 승인 2010.09.01 12:55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초점] 일자리 박람회의 '화려함'에 묻힌 구직자의 '고민'
행사장소 왜 멀리 떨어진 곳에?...구직정보는 이게 뭐야?

지난해 대학을 졸업하고 2년째 구직활동을 하고 있는 김모씨(24. 여).

그의 전공은 관광이다. 오는 17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제주특별자치도 일자리 박람회가 열린다는 소식에 잔뜩 기대가 부풀어있다. 제주도내 기업 뿐만 아니라 도외 기업들도 대거 참여한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일본어 회화가 가능한 그가 원하는 취업진로는 호텔업. 구체적으로는 프런트나 예약파트에서 근무하기를 희망한다.

이번 일자리 박람회에 참가한 80여개 기업 중 특급호텔이나 규모가 큰 리조트에서도 구인신청을 받는다는 말에 잔뜩 기대가 부풀어있다.

그런 그에게 17일 일자리 박람회는 얼마만큼 기대감을 채워줄 수 있을까?

#일자리박람회 도외 42개 업체 등 87개 기업 참가

제주특별자치도가 해마다 이맘 때면 마련하는 일자리박람회가 올해에는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내 제주국제컨벤션센터로 장소를 옮겨 진행한다.

예전에는 한라체육관 등에서 진행을 했었지만, 올해에는 같은시기 열리는 '제2회 글로벌상공인대회'가 컨벤션센터에서 열리기 때문에 그곳에서 박람회를 갖기로 한 것이다.

제주자치도는 이번 박람회에 제주도내 기업 45개 업체와 도외 42개 업체 등 87개 업체가 참여한다고 1일 밝혔다.

제주대학교 취업전략본부에 사업을 위탁해 치러지는 이번 대회의 가장 큰 특징은 도외 기업들이 대거 참여했다는 점이다.

행사는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진행된다.

박람회장에서는 현장면접채용관, 취업정보기획관, 테마관 등의 부스가 설치돼 운영된다.

취업정보기획관은 취업기술관련 전문가들이 구직자를 대상으로 직업심리검사, 이력서, 자기소개서 작성.면접기술 등을 지도하며, 각급 취업지원 기관 등이 참여해 취업정보를 제공한다.

테마관 등에서는 직업훈련을 체험할 수 있는 코너를 마련, 다채로운 이벤트로 구직자의 참여를 유도하게 된다.

제주자치도는 각 대학 졸업자 및 졸업예정자들에게 기업의 채용정보를 제공하고, 면접신청을 접수받아 박람회 당일 현장면접에 응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

현장면접에 참여를 원하는 기업은 일자리박람회 홈페이지(http://jobfair.jeju.go.kr)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취업정보 빈공간 왜 이리 많아? 이름만 올려놓은 것일까?

하지만, 일자리박람회 홈페이지 서비스가 시작했다고 밝힌 1일, 채용정보를 살펴본 구직자들은 실망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소문난' 것과는 달리 일자리는 여전히 빈곤했다.

이번 일자리 박람회에서 나타난 문제를 살펴보면, 먼저 홈페이지에서 제공하고 있는 기업체별 구인정보는 '구직자'의 눈높이에 맞춘 정보라기 보다는 행정 편의적으로 짜여져 있다는 점이다.

대학 등에서 운영하는 취업정보시스템과 같은 모집분야별 검색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모집요강은 '부실기재' 그 자체였다.

구직자들에게 양질의 정보를 제공한다기 보다는 '이름만 올려놓은' 곳도 허다했다. 이 때문에 실제 인력을 채용할 의사가 있는지, 아니면 박람회 참가기업 명단에 이름만 올려놓을 목적인지, 그 의도를 의심케 하고 있다.

실제 규모가 꾀나 큰 회사로 알려진 레저용품 제조.판매 회사인 모 기업의 경우 이번 제주 박람회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모집부문은 '기타', 학력이나 전공, 인원, 지원자격, 급여, 근무시간, 기타 근무조건, 제출서류 등 기재사항은 단 하나도 표시하지 않았다.

전기전자부품 제조업 분야 대기업인 모 회사는 모집분야를 비롯해 토익점수의 지원자격, 입사후 혜택 등은 구체적으로 명시했지만, 정작 몇명을 뽑는지, 그리고 제출서류는 무엇인지 기재하지 않았다.

IT관련 전공자를 우대한다는 IT서비스 분야 대기업의 경우, 제출서류와 모집분야는 구체적으로 기재했지만, 채용인원이나 근무조건 등은 전혀 명시하지 않았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특급호텔에서도 이번 일자리박람회에 인력채용 계획을 내놓았다. 그러나 공고를 낸 특급호텔 중 대부분은 모집부문이 식음과 조리 분야에 한정했다.

특히 한 특급호텔은 참가기업 명단에는 있으나, 채용사항을 클릭하면 기재사항이 전혀 없다.

수도권 이전기업인 모 회사도 모집분야에만 '기타'로 기재하고, 그 외 사항은 전혀 기재하지 않았다.

물론 모집분야와 업무내용, 근무조건 등을 자세히 기록한 업체들도 더러 있었다.

#모집분야 카테고리 '단순'...장소는 왜 하필?

이러한 정보 제공 '부실' 외에도 구인업체의 모집분야가 다양하지 못해 아쉬움을 주고 있다.

'단순업무' 일색이었다. 호텔업에서는 식음료, 유통.생산업종에서는 생산직을 원하는 경우가 많았다. 생산직이라 하더라도 전공한 기술을 요한다기 보다는 단순 노무자를 원하는 경우도 있었다.

토익 650점 이상의 영어회화 가능자를 모집한다는 한 특급호텔의 모집분야 역시 식음료 분야. 제시된 급여는 100만원도 안되는 최저임금 수준.

구체적 대학 전공출신자를 선별해 '성의있게' 모집공고를 낸 기업은 몇개 되지 않았다.

여기에 장소가 왜 하필 접근성이 어려운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내일까 하는 점에 있어서도 구직자들의 불만이 많다.

자가용이 있거나, '큰 마음'을 먹지 않으면 좀처럼 참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제주대학교의 경우 행사 당일 참가자들을 한 곳으로 집결케 한 후 버스로 함께 이동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일반 참여자들의 경우 접근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 보름여 남은 일자리 박람회. 이 행사가 실질적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기업체 구인정보 제공 등의 운영프로그램을 행사 주최측이 아니라 구직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미디어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그럼 그렇지 2010-09-01 14:50:46
도대체 무슨생각으로 이리기획했는지 몰
겟다
비싼돈 들이면서 생색내기도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