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7 09:10 (토)
[기고] 참 나를 찾아가는 백의종군의 지혜
[기고] 참 나를 찾아가는 백의종군의 지혜
  • 고석만
  • 승인 2024.01.31 0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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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고석만 제주도중산간협동조합 이사장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에 함부로 그길을 어지럽히지 마라.
오늘 내가 걷는 이길이 반드시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

서산대사의 선시, 답설가에 나오는 구절이다.

성웅 이순신 장군은 전쟁 중 한산도에서 체포돼 한양으로 압송됐고 모진고초를 겪은 뒤 백의종군하면서 지형지물을 치밀하게 관찰했다.

그 결과가 모여 기암절벽이 험한 지형의 명량에서 기적적인 신화를 만들어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지난 2021년 7월 한국의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격상시켰다. 경제적으로는 세계사를 다시 써야 할 정도로 대단한 성취를 이뤄낸 대한민국이다.

반면, 부작용은 급격하게 더 커지면서 세상이 흉흉해지고 있다. 겉으로는 부자선진국에서 살면서 체감은 불행한 국민들이다.

삶의 무지와 물질중독화 현상으로 환경이 오염되고 사회정의는 타락하면서 가족은 붕괴되고 전통적인 사회안정망도 사라지고 있다.

천문학적인 혈세가 투입했지만 출산관련 지표는 점점 낮아지고, 2023말 기준 65세 이상 고령인구도 973만명으로 전체인구의 19%를 차지하여 초고령사회가 코앞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선혈이 낭자한 포식자들은 배가 터져도 사라지지 않는 허기로 이익 다투고 명예만을 좇고 있다.

온갖 사리사욕으로 축적된 부와 탁월한 술수로 꿰찬 명예를 축복으로 자만하며 살아가는 뻔뻔한 사람들은 더 끔찍하다.

여기에 공공성이 강해야 할 금융시스템마저 오직 성장논리로 가세하고 경제교란을 유발하면서 빈부격차에 부채질하고 있는 모양새다.

술은 천백성의 피요, 안주는 만백성의 기름이라
촛농 떨어질 때 백성눈물 떨어지고
노랫소리 높은 곳에 원성소리 높더라

고전 춘향전에 나오는 시구절이다.

결국 가난한 사람들의 등골을 빼먹는 꼴이 되어 서민들로부터 공분을 사고 있다. 그러나 참회하는 집단이나 사람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만인은, 만인 앞에, 만사에 대하여 죄인이다.‘

<카라마조프씨네 형제들>에서 노수도사가 강조한 말이다.

이보다 더 공동체정신을 가장 정확하게 설명해주는 말은 없다.

이즈음 피, 땀, 눈물을 오롯이 감당해야 할 미래를 짊어질 아이들이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자각하고 성찰하고 백의종군에 나서는 것은 온전히 이 시대 어른들 몫이다.

백의종군은 참 나를 찾아가는 지혜의 길이다.
산이 되고 바다가 되는 공공재의 길이다.
질문특권으로 세상의 빈틈을 파고드는 깊은 맛도 있다,
살만큼 살았고 누린 만큼 누린 사람들이 나서야 할 삶의 무대다.
뻔뻔한 자들은 환골탈태하고 눈뜬 사람들은 백의종군 감행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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