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7 09:10 (토)
'빚쟁이'로 내몰린 아이들, 급식 시간마다 '눈칫밥'
'빚쟁이'로 내몰린 아이들, 급식 시간마다 '눈칫밥'
  • 좌보람 기자
  • 승인 2009.06.23 13:56
  • 댓글 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디어의 눈] '미납 급식비'로 속앓이 하는 아이들

제주시 A초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김모 어린이는 매번 학교로부터 급식비 납부 독촉을 받고 있다. 지난해 누적된 미납 급식비 때문에 학교에 갈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다.

김 어린이는 부모님이 계시지만 가정 형평상 할머니와 중학생 언니와 살고 있다. 부모님은 그들을 부양한 경제적 능력이 없는 상황이고, 할머니 역시 영세민 지원을 받고 겨우 생계를 이끌어 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 어린이의 경우, 가정형편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서류상 부모님이 부양자로 되어 있기 때문에 지난해까지 급식비 지원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 때문에 급식비 독촉은 이 어린이의 '마음 고생'으로 그대로 이어졌다.

다행히도 올해부터는 급식비 지원대상이 차상위계층까지로 확대되면서 김모 어린이의 급식비 문제도 해결이 됐다. 차상위계층에 포함돼 급식비 지원을 받게 된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지난해까지 밀렸던 급식비다. 학교에서는 지난해 밀린 급식비를 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중학교에 다니는 언니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밀린 급식비 때문에 독촉전화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들에게 그 밀린 급식비를 낼 형편은 되지 못해 안타까움만 더하게 한다. 마음 편히 공부해야 할 두 남매는 경제적 능력이 없으면서도 학교에서는 이미 '빚을 진 사람'이 되어 버린 현실이다.

이러한 딱한 사정의 어린이들이 얼마나 되는지, 사회적으로 해결은 안되는지, 어려운 가정의 어린이들의 속앓이는 이중삼중으로 깊어만 가고 있다.

# 급식비 미납 학생 대부분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

제주도교육청이 올해 3월 기준으로 작성한 급식비 미납 현황에 따르면 제주지역 지난해 초.중.고등학교 급식비 미납 학생은 1023명에 이른다. 미납액은 1억7000여만원.

초등학교에서 401명, 중학교에서 277명, 고등학교에서 345명으로, 이들 중에는 급식비가 1년이상 누적된 학생들도 있다.

물론 급식비를 충분히 낼 수 있는 상황인데도 차일피일 미루는 사례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라는게 학교측의 설명이다.

급식비 미납문제는 학교측에서도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대부분의 학교들에서는 미납액 징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심지어 한 학교의 경우 누적 미납액이 2000여만에 달하고 있다.

미납액의 경우, 독지가의 후원이나 학교발전기금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 입장에서는 이 또한 한계가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학교측 "위에선 징수하라 하고, 조금만 강력히 독촉하면 민원 들어가니..."

실제 제주시 A초등학교는 지난해 급식비 미납학생이 100여명으로 미납 누적액만 2000만원이 넘는다. 이는 전체학생 1100명 중 약 10%에 가까운 수치다.

학교측에서는 급식비의 경우는 미납시 법적 조치가 없기 때문에 독촉 전화, 가정 방문 등으로 미납액을 징수하기 위한 활동을 벌여야 하는 실정이다.

이 학교 관계자는 "급식비 미납은 정말 큰 애로사항"이라며 "간혹 급식비를 낼 형편이 되는데도 부모들의 잘못된 인식으로 납부를 하지 않거나 미루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미납 학생들이 실제 가정형편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 특별한 대책이 없다"고 호소했다.

그는 "우리학교 지역인 경우 저소득층이 많다. 서류상 부모와 살고 있다고 돼 있어도, 별거를 해 할머니와 살고있는 아이들도 많다"며 실제적인 저소득층의 지원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서귀포시 모 고등학교 역시 급식비 미납액이 지난해 1000만원이 넘었고, 심지어는 3년 내내 급식비를 내지 않고 졸업을 하는 학생도 있다. 이렇듯 학교 운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납부금을 징수하는데는 이만저만 어려움이 있는 것이 아니다.

이 학교 관계자 역시 "대부분의 미납 학생 부모들이 집은 가지고 있어 서류상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니지만, 수입이 없어 당장 급식비를 낼 현금이 없는 경우가 많다"며 "그런 분들에게 무조건 내라고만 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 했다. 

그는 "학교 운영상 미납액을 안받을 수 도 없는 노릇이라 계속해서 독촉을 하지만 조금만 강력하게 급식비 독촉을 할 경우, 바로 민원이 들어가 교육청으로부터 제재 조치를 받는다"며 "그러면서도 급식비 미납액은 다 징수하라고 하니, 학부모는 학부모대로 하소연하고 있어 난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올해 차상위계층까지 확대 지원...어려운 학생 미납문제 해결책은 '요원'

이에 제주특별자치도 교육청은 올해부터 급식비 지원을 기존 국민기초생활수급자와 한부모 가정을 대상으로 하던 것을 실제적으로 가정형편이 어려운 차상위계층까지 확대해 지원하고 있다. 2012년까지는 월소득 4인기준 159만원이하인 차상위계층 10%인 가정 전체를 지원할 계획이다.

그러나 종전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의 미납액에 대한 해결책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분명 실제적으로 가정형편이 어려워 급식비를 내지 못하는 학생들도 있다"면서도, 일부 학부모들의 '얌체행동'도 한몫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일부 학부모들의 경우 '나라에서 먹여주지 않냐, 왜 밥값을 내라고 전화하냐'는 등의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는 분들도 많다"며 "지원대상이 늘어나면서, 예전에는 급식비를 내려고 했던 사람들마저 납부의식이 점점 희미해지는 문제가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급식비를 낼 수 있는 형편의 사람들이 '내가 냄으로써 진짜 어려운 아이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을 갖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며 "경상남도, 경기도 등 일부 지역에서 무료급식을 추진하고 있지만, 우리 제주 지역에 경우 아직은 무료급식이 힘든 상황"이라고 피력했다.

결국 학교측이나 교육청 당국 모두 가정형편이 어려워 급식미는 미납한 학생이 많다는 점에 대해서는 모두 같은 인정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그 해결방법에 대한 '뾰족한 수'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가 부족한 실정이다.

'하기 싫은 독촉'을 해야 하는 학교측의 하소연이나, 교육청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되나 저소득층 가정의 학생들의 누적된 미납액에 대해서는 사회적 차원의 해결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부모없이 생활하는 어려운 학생들이 겪어야 하는 이중삼중의 '마음의 상처'가 덫나지 않도록,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검토도 필요하다.  <미디어제주>

<좌보람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3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러면 되죠 2009-06-25 01:01:27
쓸때없는 예산 거기 낭비하지말고 애들을 챙깁시다.
잘하는지 못하는지 평가는 내년에 하고요

빚쟁이 2009-06-24 20:41:08
애들을 대상으로 한 이런 표현은 별로라고 생각합니다. 좌기자도 애 낳고 길러 보시면 무슨 뜻인지 알겠쬬......

제ㅐ언 2009-06-23 15:31:28
이런 애들을 위해 대납해주면 안되나요?
돈을 못내는 상황을 만든 어른의 잘못이지, 아이들이 무슨 잘못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