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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개발, 이제 되돌아 볼 때 2
도로 개발, 이제 되돌아 볼 때 2
  • 미디어제주
  • 승인 2023.09.11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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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수남의 생태적 시선 <9> 도로개발이 만드는 치명적 문제

도로는 한국 사회에서 개발의 첨병이었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고속도로는 발전의 지름길이었고 자본과 인력을 전국으로 퍼뜨린 핵심 플랫폼이었다. 하지만 이미 도로의 역할은 끝난 지가 오래되었다. 오히려 도로개발로 인해 환경생태계문제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역효과 문제까지 심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전국적으로 특히 제주도는 여전히 도로 개발이 가장 활발한 지역이다. 제주도는 서울을 제외하고 도로 포장률이 가장 높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왜 도로개발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일까? 이제 도로개발은 문제점을 정부에서, 지자체에서 인식하고 전환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에 있다. 이에 도로 개발, 이제 되돌아 볼 때란 주제로 4회에 걸쳐 연재하려고 한다

1. 도로개발로 인해 만들어지는 수많은 섬들

도로개발로 인해 그곳을 차지하고 있던 들꽃과 나무, 곤충, 동물들은 소리 없이 사라진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욱 무서운 것은 도로개발로 인한 생태계단절로 수많은 「섬」들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생태계는 그 규모가 좁아질수록 곤충, 동물의 수가 줄어든다. 근친교배가 늘어나면서 열성유전자가 만들어지고, 먹이구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멸종이 가속화된다. 또한 도로를 건너면서 수많은 동물들이 치여 죽게 되는 로드킬도 무시 못 한다.

제주도는 해안에서부터 한라산까지의 하나의 완벽한 생태계를 이루고 있었으나 해안도로에서부터 한라산까지 수많은 도로가 개설되면서 갈기갈기 찢겨져 버렸다. 그래서 섬인 제주도는 또 그 안에 수많은 섬들이 만들어져 버렸다. 평화로나 번영로처럼 중산간지대에 만들어진 도로는 한라산에서부터 해안으로 이어지는 생태계를 단절했고 해안도로는 바다의 자궁인 조간대나 해안사구를 파괴하면서 해양생태계 교란과 함께 독특한 경관을 파괴하고 있다.

더욱이, 수많은 제주의 역사유적이 파괴되고 있다. 해안도로를 건설하면서 도 지정 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는 환해장성을 훼손하였고 자갈 구르는 소리가 일품이었던 알작지도 해안도로로 훼손되어 버렸다.

▲ 사계 해안사구의 1차사구와 2차사구를 단절해버린 해안도로
▲ 사계 해안사구의 1차사구와 2차사구를 단절해버린 해안도로

이러한 문화유적은 아니지만 제주도라는 지역성을 훼손하는 사례도 있다. 평화로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높은 고가도로, 절성토로 인한 높은 옹벽, 고속도로처럼 속도를 내는 자동차들의 모습은 제주도답지 않다는 평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평화로를 타면 전혀 평화롭지 않다.

▲ 아름다운 조약돌과 자갈 구르는 소리로 유명한 알작지 해안은 도로개발로 인해 원형을 잃었다.
▲ 아름다운 조약돌과 자갈 구르는 소리로 유명한 알작지 해안은 도로개발로 인해 원형을 잃었다.

2. 안전하지 않은 넓은 도로

도로를 새로 개설한다거나 기존도로를 확장하고 구불구불한 도로를 직선화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도로를 확장해야 한다는 논리는 전혀 근거가 없는 얘기이다.

우선 도로가 확장되면 일부 구간에서 자동차의 속도가 향상된다. 속도가 높아진 상태에서 사고의 확률은 더 높아지며 일단 일어난 사고는 더 치명적이며 중상이나 사망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은 훨씬 커진다. 즉, 제 1횡단도로(5·16도로)의 교통사고율 보다는 평화로의 교통사고율이 더 높을 수밖에 없고 치명률도 높은 이유이다.

3. 마을공동체의 단절

로드킬은 뭇생명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도로는 인간들에게도 수많은 로드킬을 안겨주고 있다. 이처럼 도로의 신설이나 대규모의 확장은 마을공동체의 단절을 가져온다. 조그만 마을을 지나던 좁은 도로가 편도 3차선, 4차선으로 확장되면서 그 마을의 교통사고는 증가할 수밖에 없고 치명률도 높을 수밖에 없다.

