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기숙사에서 산다. 육아 종료를 선언한다.
가끔은 내가 아이를 다시 키운다면 어떻게 할까를 생각한다. 물론 아이를 언제 다시 키우겠나라는 생각이 들긴 한다. 하지만 하이케 팔러가 쓴 《100 인생 그림책》의 94세 노인의 말인, ‘빈 나무딸기 잼 병을 지하실로 가져다 놓으면서 너는 생각하지. 누가 알겠어, 이게 또 필요할지?’처럼, 또 어찌 알겠는가? 내가 자녀를 다시 키우게 될지.
생각은 그 자체로는 죄가 되지 않는다.
아이를 키우면서는 양육(養育)이냐, 본성(本性)이냐는 고민으로 점철되었다. 양육을 하고 싶었으나, 항상 아이는 본성이 강했다. 부모로서 아이 인생의 주인공이 되고 싶은 욕심을 억누르며, 아이의 본성을 살리는 데 주력했다.
아이를 다 키우고 나서는 사육(飼育)이냐, 교육(敎育)이냐는 고민이 든다. 동물의 사육이나 자녀의 양육은 주인이나 부모가 주인공이다. 하지만 교육의 경우 주인공은 본인이고, 조연은 연령대에 따라 밥상머리 교육(어린이), 학교와 같은 제도권 교육(초중고대학교), 마지막으로 평생교육(학교교육 이후) 세 가지가 될 것이다.
이제 곧 아이는 세상으로 나갈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며 과거, 현재, 미래를 수도 없이 왔다 갔다 할 것이다.
가끔 생각한다. 나는 어렸을 때 어땠지?
아이도 그럴 때가 있을 것이다. 그때 아빠의 대답은 이렇다.
아빠의 일기장인 네 권의 책을 읽어보렴.
그리고 덧붙이겠다.
너는 양육이나 사육을 당한 것이 아니라, 본성에 따라 교육을 받으며 자란 대한민국의 몇 안 되는 능동적인 자유인이라고.
프리모 레이가 쓴 《주기율표》에 있는 구절을 인용해본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모인다고 작은 모기 한 마리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아니, 그것을 이해조차 못 할 것이다. 이것은 수치스럽고 혐오스러운 일이다.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
그렇다. 이 세상 모든 부모들이 모이더라도 아이 한 명을 만들어 낼 수 없다. 자식은 부모를 통해 왔을 뿐, 원하는 자식 한 명을 만들 수는 없다.
십몇 년의 육아 후 이 한 가지를 깨닫고, ‘육아종료선언’이라는 외침으로 아이를 위한 아버지의 일기장을 덮는다.
일상의 조각모음
홍기확 칼럼니스트
2004~2010 : (주)빙그레, 파주시, 고양시, 국방부 근무
2004~2010 : (주)빙그레, 파주시, 고양시, 국방부 근무
2010~현재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근무
수필가(현대문예 등단, 2013년)
경영지도사(마케팅), 박물관 및 미술관 준학예사, 관광통역안내사(영어)
현 서귀포시청 공무원 밴드 『메아리』회장 (악기 : 드럼)
저서 : 『평범한 아빠의 특별한 감동』, 2015년, 지식과감성#
『느리게 걷는 사람』, 2016년, 지식과감성#
『일상의 조각모음』, 2018년, 지식과감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