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7 09:10 (토)
기후위기와 재난 시대에 다시 보는 제주의 해안사구 3
기후위기와 재난 시대에 다시 보는 제주의 해안사구 3
  • 양수남
  • 승인 2024.02.06 14: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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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수남의 생태적 시선 <14>
3. 바다거북과 왕나비를 통한 해안사구 복원을 제안한다

해안사구는 여러 기능과 가치가 높지만 국내에서는 저평가되어왔다. 그러다보니 제주도 해안사구는 훼손률이 80% 이상으로서 국내 최대의 훼손율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해안사구는 바다의 거센 파도로부터 육지를 보호해주는 완충역할로 인간의 거주지와 농지를 보호해주는 재난 예방 역할을 한다. 또한 기후위기가 심각해지는 시대에 블루카본의 핵심 지대인 염생식물(연안 식물 생태계가 저장·격리하는 탄소)의 군락지이기도 하다. 이번 연재에서는 왜 재난 예방과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해서 해안사구 보전과 복원이 필요한지를 모색해보고자 한다. 3회에 걸쳐 연재 한다.

해안사구 보전을 위한 제도 개선과 즉각적인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

습지보전법에는 해안사구가 연안 습지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러다 보니 연안 습지보호 정책에서도 제외되어 있다. 물론 해안사구를 연안 습지의 범위에 포함하는 것은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내륙 안으로 깊숙이 뻗어있는 해안사구도 많으므로 이를 모두 해안사구로 묶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내륙 깊숙이 해안사구가 분포한 제주도는 더 그렇다.

그러므로 제주도만의 해안사구 보전조례 제정이 필요하다. 물론 현재 법적 토대가 없어 조례 제정의 강제력이 약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조례로서 할 수 있는 부분을 극대화해서 제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전국 최초의 해안사구 조례라는 상징성도 있고 이 조례를 통해서 제주도 당국의 해안사구에 대한 보전 정책이 강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조례 제정 등제도적 개선 이전에도 행정당국이 재량권 안에서 할 수 있는 일들도 있다. 특히 도내 해안사구가 사람들의 답압에 의해 상당히 많이 훼손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위한 당장 몇 가지 조치를 해야 한다.

이를테면 올레길이 생기고 사람들이 많이 찾으면서 기존 올레길 뿐만 아니라 여러 갈래의 길이 나면서 훼손되고 있는 해안사구의 경우에 (사)제주올레와 협의해서 올레길을 사구 위가 아닌 도로 쪽으로 우회해서 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어렵다면 올레길 이외에는 간이 울타리를 설치하여 해안 사구의 출입을 통제해야 한다.

해안사구 복원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현재 해안 사구 위에 지어져 있는 도로나 주차장 등의 건축물 해체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필자가 여기서 말하는 해안사구 복원은 현재 남아있는 해안사구만이라도 복원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그 복원은 해안사구에 대한 개발행위를 억제하고 출입을 통제하여 남아있는 해안사구의 복원을 도와주는 것이다.

실제로, 해안사구 복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태안 신두리 사구 복원 사업 관계자에게 문의한 결과, 해안사구는 울타리를 쳐주고 출입을 통제해 주기만 해도 스스로 염생식물을 받아들이면서 복원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기본적인 조치와 함께 해안사구가 많이 훼손된 곳인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순비기나무 등 염생식물 식재를 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후, 여기에 울타리를 쳐주고 해안사구 안내판 표시를 하여 출입을 통제해 주어야 한다.

제주자연의벗이 모니터링한 결과, 훼손이 심한 화순 해안사구, 함덕 해안사구, 곽지해안사구, 하모 사구 등은 적극적으로 염생식물 식재와 울타리 설치가 필요한 지역이다. 실제로 미국 등지에서는 해안사구 복원사업 때는 순비기나무를 식재하고 있다. 최근에 복원사업을 진행한 협재 해안사구도 마찬가지이다.

