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7 09:10 (토)
각종 문제 몸살 앓는 전세계 대도시, 해결책은 'N분 도시'
각종 문제 몸살 앓는 전세계 대도시, 해결책은 'N분 도시'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3.11.22 11: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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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가 그리는 미래, 15분 도시 ①] 세계 각국의 'N분 도시'는?
프랑스 파리, 각종 사회문제 해결책으로 '15분 도시' 추진
미국 디트로이트 등도 도시 재건 위해 '20분 도시' 도입
제주도, 인구 밀집·지역불균형 등 '15분 도시'로 해결 논의

제주는 많은 이들이게 천혜의 자연환경이 위로를 주는 '힐링'의 공간이었다. 하지만 정작 '힐링'을 꿈꾸며 제주로 찾아온 이들이 마주한 현실은 녹록치 않다. 많은 인구가 제주 동지역에 집중되며 지역불균형 문제는 날로 심화돼고 있다. 동지역에서는 늘어난 인구와 차량 등으로 극심한 교통혼잡과 주차난 등이 불거지며 주민들의 거주만족도는 떨어진다. 더군다나 이전까지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시도도 사실상 없다시피 했다. 문제는 방치되면서 수년 동안 곪아갔다. 그 와중에 민선8기 제주도정이 '15분 도시 제주'의 구현을 꺼냈다. 이를 통해 제주가 가진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고, 제주에서 살아가는 도민들의 삶의 질을 더욱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미디어제주>는 4차례의 기획보도를 통해 민선8기 제주도정이 만드는 '15분 도시 제주' 모습을 보다 심도 있게 살펴보고자 한다.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프랑스 ‘파리’라고 하면 많은 이들이 ‘낭만’이란 단어를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수많은 예술가들이 파리 시내를 거닐며 수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냈고, 도시에 흔적을 남겨놨다. ‘낭만’이 가득한 많은 이야기들이 이 도시를 배경으로 펼쳐졌다. 사람들은 그런 이야기에 빠져든다.

파리는 수많은 문학작품과 영상매체 등을 통해 노출되기도 했다. 사람들은 문학작품과 영화 등을 통해 ‘파리’라는 도시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많은 작품들이 제목에서부터 ‘파리’라는 도시의 명칭을 그대로 노출시키기도 한다. 파리가 가진 유명세와 매력적으로 형성된 이미지 때문일 것이다.

프랑스 파리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개선문' /사진=픽사베이.
프랑스 파리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개선문' /사진=픽사베이.

그 뿐만이 아니다. 에펠탑과 개선문, 노트르담 대성당, 루브르박물관, 몽마르뜨 언덕 등 이름만으로도 사람들의 여행 욕구를 분출시키는 명소들이 즐비해 있다. 파리는 이름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꿈속에서 그려볼만한 도시로 자리를 잡고 있다.

하지만 파리는 사람들이 자세히 들여다보지 못한 다른 면모도 가지고 있다. 파리의 면적은 105㎢로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과 비슷한 크기지만 인구는 안덕면 인구의 166배에 달하는 216만명이다. 2020년 기준 ㎢당 인구밀도는 2만500명이다. 전세계 대도시들 중 가장 높은 인구밀도다. 국내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도시인 서울 인구밀도 1만5560명보다 더욱 높다. 국내에서 두 번째로 인구밀도가 높은 부산의 4272명과 비교하면 인구밀도가 5배 가깝게 높은 수준이다.

파리의 인구 216만명은 파리 중심의 20개 구만 집계를 한 것이다. 파리 외곽 인구까지 더하면 1200만명이 훌쩍 넘는다. 파리를 중심으로 한 유동인구만 하루 900만명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다. 도심에서 각종 문제가 나타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파리의 교통혼잡도는 악명이 높다. 특히 주차난이 매우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치안도 유럽의 수많은 도시들 중에서도 좋지 못한 축에 속한다.

많은 인구가 몰려 있다보니 부동산 시장에서도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할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프랑스 파리의 부동산 가격은 유럽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비싼 수준을 보인다. 이외에 좁은 도시에 많은 인구가 몰리면서 기후변화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

이처럼 매력적인 이미지에 가려진 많은 문제점들이 농축된 곳이 ‘파리’라는 도시다. 하지만 파리는 이 문제점을 그냥 방치하고만 있진 않았다. 2020년부터 시장의 공약으로 프랑스 파리에서 ‘15분 도시 실험’이 시작됐다. 교통체증과 주민 편의성의 증진, 도시공간의 재생, 대기오염의 해소 등을 위해 15분 도시가 조성되기 시작했다.

프랑스 파리가 내세운 15분 도시는 ‘집에서부터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사무실, 유아원, 병원, 상점, 학교, 공원 등을 이용하면서 일상활동을 할 수 있는  집에서 가까운 도시를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파리는 이를 바탕으로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망을 확장하고, 자전거 도로망과 자전거 공유시스템을 개선하는 등 자전거 이용 활성화를 꾀했다. 실제로 2020년 이후 상당한 수준의 자전거 도로망이 구축되고 기존의 주차장 등은 공원 등으로 대체되고 있다. 이를 통한 보행공간의 확장도 이뤄지고 있다.

프랑스 파리의 모습. /사진=픽사베이.
프랑스 파리의 모습. /사진=픽사베이.

