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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병원 여론조사, '믿어, 말어?'
영리병원 여론조사, '믿어, 말어?'
  • 윤철수 기자
  • 승인 2008.06.24 13: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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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제주도의 영리병원 여론조사의 문제

제주특별자치도 3단계 제도 개선과제로 포함돼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국내 영리병원 허용문제'.

"영리병원이 도대체 뭐야? 지금 있는 병원들은 모두 돈벌이 안하는 비영리병원이란 말인가?"

사실 영리병원이라는 단어는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이 제정될 당시부터 등장했다. 이에대해 많은 논쟁도 있었지만, 아직 '영리병원'의 개념이 뭔지 조차 몰랐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며칠전 김태환 제주지사와 오찬을 함께하는 자리에서도 취재진들은 이러한 '개념'에 대해 도민들에게 소상히 알릴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 결과 다음날 제주자치도는 정부가 추진하려는 국내 영리병원에 대한 홍보자료를 배포해 논란을 사기도 했다.

어쨌든 제주자치도가 설명하는 영리병원은 한마디로 주식회사와 같은 영리성 병원이다. 물론 현재 운영되는 의료법인은 표면적으로는 '비영리법인'이라는 명칭을 붙이고 있지만 따지고 보면 영리병원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다소 혼란스럽고 헷갈리는 명칭 속에서도 영리병원과 비영리의료법인은 극명한 차이를 갖는다.

영리병원은 금융기관이나 일반 투자자가 지분 참여를 통해 병원을 설립하고 수익을 가져갈 수 있는 병원을 말한다. 대규모 투자도 허용되고, 제주자치도의 설명처럼 우수 설비와 의료진을 갖춘 병원 설립 및 마케팅도 가능하다.

국내 영리병원 설립 허용을 통해 국내.외 유수 영리병원을 유치해 의료산업 인프라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도민에게도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란게 제주자치도의 '기대'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외국 영리병원과 달리 국내 영리병원 허용문제는 사실상 건강보험 시스템에 영향을 주는 민감한 부분이다. 현행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에 따라 의료기관별로 적용돼 혜택을 받는 보장성(급여대상)이 상대적으로 낮은 상황에서 국내 영리병원이 허용될 경우 건강보험 확대보다는 축소가 불가피하다.

영리병원이 도입되면, 전반적인 의료비 상승은 물론이거니와 의료서비스에 있어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이 때문에 영리병원이 '약'인지, '독'인지를 놓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논쟁은 이의 내용에 대해 심층적으로 알고 있는 계층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을 뿐, 일반 시민사회에서는 영리병원의 개념조차 혼란스러워 하는 것이 실정이다.

24일 제주자치도가 발표한 국내 영리병원 설립에 대한 여론조사는 바로 이러한 상황 속에서 서둘러 실시됐다는 점에서 많은 우려를 갖게 한다. 제주도민의 75%정도가 영리병원에 대해 찬성한다고 발표했지만, 이를 그대로 믿는 도민은 그리 많지 않을 듯 하다. 아직 도민사회에 영리병원에 대한 개념조차 제대로 홍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여론조사의 의미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번 여론조사의 설문내용을 보면 사회조사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는 '인지도' 조사가 빠져있다. 영리병원에 대해 알고 있느냐는 질문을 뺀채 막바로 의료산업화와 영리병원에 대한 지지여부를 묻고 있다.

이는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기본적으로 여론조사 응답자들이 영리병원에 대해 알고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 또 알고 있다면 어느정도 알고 있는지를 먼저 조사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이 빠져있어 조사의 신뢰성과 객관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제주자치도는 이 여론조사의 결과를 '참고용'으로만 삼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것도 미심쩍기는 마찬가지다. 예전 행정구조개편을 할 때 '주민투표'를 실시하면서도 구속력은 없다고 밝혔으면서도 그 결과가 나오자 바로 정책결정을 확정했다. 또 지난해 해군기지 여론조사 때도 마찬가지로, 많은 반대에도 여론조사를 강행한 후 정책결정의 근거로 삼았다.

이번 조사결과에 대해서도, 정부에 조사결과를 별도로 보고하지는 않겠지만, 참고는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제주자치도 관계자의 설명이다. 과연 그럴까. 이 결과를 제주도민의 민심이 전적으로 반영된 것처럼 '오용'하지는 않을까.

전국적 이슈로 확산된 국내 영리병원 설립이, 일각에서 제기되는 것처럼 제주자치도가 정말 '실헝용'이 되지는 않을지 걱정이다. <미디어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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