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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장 세무행정 체험'을 마무리 하며
'마을이장 세무행정 체험'을 마무리 하며
  • 김영아
  • 승인 2009.07.07 19: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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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김영아 서귀포시 성산읍 재무담당

내가 9급공무원이던 당시 세무과에서 근무를 한 적이 있는데, 몇 만건이 동시에 세금이 부과되던 달 16일부터 말일까지는 아침마다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어 '오늘도 무사히'라는 말을 가슴에 되새기었던 기억이 있다.

지금도 기억나는 전화민원 상대는'너희들이 국민들한테 그 많은 세금 다 받아서 뭣에다 써?'라는 질문을 한 열받은 아저씨였다. 그 질문에 나는 겨우 "뭐 도로도 만들고. 공무원 봉급도 주고..." 그 이상의 내용은 알지도 못했다.

지금은 우수개소리로 당시를 회상해 보지만 신규 공무원이었던 나는 정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대체 세금은 어디에다 쓰이는 건지.... 그 후 다른 과에서 맡게 된 업무는 정말 아이러니 하게도 보조사업 업무였는데 '시민을 위한 보조사업'은 왜 그렇게도 많은 건지.

경운기 하나를 사더라도 50%를 보조해 주기도 했었다. 순서를 바꿔 근무를 했으면 민원인에게 모범답안을 말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봉급 빼고 거의 다 환원되고 있다고'말이다.

이런 기억을 가지고 15년이 더 흐른 지금 다시 세무업무를 하고 있다. 당시와 여건이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변함이 없는 건 여전히 체납액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여기서 세금은 당연히 납부해야 하는 것 이란 생각을 가진 분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체납액을 징수하기 위해서 갖은 방법들이 동원되고 있지만, 우리 읍에서는 지난 상반기 '마을이장 세무행정 체험제' 라는 것을 시도했다.

사실 마을의 수장으로서 지역을 발전시키랴, 행정업무를 지원하랴, 행사에 얼굴 비추랴 바쁘신 분들이지만, 이 마을이장님들이야 말로 지역주민과 만나서 애로사항을 듣고, 또 행정의 어려움을 이해시킬 수 있을 적임자인 것만은 틀림없기에 계획 수립 시부터 세무행정 체험의 날에는 시간을 할애해 주실 것을 미리 협조요청하였다.

'마을이장 세무행정 체험제'는 성산읍 관내의 14개 마을을 대상으로 해당 마을이장님과 공무원이 합동으로 실시했다.

추진방법은 세무행정 체험일 2주일 전부터 해당마을의 체납자를 대상으로 읍사무소에서 1차 납부독려를 실시한 후, 세무행정 체험 당일에는 이장님과 함께 방문대상자를 선정했으며, 이를 기초로 현장을 방문해 지역주민과의 세무상담과 아울러 지역 현안사항을 접수하였다.

이렇게 세무행정 체험제를 추진한 결과 삼달2리는 '체납액 없는 우수마을'로 선정됐으며, 600만원 이하 체납마을도 4개소에 이르러 우수마을로 선정되기 위해 이장님께서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결과적으로 해당 마을이장님 입장에서는 지역주민을 직접 방문함으로서 마을의 현안사항을 설명하거나, 개인적인 고충들을 듣어 이해하고, 또한 주민들에게 자율적인 체납액 납부를 독려함으로써 차후 체납액 없는 마을 선정에 대한 좋은 홍보의 기회가 될 수 있어서 바람직한 시도였던 것 같고, 행정기관 입장에서는 마을 이장님이 세정 도우미로서 세무행정이 이렇다 하는 것을 직접 체험하고, 아울러 체납세금을 징수할 수 있어서 상호 윈윈(Wim Win) 관계의 의미있는 시도였다고 평가된다.

추진과정에서 다소 어려움이 있었음에도 지역의 대표로서 때로는 위엄과 권위를 스스로 낮추고, 때로는 공무원보다 더욱 발품을 팔아가며 세정도우미 역할을 해 주신 마을 이장님께 감사드린다.

<김영아 서귀포시 성산읍 재무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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