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7 09:10 (토)
"단절돼 버린 제주4.3 공교육, 교과서에서 벗어나야"
"단절돼 버린 제주4.3 공교육, 교과서에서 벗어나야"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4.01.25 14: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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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회 4.3특별위, 신진학자 연구결과 공개
이정원 교수, 공교육에서의 4.3융합교육 강조
제주한라대 이정원 교수가 25일 오후 제주도의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4.3특위의 제7회 4.3정담회에서 '4.3교육, 단절을 넘어 융합교육으로'라는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제주.
제주한라대 이정원 교수가 25일 오후 제주도의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4.3특위의 제7회 4.3정담회에서 '4.3교육, 단절을 넘어 융합교육으로'라는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현재 공교육에서의 제주4.3 교육이 '교과서'를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다른 많은 분야와 단절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제주도의회 4.3특별위원회는 25일 오후 제주도의회 소회의실에서 제7회 4.3정담회를 통해 '제주4.3 신진학자 미래과제 연구결과'를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연구결과 중에는 현재 공교육에서 이뤄지고 있는 4.3교육의 한계를 지적하는 내용도 있었다. 제주한라대 이정원 교수가 '4.3교육, 단절을 넘어 융합교육으로'라는 이름으로 이 문제를 지적했다. 

이 교수는 먼저 2022년 논란이 됐던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의 4.3 관련 내용 삭제를 언급했다. 

교육부는 앞서 2022년 11월 '2022년 개정교육과정'을 행정예고했다. 여기에선 종전 교육과정에서 ‘8.15 광복과 통일 정부 수립을 위한 노력’이라는 소주제에 ‘학습요소’로 포함됐던 제주4·3 관련 내용이 삭제됐었다. 아울러 ‘학습요소’를 달성하기 위한 ‘성취기준 해설’도 삭제된 바 있다. 

이 행정예고본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교과서에 4.3을 의무적으로 담을 이유도 사라지기 때문에, 교과서를 만드는 출판사에선 경우에 따라 교과서에서 4.3 관련 내용을 모두 뺄 수도 있었다. 

이 때문에 제주도교육청을 비롯한 교육계는 물론 4.3단체와 제주도의회에서도 반발하는 움직임을 보였고, 정부는 결국 교과서의 4.3기술 근거를 되살렸다.

이 교수는 이 사례를 언급하며 "당시 논란은 4.3교육에 대한 불안한 징후를 뚜렷하게 보여준 것"이라며 "집권 세력의 의지에 따라 언제든 4.3교육은 위축될 수 있고, 4.3은 교육을 통해 왜곡 및 폄하될 수 있음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4.3교육 위기가 전면화된 이후에도 교육의 지속성과 안전성을 구현하기 위한 사회적 담론이 제대로 생산되지 못하고, 오히려 관련 담론을 단절하는 형태의 4.3교육이 확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4.3교육의 활성화를 위해 기존의 교과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교수는 "4.3교육위기가 전면화된 이후 4.3교육의 담론은 '역사 교과서'에 한정돼 생산되고 있다"며 "이 담론에서 나타나는 최우선 관심사는 '한국사 교과서의 4.3기술 유무'이다. 윤석열 정부에 들어서 4.3교육의 미래를 좌지우지하는 조건이 한국사 교과서가 되어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어 "결국 교육계의 막중한 업무는 (4.3교육 자체가 아니라) 한국사 교과서에 4.3이 명시되도록 하는 것이 되어버렸다"라며 "이 지점에서 제기할 수 있는 질문은 '교과서 기술 유무와 상관없는 4.3교육은 불가능한가'이다. 교과서에 4.3이 기술되지 않은 상황을 극복할 새로운 상상력과 지역 연대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 4.3교육이 지역사회와 단절돼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이 교수는 "4.3교육은 한 차례 위기를 겪었음에도 지역사회와의 연대 등이 미진하다"며 "여전히 4.3교육은 지역사회 전체가 아닌 교육청과 학교 현장의 몫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와 같은 '단절'의 극복을 위해 '4.3융합교육'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4.3교육은 '인간 존엄'을 궁극적 목표로 갖는데, 이를 실현하기 위해선 학생들을 평화와 인권, 상생의 가치 등 공동체적 가치를 펼치는 민주시민이자 주체로 키워야 한다. 그런데 인간 존엄과 공동체적 가치는 역사 교과서만으로 배울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 제주대 일반대학원이 시행하는 4.3융합전공과정을 참고해 '토론' 위주의 4.3교육을 펼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 교수는 "대학은 4.3을 중심으로 교육학과 문학, 법학, 사학, 사회학, 인류학, 정신의학, 정치학, 철학 등의 융합을 통해 4.3을 교육한다"며 "이는 교육청과 일선 학교에 중요한 영감과 선례를 제공할 것이다. 또 이 과정에서 지역사회와의 연대 구조를 안정적으로 갖추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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