▲ 사구의 훼손이 심한 화순해안사구는 철거 가능한 시설들은 걷어내고 해안사구 식물을 식재하는 복원사업이 필요하다
▲ 사구의 훼손이 심한 화순해안사구는 철거 가능한 시설들은 걷어내고 해안사구 식물을 식재하는 복원사업이 필요하다

더욱이, 제주지역 모래해안은 모래 유실이 심각하다. 이것은 주변에 방파제건설로 인해 연안류가 바뀌면서 모래 유실이 일어나고, 해안사구가 파괴되면서 모래를 보충해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제주의 여러 해수욕장이 양빈사업(모래를 사서 쏟아 붓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사구를 구성하는 모래의 특성을 모른 채, 때때로 사구를 복원하겠다고 해빈의 모래를 덤프트럭으로 붓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매우 어리석은 일이다. 크고 작은 입자들이 뒤섞여 있는 사질간석지의 모래를 인위적으로 쌓더라도 자연이 만든 사구를 흉내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행위는 오히려 사구경관을 해칠 수 있다. 사구의 모래는 바람이라는 체에 걸러져 매우 고운 모래로만 구성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매년, 양빈사업만 하면서 깨진 양동이에 물 붓기 식 사업을 할 게 아니라 해안사구 복원을 통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왕나비와 바다거북의 스토리를 통한 해안사구 복원

# 모래지치를 좋아하는 왕나비

▲ 모래지치(이성권)
▲ 모래지치(이성권)

 

▲ 왕나비(나무위키)
▲ 왕나비(나무위키)

 

왕나비는 우리나라 곤충 중 유일하게 철새처럼 봄과 가을에 날아오는 독특한 곤충이다. 왕나비는 박주가리 등 주로 해발이 높은 곳의 식물을 선호하지만 바다를 건너 장거리 여행 끝에 힘겹게 제주 해안에 도착하면 해안사구에 피어 있는 염생식물인 ‘모래지치’부터 먹이로 삼는다.

하지만 최근 제주도의 해안사구가 파괴되면서 모래지치가 줄어들었기에 왕나비의 서식에도 영향을 끼치지 않을지 우려된다. 그래서 훼손된 제주도 해안사구에 모래지치 식재를 통해서 해안사구의 염생식물지대를 복원하고 왕나비도 부르는 캠페인을 하면 어떨까? 학생들에게도 시민들에게도 재미있는 스토리일 것이며 해안사구 복원 캠페인의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이다.

실제로 충남 태안 신두리 해안사구는 복원사업을 진행하면서 멸종위기종 ‘소똥구리’를 대중적인 흡인력을 가지는 매개체로 삼았다. 신두리 해안사구에는 예전에 소를 키웠기 때문에 소똥구리가 흔했다. 하지만 소도 키우지 않고 사료가 도입되면서 소똥구리는 사라졌다. 이에, 신두리 해안사구 복원사업의 일환으로 다시 소를 키우고 소똥구리를 복원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는 대중적으로 신두리 해안사구의 홍보를 도울 것이고 대중들에게도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다.

▲ 신두리 사구센터의 소똥구리 조형물
▲ 신두리 사구센터의 소똥구리 조형물

# 순비기나무가 있는 해안사구는 바다거북이 알 낳기에 적합하다

제주도 해안사구의 대표적인 염생식물은 순비기나무이다. 국내 해안사구 중에서도 제주 해안사구는 순비기나무 분포율이 꽤 높다. 게다가 순비기나무는 해녀와도 관계가 깊다. 이름도 줄기가 모래땅에 숨어서 뻗어 가는 모습이 해녀가 물속으로 들어가는 ‘숨비기’와 닮아서 붙여졌다. 또한 해녀의 잠수병에도 순비기나무의 열매는 탁월하다. 그래서 옛날에 제주도민들은 순비기나무의 열매를 따다 약재상에 팔기도 했다고 한다. 그리고 해안사구의 모래를 붙잡아주는 역할 때문에 해안사구 복원사업에 쓰이는 대표적인 염생식물이다.

또 하나는 바다거북과의 관계이다. 작년 11월 말에 제주자연의벗은 일본-중국과 바다거북 국제포럼을 개최한 적이 있다. 포럼에 참석한 일본바다거북협의회 마츠자와 회장과 붉은바다거북이 알을 낳았던 중문해안사구에 갔었다. 마츠자와 회장은 중문해안사구의 순비기나무를 보더니 순비기나무가 있는 해안사구의 모래는 바다거북이 알을 낳기에 가장 적합한 모래알 크기를 가졌다고 이야기해줬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제주도 중문해안사구는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붉은바다거북이 알을 낳았던 곳이다. 중문 해안사구 이외에도 제주도내 해안사구 중에는 붉은바다거북이 알을 낳을만한 가능성이 있는 곳들이 꽤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스토리를 고리로 염생식물이 많이 훼손된 해안사구에 순비기나무를 식재하는 캠페인을 통해 바다거북이 알을 낳으러 돌아오게 하는 캠페인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제주자연의벗부터 먼저 올해, 왕나비와 바다거북을 통한 해안사구 복원 시민캠페인을 진행하려고 한다.

