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7 09:10 (토)
“제주국제관악제 무대에 오르니 승천할 것 같아요”
“제주국제관악제 무대에 오르니 승천할 것 같아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3.08.09 10: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대문구 주니어윈드오케스트라, 제주서 첫 공연
8월 7·8일 2회 공연…‘환호’와 ‘갈채’ 담뿍 받아
“내년에도 제주 무대에 서고 싶다” 희망 드러내
제주국제관악제에서 공연을 하고 있는 서대문구 주니어윈드오케스트라. 서대문구
지난 8일 제주시내 수은근린공원 야외무대에서 공연을 하고 있는 서대문구 주니어윈드오케스트라. ⓒ서대문구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하늘로 오르는 느낌은 어떨까. 세상 그 어디에도 없는 느낌이며, 최상의 느낌일 때라야 하늘까지 마음이 닿는다. 놀랍게도 그런 아이들이 있다. 서대문구 주니어윈드오케스트라 단원들은 그랬다. “승천할 것 같다”고 말을 던졌다. ‘승천’의 느낌을 받은 이유는 제주국제관악제라는 무대 때문이다.

8월 7일부터 시작된 제주국제관악제. 올해 창단된 서대문구 주니어윈드오케스트라가 제주국제관악제에 얼굴을 비쳤다. 서대문구 주니어윈드오케스트라는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8세부터 16세까지 청소년 56명으로 구성됐다. 그들은 7일 제주도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U-13 관악경연대회’에 특별출연했고, 다음날은 제주시내 수운근린공원 야외무대에서 공연을 선보였다. 공연 후 그들에게 주어진 선물은 ‘갈채’였다.

처음엔 악보도 읽지 못했던 아이들은 어느덧 연주에 눈을 떴고, 드디어 ‘환호’와 ‘갈채’라는 커다란 선물을 제주에서 받았다. 오케스트라를 구성하고 첫 공연무대에서 맞이한 이런 호응은 마치 꿈을 꾸는 듯했으나, 그들에겐 꿈이 아닌 실제상황의 ‘환호’와 ‘갈채’였다. 그래서인지, 기자를 만난 주시은(고은초등학교 6) 이연주(가재울중학교 3) 단원의 입에서 “승천”이라는 말이 나왔다.

“첫 연주를 마치고 박수를, 엄청 호응을 해주니 너무 행복했어요. 약간의 승천할 것 같은 느낌이고요, 하길 잘했어요.” (이연주 단원)

“엄청 떨렸는데 막상 공연을 하니, 박수도 받고 환호도 받아서 너무 좋았어요. 저도 승천할 것 같아요.” (주시은 단원)

쉰여섯 명의 단원들에게 쏟아진 박수갈채는 그동안의 노력에 대한 보상이다. 거기엔 서대문구의 노력을 뺄 수 없다. 서대문구는 청소년들이 행복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청소년 1인 1악기 특화교육사업’을 추진했고, 그 결과물이 ‘서대문구 주니어윈드오케스트라’다. 올해 초 공고를 내고 단원을 모집했다. 단원들은 매주 1회 3시간씩 연습했다. 어떤 때는 구청 강당에서, 어느 날은 문화체육회관이나 동주민센터에서 악보를 마주했다. 단원들이 정기적으로 머물 장소가 정해지진 않았으나, 그들의 열의에 공간을 내주는 곳이 고맙기만 하다. 서대문구 아동청소년과 이지영 팀장은 “호응하고 협조해준 분들이 많았다”고 소회를 드러냈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윤정 서대문구 아동청소년과장, 이철웅 연세대 교수, 이지영 팀장, 이연주 단원, 주시은 단원. 미디어제주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윤정 서대문구 아동청소년과장, 이철웅 연세대 교수, 이지영 팀장, 이연주 단원, 주시은 단원. ⓒ미디어제주

더 고마운 건 단원들의 부모 역할을 자임한 이철웅 연세대 관현악과 교수가 아닐까. 한국 음악대학 관악협회장을 맡고 있는 이철웅 교수는 서대문구의 부탁에 즉각 호응,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다. 그와 함께 관악기 9개 파트의 강사들도 오케스트라를 더 탄탄하게 만들고 있다. 그렇다면 첫 공연을 왜 제주에서 하게 됐을까. 그에 대한 답은 서대문구 김윤정 아동청소년과 과장으로부터 들을 수 있었다.

“연습하다 보니 좋은 무대에서 공연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학습이 되는데, 이철웅 교수님께서 8월에 제주국제관악제가 있으니 참가해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권유를 해주셨어요. 이걸 계기로 애들이 더 성장할 수 있겠다고 봤어요.”

관악으로 오케스트라를 꾸리자는 제안 역시 이철웅 교수의 아이디어였다. 현악이 아닌, 관악을 택한 이유는 좀 더 특화될 필요성이 있어서다. 더욱이 이철웅 교수를 비롯한 강사들의 열정이 없었다면, 제주국제관악제 무대에서 승천할 기분을 느끼지는 못하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이철웅 교수는 공무원들의 노력에 고마움을 표한다.

“평상시 느낄 수 없었던 부분은 공연을 통해서, 관객들의 호응으로 감동을 느끼거든요. 물론 서울에서 공연할 수 있었지만 비행기를 타고 와서 제주에서 공연을 한 이유는 (단원들에게) 진짜 경험을 선사하고 싶어서죠. 이렇게 할 수 있도록 서대문구청 직원들이 정말 고생을 많이 하셨어요.”

제주도문예회관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서대문구 주니어윈드오케스트라. 서대문구
제주도문예회관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서대문구 주니어윈드오케스트라. ⓒ서대문구

이철웅 교수는 제주국제관악제를 향해 ‘세계의 권위 있는 관악제’라고 했다. 그런 자리에 ‘서대문구 주니어윈드오케스트라’가 이름을 남기게 됐다. 그렇다고 제주 참여가 올 한해로 끝나기를 바라지 않는다. 이철웅 교수는 제주국제관악제에 오는 여러 팀들과의 만남을 기약하고 있다.

“외국의 다른 팀들과 만나는 경험도 좋죠. 제주국제관악제에 좋은 팀들이 오는데, 저희가 2회 밖에 연주를 하지 않았다는 게 좀 아쉬워요.”

다른 팀들과의 만남은 청소년 단원들의 생각과 일치한다. 학생 때 음악을 배운다는 게 좋은 기회라는 주시은 단원, 대만에서 온 이들의 연주를 들으며 가슴 벅찬 느낌을 받았다는 이연주 단원. 오케스트라가 더 지속돼야 하고, 내년에도 제주에 와야 할 이유는 이들의 말에서 충분히 느끼게 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