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7 09:10 (토)
박재형 작가의 신작 『이상한 도서관』
박재형 작가의 신작 『이상한 도서관』
  • 미디어제주
  • 승인 2023.12.20 14:02
  •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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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도서관] <1>
베지근한 몸국을 닮은 동화집

아이들의 동심과 성장을 그린 다섯 편의 동화
제주시민 ‘온가족 맛있는 책 읽기’ 추천 도서 

베지근한 몸국을 닮은 동화집이다. 최근 박재형 작가가 출간한 신작 『이상한 도서관』을 읽으며 생각났던 맛이다. 몸국을 처음 맛본 사람들은 오묘한 맛에 입맛을 다시며 미간을 모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참이 지나 문득 생각나는 맛이 베지근한 맛이다. 다시 생각나는 몸국처럼 이 동화집은 제주의 따듯한 정서가 묻어나 책을 덮어도 여운이 길게 남는다. 『이상한 도서관』 은 아이들의 순수한 동심과 성장을 그린 다섯 편의 동화가 수록되어 있다.

 박재형 작가는 1983년 아동 문예로 등단하고 41년 동안 초등학교와 교육청에서 근무하며 아이들을 위한 동화를 써왔다. 제주문학상을 수상한 『다랑쉬 오름의 슬픈 노래』, 『이여도로 간 해녀』, 『우리 아빠는 해남』 등 아름다운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기억해야 할 이야기, 따듯한 이야기를 써 온 동화 작가이다. 『이상한 도서관』에 수록된 다섯 편의 동화 중 세 편을 중심으로 소개해보려고 한다.

 『이상한 도서관』 표지/ 클로이 그림
 『이상한 도서관』 표지/ 클로이 그림

표제작인 「이상한 도서관」의 동권이는 매주 화요일 5교시 국어 시간을 도서관에서 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책 읽는 것은 너무 지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생님께서 책을 잘 읽으면 과자를 사 줄 수도 있다고 하신 말씀에 솔깃하는 동권이가 도서관에서 신기한 체험을 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이 동화는 누구나 겪을 법한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의 공감을 끌어낸다. 하기 싫은 숙제를 하듯 책을 읽는 아이들은 동권이의 “난 책이 싫어.” 말에 “맞아!” 맞장구를 칠 것이다. 요즘 아이들에게는 영상, 애니메이션, 게임 등 재미있는 오락거리가 너무나 많다. 책은 생각을 깊게 하고 통찰력을 키워주는 매체이다. 하지만 책의 높은 진입 장벽은 어른들도 예외는 아니다. 온갖 유혹을 뿌리치고 책을 손에 잡기는 쉽지 않다. 동권이는 과자를 먹기 위해 책을 집어 들었다.  그 동심이 귀여우면서도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동권이의 책 읽는 모습을 상상하다 보니 그 옆에 부모님도 함께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모습일거란 생각을 했다. 내 아이가 동권이 같다면, 오늘은 아이에게 동화를 읽어주면 어떨까.

「할아버지 구두 가게」의 하늘이는 할아버지가 만들어 주신 빨간 구두를 자랑스러워한다. 하늘이는 할아버지가 번듯한 구두 가게를 하는 줄 알았지만, 우연히 비좁은 건물 사이에 자리 잡은 고물상 같은 곳에서 구두 수선하는 할아버지를 보게 된다.

「할아버지 구두 가게」 삽화 /클로이 그림
「할아버지 구두 가게」 삽화 /클로이 그림

이 동화를 읽으며 나의 어린 시절의 부끄러운 감정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아빠는 일의 특성상 짐을 실을 수 있는 봉고차를 타고 다니셨는데, 나는 친구들이 타는 승용차와 달리 짐을 싣는 봉고차에서 내리는 게 부끄러웠다. 할아버지가 허름한 가게에서 구두 수선 일을 한다는 것을 안 하늘이의 심정은 어릴 적 내 마음과 같았을 것이다. 몸과 마음이 자라는 아동기는 자신의 가치관이 명확히 세워진 시기가 아니기 때문에 타인을 많이 의식하게 된다. 그런 하늘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따듯하게 안아주시는 할아버지는 정말 멋진 어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은 다양한 삶의 경험을 통해 희로애락의 감정을 느끼며 자아 성찰을 할 수 있다. 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올바른 삶의 방향을 깨닫기도 한다. 하늘이는 할아버지의 사랑을 가슴으로 느끼고 한 뼘 더 성장했을 것이다.

