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7 09:10 (토)
시인 김시종 선생의 인생 역정 ‘연극, 김시종’ 첫 무대
시인 김시종 선생의 인생 역정 ‘연극, 김시종’ 첫 무대
  • 홍석준 기자
  • 승인 2023.11.21 1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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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일본 오사카 재일한국기독회관에서 첫 공연 성황리에 개최
사범학교 진학, 남로당 가입 후 3.1절 기념대회 준비 과정 등 다뤄져
시인 김시종 선생이 지난 18일 일본 오사카에 있는 재일한국기독회관에서 처음 무대에 올려진 '연극, 김시종' 공연이 끝난 직후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제주
시인 김시종 선생이 지난 18일 일본 오사카에 있는 재일한국기독회관에서 처음 무대에 올려진 '연극, 김시종' 공연이 끝난 직후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재일 조선인 시인 김시종 선생의 인생 역정을 다룬 ‘연극, 김시종 – 조선과 일본에 살다’ 첫 공연이 일본 현지에서 무대에 올려졌다.

지난 11월 18일 오후, 일본 오사카 재일한국기독회관에서 열린 이 연극 공연은 아코디언 반주와 시인 김시종 선생 역할을 맡은 배우의 나레이션이 젊은 시절 김시종 선생의 흑백사진과 함께 담담하게 이어지면서 시작됐다.

연극은 김시종 선생이 1929년 부산 해변의 ‘함바’ 집에서 태어나 어머니에게 ‘바우’라는 아명으로 중학생 때까지 불리워진 얘기, 세 살이 되던 해 함경도 원산의 할아버지에게 보내졌다가 일곱 살 때 어머니의 고향인 제주로 돌아와 소년 시절을 보낸 얘기로 이어진다.

또 군사학교에 진학하려다 아버지의 만류로 사범학교에 진학하게 된 사연, 중학교 졸업 1년 전에는 아버지가 3.1 독립만세 시위에 나섰다가 학교에서 쫓겨나 방랑하던 끝에 제주도에 자리를 잡게 된 사연도 소개된다.

열일곱 살, 해방을 맞이하게 된 그 해 여름은 김시종에게는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김시종은 “햇빛에 노출된 필름처럼 모든 것이 새까맣게 어두워졌다. 힘쓰고 노력해 가까스로 몸에 익힌 일본어가 더 이상 의미를 만들지 못하는 어둠의 언어가 되고 말았다”고 당시를 회고하기도 했다.

이듬해 열여덟 살이 되던 해, 김시종은 국어를 동료에게 배우면서 조금씩 학생활동가로 변모하게 된다.

자신에게 처음 다가온 민족시인 이육사의 ‘청포도’를 들려준 스승의 가르침을 받고 제주로 돌아와 제주도 인민위원회에서 허드렛일을 하다 자연스럽게 남로당에 입당, 1947년 3‧1절 기념대회 때는 준비 단계부터 준비위원회 임원들 사이에 연락 임무를 맡기도 했다.

이후 3.10 총파업이 도 전역으로 확산되는 소용돌이 속에서 경찰에 붙잡혀 취조를 받다가 석방됐고, 남한 단독선거가 결정된 직후 소집된 연락회에서는 ‘오름에 봉화가 오르는 것은 산이 진달래로 물드는 어느 날이다’라는 궐기 준비 통지를 받게 된다.

김시종 역할을 맡은 배우는 “토해낼 수 없는 도민의 분노가 기화된 가솔린처럼 공중에 가득 차 언제 발화해도 이상할 것 없는 상태로, 제주도의 봄은 진달래가 산을 물들이는 4월을 맞이하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후 우체국에 있던 동료가 토벌대에 붙잡혀 처형당한 데 대한 보복으로 우편물을 불태우는 임무를 받은 화염병을 들고 잠입했던 동료가 불을 지르는 데 실패하고 빠져나오지 못한 채 현장에서 총에 맞아 죽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하고 도망쳐야 했던 당시의 회한을 토로하기도 했다.

결국 김시종은 토벌대를 피해 숨어지내다가 아버지가 집을 저당잡히면서까지 돈을 마련해 일본으로 피신하게 된다.

일본으로 밀항하기 직전 무인도인 관탈섬으로 피신해 있었던 소년 김시종에게 바다는 ‘그 물방울 / 하나하나에 / 표현하지 못한 / 소년의 말이 있다. / 애타게 기다리다 / 바닷가 / 조각상이 된 / 소년의 / 울적한 / 기억에 / 온종일 / 파도가 / 무너진다.’라는 시 구절로 기억에 남게 된다.

시인 김시종 선생 부부가 지난 18일 처음 무대에 올려진 '연극, 김시종' 공연을 관람하고 있는 모습. /사진=미디어제주
시인 김시종 선생 부부가 지난 18일 처음 무대에 올려진 '연극, 김시종' 공연을 관람하고 있는 모습. /사진=미디어제주

이날 첫 공연을 성황리에 마친 ‘연극, 김시종’은 제주4.3 76주년이 되는 내년 하반기에 제주에서도 선을 보일 예정이다.

연극이 모두 끝난 후 인사말을 하기 위해 마이크를 잡은 김시종 선생은 “오늘 공연에 제주에서도 많은 분들이 와주셨다”면서 “많은 분들의 열정을 하느님께서도 받아주셔서 (오늘 공연이 성사돼) 참으로 깊은 감명을 받았다”는 소감을 피력했다.

특히 이번 연극 공연이 처음 무대에 올려진 이날은 김시종 선생 부부의 결혼기념일이어서 그 의미를 더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연극, 김시종’ 공연은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와 제주민예총, 재일본 제주4.3희생자유족회, 제주4.3을 생각하는 오사카 모임, 제76주년 재일본 제주4.3희생자위령제 실행위원회가 함께 마련한 자리였다.

지난 18일 처음 무대에 올려진 '연극, 김시종' 공연에는 일본 현지와 제주에서 많은 관람객들이 참석해 김시종 선생의 인생 역정을 반추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사진=미디어제주
지난 18일 처음 무대에 올려진 '연극, 김시종' 공연에는 일본 현지와 제주에서 많은 관람객들이 참석해 김시종 선생의 인생 역정을 반추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사진=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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