몇 발짝 걸으면 갈 수 있었던 이웃집이 먼 곳이 되어버리고 어린이나 노인이 건너기에 너무나 위험한 곳이 되어버린 것이다. 늦은 밤에도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 자동차의 소음은 그들의 신경을 날카롭게 만든다. 그 누구도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마을공동체가 단절되고 있는 것이다.

▲ 넓은 도로는 차량의 소통은 빨리 되지만 마을안의 소통을 단절시켜 버린다.
▲ 넓은 도로는 차량의 소통은 빨리 되지만 마을안의 소통을 단절시켜 버린다.

실제로, 오래전 한 방송국에서 제작한 프로그램 중에는 지나친 교통사고로 인해 마을 자체가 황폐화되어버린 내용이 나온 적이 있다. 신기한 내용을 위주로 제작하는 그 프로그램에서는 교통사고가 일어나는 원인을 억울하게 죽은 원혼에 의한 것이라고 암시적으로 몰아가는 엉뚱함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결국 그 프로그램 내용 중에도 나왔듯이 원인은 도로의 확대과정에서 도로의 구조를 잘못 설계했기 때문이다.

제주도의 경우에도 조그만 마을의 도로가 크게 확장되면서 노인들과 어린이들, 장애인들이 건너기 어려운 곳이 되어버린 마을들이 많다. 사고의 위험성도 커지면서 예전처럼 길 건너에서 말을 걸던 문화가 사라지고 마을 사이에 큰 장애물이 놓여 있는 것이다.

도로의 공급에는 열심이었지만 그 지역의 문화를 읽고 예측되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없었던 결과이다. 어쩔 수 없었다는 이유를 제시하면서, 교통사고의 대부분의 원인을 보행자와 차량운전자들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다. 그러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정책들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한 기법들을 적용하려고 노력하지 않았을 뿐더러 도로개설이나 확장 후에도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 원인이라 할 수 있다.

4. 대규모 도로의 건설은 도시를 확장 심화시킨다.

도로가 대규모로 건설되면 당연히 도시는 확장된다. 이것은 사람들이 목적지까지 가는데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15분을 걸어서 갈 수 있는 동네 가게 대신에 다른 대도시에 있는 대규모 복합 상가까지 25분을 운전해서 쇼핑을 즐기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동네 상점들은 사라져가고 대규모의 자본만 살아남는 악순환을 반복한다. 이러한 도시의 확장은 결국 노인, 어린이,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이 더욱 힘든 생활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들이 승용차를 몰고 대도시의 복합 상가까지 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도로는 사회간접자본 시설 중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개발의 수요를 끌어들이게 된다. 그리고 지방정부입장에서도 도로가 개설된 곳은 개발이 진행될 것이라는 것을 부정하지 못하고, 그 외의 상하수도, 혹은 전기 등의 시설이 설비되지 않은 핑계로 규제를 하게 된다. 도로가 공급되어 있으면 결국에는 평면적 확산을 막을 수 없고, 그 결과 자연환경은 훼손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5. 대중교통의 몰락을 촉진한다

도로를 개설하거나 확·포장하는 명분은 늘어나는 교통수요를 감당하여 원활한 교통소통을 위해서이다. 하지만 도로개설과 확·포장은 또 다른 수요를 불러일으킨다. 도로가 신설되면 그 도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또다시 승용차들이기 때문이다.

우선 새로운 방향으로의 통행이 가능해지며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일부 통행빈도가 증가한다. 또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직장을 구하며 통행시간의 단축을 기대한 일부 시민이 대중교통에서 승용차로 통행방법을 전환한다. 그렇게 되면 버스회사들의 영업이익이 감소되면서 서비스 질이 떨어지고 노선수도 줄어들 수밖에 없어 대중교통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자가용 승용차 이용을 부추기게 되는 것이다.

6. 경제적 효과라는 허울로 포장된 도로개발

우리는 도로를 뚫고 확장하면서 막연히 경제적인 효과가 클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이른바 「비용편익분석」이라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 과정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비용편익분석은 도로가 신설되거나 확장되면 운행시간 단축으로 엄청난 시간 이익과 유류절약 이익이 발생하고, 도로가 막히지 않아 대기오염이 줄고, 교통사고가 줄어들어 엄청난 이익만 있다는 식의 왜곡된 분석방식이 일반화돼 있다.

하지만 이들 분석은 이미 허구성이 드러났으며 이외에도 계상되지 않은 사회적 비용에 대해서 입을 다물고 있다. 먼저 도로를 건설, 정비하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이다.