「시골집」 나래의 아빠는 집을 나가 노숙자가 되었다. 엄마는 돈을 벌기 위해 나래를 할머니에게 맡겼다. 나래는 새로 전학 간 작은 시골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받는다. 외로운 나래의 친구들은 할머니 집 마당에 놀러 오는 까치, 직박구리, 까투리, 고양이 같은 동물들이다. 나래는 우연히 까투리가 열두 개의 알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숨기고, 따뜻하게 품어주는 것을 본다. 나래는 까투리를 보며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시골집」 삽화 / 클로이 그림
「시골집」 삽화 / 클로이 그림

돈을 벌러 간 엄마와 떨어서 시골로 전학 간 나래가 친구들과도 어울리지 못하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하지만 나래는 그렇게 나약한 아이가 아니었다. 나래는 시골집에서 처음 본 까투리의 모성을 보며 엄마를 떠올린다. 엄마가 자신을 버린 게 아니라, 어떻게든 새끼를 지키려는 까투리처럼, 자신을 보살피기 위해서 할머니에게 맡겼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동화를 읽다 보면 스스로 슬픔을 이겨내고 희망을 찾아가는 나래를 응원하게 된다. 
나래를 보면서 아이들의 내면이 단단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부모들의 기우로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것들을 대신해주며 성장할 기회를 빼앗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된다. 이런 동화를 함께 읽으며 아이들에게 주인공의 마음을 헤아려보게 하고, 아이와 대화를 나누어 보면 좋겠다. 아이와 책 읽는 시간은 아이들의 성장을 함께 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숨비 소리」는 아파트에서 이층집으로 이사 간 나현이가 다락방에서 〈탐라순력도〉를 발견한다. 용두암에서 물질하는 해녀 그림인 ’병담병주‘를 통해 해녀들의 숨비소리에 담긴 애환을 이해하는 판타지 형식의 동화이다. 「허수아비의 노래」는 작은 학교 화단에 만들어진 두 허수아비 남매가 보행 보조기를 사용하는 다리가 불편한 남우를 응원하는 이야기이다. 

다섯 편의 동화는 자극적인 마라탕과 너무 다른 베지근한 몸국을 닮았다. 몸국을 접해 보지 않는 사람들은 몸국의 진미를 모르고 마라탕을 찾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감칠맛 나고 깊은 베지근한 맛을 알게 된다면 그 맛에서 헤어 나오기 어렵다. 요즘 많은 동화들이 자극적인 마라탕을 닮았다. 서사만 부각되거나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소재로 비슷한 형식으로 쓰인 동화들이 그렇다. 
『이상한 도서관』은 평범한 아이들의 고민과 상처를 극복하는 이야기로 애잔하면서도 따듯한 정서를 느낄 수 있다. 과자를 먹기 위해 책을 읽는 동심 가득한 동권이, 할아버지의 사랑을 깨닫는 하늘이, 엄마의 사랑을 이해하게 되는 나래, 해녀들의 애환을 이해하는 나현이, 다리가 아픈데도 긍정적으로 생활하는 남우는 우리 주변의 아이들이기도 하다. 
박재형 작가는 오랫동안 아이들과 함께했던 만큼 동심을 잘 이해하고 아이들의 마음을 동화에 잘 녹여냈다. 동화의 내용과 정서가 부모님도 함께 공감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어서, 제주시민 ‘온가족 맛있는 책 읽기’에서 선정한 추천도서이다. 박재형 작가의 『이상한 도서관』을 가족이 함께 읽으며 맛있는 책 읽기를 하는 가정이 많아지길 바란다. 아이들이 몸국을 첫입에 좋아하지 않겠지만 부모님과 한 입, 두 입 함께 먹어 본다면 그 베지근한 맛을 알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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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희 2023-12-20 19:40:52
<이상한 도서관> 책 내용이 너무 궁금해지네요. 박재형 작가님의 다른 책들도 찾아봐야겠어요.

앤설리반 2023-12-20 18:48:50
몸국은 따뜻하고 약간의 끈끈한 되직함이 있어야 제 맛이 난다고 생각합니다. 박재형 작가님의 글이 그런 몸국 같아 보입니다~~

이경아 2023-12-20 17:37:55
베지근한 맛이 담긴 박재형 작가님의 책을 다시금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쌀쌀한 날씨에 걸맞은 따뜻한 칼럼 감사드려요~~♡

가을하늘 2023-12-20 16:27:34
박재형 작가남 신간 꼭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정마주 선생님의 <맛있는 도서관 >칼럼 축하드려요❤️

이명은 2023-12-20 15:45:59
제주의 이야기가 담겼다고 하니 책 내용이 더 궁금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