▲ 중문해수욕장에서 2022년 8월에 열린 푸른바다거북(앞)과 붉은바다거북(뒤) 방류행사. 중문해안사구는 붉은바다거북이 알을 낳았던 곳이다.
▲ 중문해수욕장에서 2022년 8월에 열린 푸른바다거북(앞)과 붉은바다거북(뒤) 방류행사. 중문해안사구는 붉은바다거북이 알을 낳았던 곳이다.

이러한 해안사구 복원 사업들은 주민 참여와 노인 일자리 사업으로 진행하면 어떨까 한다. 이를 테면 해양생태계서비스지불제를 활용하여 해안사구 복원사업에 해당 마을과 노인들의 일자리 서비스로 활용하는 것이다. 해양생태계서비스지불제는 생태계서비스 유지·증진에 대한 공익활동을 지원하는 제도로 민간-정부(지자체) 간 생태계 유지·증진에 관한 사전 계약을 체결하고 민간의 성과에 따라 계약금 지급하는 사업이다.

▲ 해녀와 바다거북이 좋아하는 순비기나무
▲ 해녀와 바다거북이 좋아하는 순비기나무

 

가치가 높은 해안사구의 매입이 필요하다

현재 제주도의 해안사구는 사유지가 많고 법적으로도 보호 장치가 없어 항상 개발의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 그러므로 가치가 높은 해안사구를 선정하여 매입을 할 필요가 있다. 제주도가 곶자왈공유화기금을 만들어 곶자왈을 매입하고 있듯이 해안보전기금을 만들어 가치가 높은 해안사구에 대해서 매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행정과 별개로 시민사회 차원의 매입운동도 할 수 있다. 이를테면 내셔널트러스트를 활용하여 시민들의 기금을 모으고 가치가 높은 해안사구를 매입하는 것이다. 내셔널트러스트는 각종 개발 사업으로 사라져버릴 위기에 처해 있는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을 시민들의 기부금과 증여를 통해 보존대상지를 매입하거나 확보해 보존하는 활동을 말한다.

해안사구에 대한 생태교육․생태관광 도입

제주도 해안사구는 독특한 염생식물의 보고이면서 바다거북, 흰물떼새, 달랑게(해양수산부 지정 해양보호생물)의 산란지이기도 하다. 지질학적으로도, 경관적으로도, 생태학적으로도 우수한 곳이 많다. 이를 활용한 해안사구에 대한 생태교육 또는 생태관광 도입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이것은 해안사구의 보전을 전제로 한다.

▲ 충남 태안 신두리 사구센터 내부 모습
▲ 충남 태안 신두리 사구센터 내부 모습

 

이미 신두리 해안사구는 신두리 사구센터를 설립하여 수많은 관광객과 학생을 불러 모으고 있다. 관광객 유입을 통한 지역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사구 보전에도 역할을 하고 있다. 제주에서도 도입을 할 만한 가치가 있다.

이를테면 사계 해안사구와 신양 해안사구의 경우 지질적으로도 가치가 높고 규모도 크며 생태적으로도 다양한 곳이기 때문에 주변에 해안사구 교육센터를 지어 해안사구 생태교육과 생태관광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을 것이다.

해외 사례를 볼 필요도 있다. 일본 도쿠시마 현 카이후군에 있는 오하마 해안은 길이 약 500m의 백사장인데 붉은바다거북의 산란지이다. 이 해안은 1967년에 ‘오하마 해안의 바다거북 및 산란지’로 국가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오하마 해안에서는 5월부터 8월일까지 붉은바다거북의 산란 기간은 백사장과 주변 도로의 통행금지 등의 규제가 강화된다.

대신에 오하마 해안에 히와사 우미가메 박물관 ‘카렛타’라는 바다거북 전문 박물관을 만들어 생태 관광지화하였다. 규제를 강화했지만, 생태관광지로서의 자리매김을 한 것이다.

중문 해안사구도 2007년까지 바다거북의 산란이 확인된 곳이다. 이를 활용하여 바다거북이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중문 해안사구를 복원하고 주변에 바다거북 생태관을 만들면 해안사구 보전과 더불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양수남의 생태적 시선

양수남 칼럼니스트

제주대학교 농업경제학과 대학원(수료)
제주환경운동연합 대안사회국장
제주이어도지역자활센터 친환경농업 팀장
(현)제주자연의벗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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