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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아파트 화재, 피난할 것인가 vs 대기할 것인가
기고 아파트 화재, 피난할 것인가 vs 대기할 것인가
  • 미디어제주
  • 승인 2024.02.05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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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고왕진 소방장 서귀포소방서 현장대응단
고왕진 소방장 서귀포소방서 현장대응단.
고왕진 소방장 서귀포소방서 현장대응단.

아파트는 국민 대다수가 거주하는 생활공간으로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2022년 전국의 아파트는 1,195만호로써 전체 주택의 63.5.%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두 번째로 높은 단독주택(20.6.%)에 비해 3배나 높은 비율로, 나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 친구, 직장동료 등 내 주변 소중한 사람들이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해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아파트의 인기 이유는 경제적 이점과 편리성, 인프라 등 여러 장점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아파트는 단일 대피경로(계단식)로 된 구조적인 특성과 다수가 모여있는 환경적 특성으로 인해 다른 주거 형태와 비교하면 화재 위험성이 높고, 대피 안전성은 취약하다.

2019년~2021년 화재통계에 의하면 아파트 화재 시 대부분(39.1%)이 대피 과정에서 인명피해가 발생하며, 대피 과정에서 발생한 인명피해 중 다수(27.4.%)는 ‘연기(화염)로 인한 대피 불가 상태’에서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3년 3월, 수원시 아파트 1층에서 발생한 화재로 화염 및 연기가 10층 세대 내로 확산되지는 않았으나, 연기가 계단실로 확산된 상황에서 계단실로 대피 중이던 10층 주민이 연기흡인으로 목숨이 잃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 아파트는 화재 시 98.2%는 발화지점 및 발화층으로 연소범위가 국한됨에 따라 다수층으로 화재가 확대되는 비율은 매우 제한적(1.4%)이다.

지금까지의 통계 내용을 살펴보면 아파트는 다수층으로 연소확대 가능성이 낮아 발화지점(층)과 거리가 있는 경우 무리한 대피보다 실내 구조요청이나 대기 등이 안전할 수 있고, 대피과정에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하므로, 화재 시 상황별 대피 전략이 요구된다. 미국 등 외국의 경우 불나면 무조건 대피가 아닌, 화재상황에 맞는 대피계획 수립 및 정기적 훈련을 실시하고 있으며 미국 방화협회(NFPA) 조사에 따르면 약 71%의 미국인이 화재 시 대피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한다.

소방청은 아파트 화재 시 피난대책 강화를 통한 주거안전 향상을 위해 ‘아파트 화재대피 행동요령(안)’을 수립하였다. ‘불나면 대피먼저’ 보다는 화재 상황에 맞는 ‘불나면 살펴서 대피’가 핵심내용이다. 4가지 상황으로 구분되며 피난행동요령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 자기집 화재로 대피가 가능할 경우, 낮은 자세로 안전한 장소로 대피한다. 대피 시 출입문을 닫고 엘리베이터는 타지 않으며 계단을 이용한다.

② 자기집 화재로 대피가 어려울 경우, 대피공간이나 경량 칸막이, 하향식 피난기구 등이 설치된 곳으로 이동한다. 화염 및 연기가 발생하는 곳으로부터 멀리 이동, 틈새를 막는다.

③ 다른 곳에 화재로 자기집으로 화염 또는 연기가 들어오는 경우, 대피가 가능하면 ①번과 같이, 대피가 어렵다면 ②번과 같이 한다.

④ 다른 층에 화재로 자기집으로 화염 또는 연기가 들어오지 않는 경우, 세대 내 대기하며 화재 상황을 주시하고 연기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창문 등을 닫는다.

①~④번에 공통내용으로는 119에 신고하고 나의 위치를 알리는 것이다.

모든 화재에서 피난의 왕도(王道)를 찾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아파트 화재 역시 그렇다. 피난을 해야 할지, 대기를 해야 할지 정해진 답은 없다. 그러기에 우리 모두가 평상 시 상황별 대피전략에 적합한 피난 행동요령을 숙지해야 할 것이다. 편안하고 즐거운 나의 집, 모두의 노력이 더해지면 더 안전하고 행복한 안식처가 될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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