도시문제를 이 ‘시간개념 도시’로 해결하려는 곳은 파리만이 아니다.

한 때 미국의 자동차 산업 중심지였던 도시 ‘디트로이트’는 캐나다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데다 오대호에 면해 있어 운송과 교통이 편리했다. 덕분에 이를 토대로 급속한 발전을 이룩할 수 있었다. 디트로이트의 산업이 발전하면서 일자리를 찾아 많은 인구도 급증했다. 19세기 중반 9000여명에 불과했던 인구는 100여년만에 185만명까지 불어났다.

하지만 이처럼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각종 사회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더해 백인과 흑인 사이에 갈등이 증폭되면서 1967년 ‘디트로이트 폭동’ 등이 발생했고, 이를 기점으로 디트로이트에서 인구가 빠르게 줄었다. 2018년 기준으로 57만명까지 감소했다.

급격한 인구의 감소는 ‘도심공동화’ 현상을 불러왔다. 도시에 빈집이 빠르게 늘어갔고 이와 같은 빈집은 범죄 현장으로 활용되면서 도시의 치안도 극속도로 악화됐다. 인구의 감소는 세수의 감소를 가져왔고 시의 재정악화를 부채질했다. 여기에 글로벌 경제위기 등이 겹치면서 디트로이트는 미국 역사상 최초로 ‘파산 선언’을 한 도시가 되기도 했다. 몰락한 도시의 대명사로 여겨지기도 한다.

프랑스 ‘파리’가 지나치게 높은 인구밀도로 인한 도시 문제가 불거졌다면, 디트로이트는 반대로 급격하게 줄어든 인구에 대내외적인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도시문제가 불거진 케이스다. 상반되는 사례이지만, 디트로이트 역시 문제의 해결을 ‘시간개념 도시’에서 찾고 있다.

'몰락한 도시'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미국 디트로이트 전경. /사진=픽사베이.
'몰락한 도시'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미국 디트로이트 전경. /사진=픽사베이.

디트로이트는 ‘20분 도시’ 정책을 추진, 이를 통해 주거 지역과 상업 지역, 업무 지역 등을 균형있게 조성해 산업쇠퇴와 인구감소로 인한 경제회복에 나서고 있다. 특히 ‘자동차 중심의 도시 공간을 탈피하고 활력있고 안전하며 편리한 보행친화적 생활공간을 조성한다’는 목적 하에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대중교통망 개선과 녹지공간 조성 등을 통해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강화하고 있고, 빈집 정비와 노후주택 개조 등을 통해 다양한 주거 시설의 공급 등에도 나섰다. 버려진 철도 시설 등은 자전거 및 보행자 전용도로 등으로 탈바꿈 시켜 보행자의 이동권 제고와 자전거 활성화를 꾀하고 있기도 하다.

디트로이트는 이와 같은 정책을 통해 ‘부활하는 도시’의 이미지로 재탄생하고 있는 중이다.

이외에도 세계의 주요 도시가 ‘시간개념 도시’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미국의 포틀랜드와 호주 맬버른 등은 ‘20분 도시’ 개념을 도입해 교통혼잡 완화와 도시의 지속가능성 등을 강화하고 있다. 오버투어리즘으로 몸살을 앓았던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도 ‘시간개념 도시’의 도입을 통해 각종 문제 해결에 나선 상황이다.

제주도 역시 현재 이와 같은 세계 유명 도시들이 갔던 길을 가려 한다.

제주시 전경. /사진=미디어제주.
제주시 전경. /사진=미디어제주.

제주도 역시 앞서 언급된 도시들 못지 않은 다양한 문제들을 도시 안에 쌓아두고 있다. 제주 전체로 봤을 때 ㎢ 인구밀도도 377명 불과해 다른 도시들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제주인구의 55%인 38만8633명이 제주 전체 면적의 13.8%에 불과한 제주시 동지역에 몰려 있다. 제주시 동지역만 따로 놓고 보면 왠만한 대도시 수준의 인구밀도를 보인다.

더군다나 도심지역에서는 수십년 전에 계획된 도시계획의 영향으로 도로가 좁고 보행로는 확보가 안돼 있다. 이와 같은 곳에 인구가 몰리고, 이들이 운행하는 차량이 몰리면서 도심 내 교통혼잡은 극심해지고, 주차난은 가속화된다. 인구 증가에 따라 각종 생활 필수 인프라도 몰려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도심 혼잡도 증가로 인해 이에 대한 접근이 쉽지 않다.

동시에 인구가 적은 읍면지역에서는 생활 필수 시설의 절대적 부족에 시달리며 지역 불균형 문제가 극심해지고 있다.

이와 같은 문제의 해결을 위해 도입되고 있는 것이 ‘15분 도시 제주’ 개념이다. 제주도는 현재 15분 도시 제주의 도입을 위해 관련 용역을 추진 중에 있으며, 동지역 2곳과 읍·면지역 2곳 등 모두 4개의 시범지역을 선정해 15분 도시를 시범적으로 추진하려 한다.

2개의 동지역과 2곳의 읍·면 지역은 앞서 언급된 대략적인 제주의 문제점이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 4곳은 과연 어떤 곳이고,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점을 갖고 있을까? 제주도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려고 하고 있을까?

<기사는 이어집니다.>

<이 기사는 제주도로부터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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