제주도를 들여다보자. 수많은 도로의 건설이 그 천문학적인 투자에 대비할 만큼 경제적 효과를 주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또한 도로의 개설, 확·포장으로 늘어나는 교통사고, 보행자나 자전거 이용자에게 미치는 영향, 침수피해 등 주민들이 입게 될 다양한 피해와 그리고 화폐가치로 환산할 수 없는 경관과 생태계의 파괴, 지하수 고갈의 문제 등을 따져보았을 때 과연 투자만큼 거두어들이고 있는 것인가 되돌아보아야 한다.

우리는 도로가 가난한 지역을 부유하게 만들어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지만 오히려 가난한 지역을 더욱 가난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은 잘 모르고 있다. 원래 도로는 가난한 지역을 개발하여 가난으로부터 벗어나도록 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도로는 단지 차량의 움직임과 사람의 움직임만이 아니라 정보, 문화, 그 외의 기술이나 권력 등도 움직이게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성장거점이론은 성장거점을 정하여 그 거점을 계속 성장시키면 그 열매가 인근 지역으로 흘러들어가 인근지역이 성장하게 될 것이며, 그 결과 국가전체가 균형적인 성장을 할 것이라고 보는 견해이다. 우리나라의 개발정책이 이러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다. 사람과 돈은 이미 사람과 돈이 모여 있는 곳, 즉 부가가치를 크게 창출할 수 있는 곳으로 모인다. 예를 들어 제주시를 성장거점으로 정하고, 제주시에 많은 재원을 퍼부으면 제주시는 계속 성장하고, 주변지역은 오히려 쇠락하게 될 것이다. 어떻게 보면 지금의 제주시와 인근 자치단체지역과의 모습과 유사하다. 즉 인근지역으로 성장의 떡고물이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주변지역의 사람과 자본이 더욱 더 성장거점으로 집중하게 된다.

가정을 하여 서귀포와 제주시를 가로지르는 한라산에 터널을 뚫고, 제주대학에서 토평동까지 15분에 주파할 수 있도록 하면 서귀포시는 발달할 것 같지만 오히려 서귀포에 거주하는 사람들 중 많은 이들이 제주시로 옮겨올지도 모른다. 서귀포에서 상점을 하시던 시민, 서귀포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이전에는 출·퇴근이 부담스러워서 서귀포에 살면서 아이들만 제주시에 자취를 시키는 형상이었다.

그런데 20분에 접근할 수 있다면 이제는 역으로 모두가 제주시로 이사를 오고, 직장이 서귀포라 하더라도 제주시에 살면서 서귀포에 출·퇴근하려할 것이다. 이미, 평화로의 확·포장 이후 서귀포시에서 제주시로의 이동속도가 빨라지면서 서귀포시에서 이뤄지던 쇼핑과 문화생활의 일부가 제주시로 이동하고 있음을 목격할 수 있다.

또 하나의 현상은 우회도로 때문에 생기는 지역상권의 낙후현상이다. 이것은 애월읍과 조천읍 등 여러 지역에서 목격할 수 있다. 애월읍과 조천읍을 지나던 많은 차량들이 신설우회도로로 몰리게 되었고 애월읍과 조천읍의 상권은 낙후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을 보아도 알 수 있듯이 마구잡이식 도로의 개발이 오히려 지역상권의 붕괴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7. 도로개발로 인한 재해와 지하수 형성 저해

제주도는 아무리 비가 많이 와도 재해를 입는 일이 흔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폭우가 쏟아지면 제주도 곳곳에서 침수피해가 일어나는 다반사이다. 큰원인 중의 하나가 바로 도로 개발이다.

제주도의 선조들은 물길을 거스르지 않으려고, 물길을 피해 마을을 형성하고, 다시 그 물길이 마을로 들어와 마을 기슭을 훼손하면, 자연스럽게 그 물길을 피하여 마을의 지형을 바꾸면서 적응하면서 살아왔다.

하지만 수많은 도로 건설로 인해 빗물이 지하로 침투하지 못하고 도로 위를 흐르다 낮은 지대인 하천으로 몰려들고 이것이 하천의 유량을 급속도로 늘리면서 침수피해가 늘 수밖에 없다. 이것은 또한 지하수 형성을 저해하는 큰 요인이기도 하다.

 

양수남의 생태적 시선

양수남 칼럼니스트

제주대학교 농업경제학과 대학원(수료)
제주환경운동연합 대안사회국장
제주이어도지역자활센터 친환경농업 팀장
(현)제주자연의벗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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