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7 09:10 (토)
임애덕 원장 “미신고 아동이 아닌 ‘제주시장의 아이’가 돼야”
임애덕 원장 “미신고 아동이 아닌 ‘제주시장의 아이’가 돼야”
  • 김민범 기자
  • 승인 2023.07.18 15: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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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임산부·위기영아 보호·상담 지원 조례안’이 ‘민간위탁’ 삭제 후 상임위 통과해
“현재 정책은 어른들의 잣대에 의해 갓 태어난 힘 없는 아기가 왔다 갔다 하는 것”
제주도의회 전경.
제주도의회 전경.

[미디어제주 김민범 기자] ‘제주특별자치도 위기임산부 및 위기영아 보호·상담 지원 조례안’이 논란이 됐던 ‘민간위탁’ 내용을 삭제, 상임위를 통과한 가운데 ‘더 좋은 해결책도 있을 것이다’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7일 송창권 의원이 발의한 ‘제주특별자치도 위기임산부 및 위기영아 보호·상담 지원 조례안’이 일명 베이비박스 논란이 있던 ‘민간위탁’ 내용이 삭제되며 상임위를 통과했다.

위 조례안은 지난해에도 추진을 시도했으나 부결됐었다. 지난해 추진된 조례안은 ‘베이비박스’라는 단어를 담고 추진, 공청회도 ‘베이비박스 설치 및 지원 조례’라는 이름으로 개최된 바 있다.

이에 도민들은 “베이비박스는 아동 유기를 유도하게 될 것이다”라는 반대의견을 주장, 지난해 발의됐던 조례안은 부결됐다.

임애덕 사회복지법인 청수 애서원 원장,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 박사
임애덕 사회복지법인 청수 애서원 원장,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 박사

“나는 적어도 베이비박스에 갖다 놨어. 이렇게 되는 거죠. 생명 경시 풍조가 만연해질 겁니다.”

미혼모자 기본생활시설인 ‘사회복지법인 청수 애서원’의 원장이자 제주대학교 출강중인 임애덕 사회복지학박사는 강력하게 주장했다.

“지금까지 거의 영아유기가 발생하지 않았던 제주도가 자칫하면 아기를 유기하는 장소가 될 수 있습니다”

임 원장은 ‘위기임산부 및 위기영아 보호·상담 지원 조례안’에 대해 ‘베이비박스 설치지원조례’라는 논란에 휩싸인 ‘민간위탁’에 대해 반대한다는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지금 어른들의 잣대에 의해 갓 태어난 힘 없는 아기가 왔다 갔다 하는 거잖아요. 정작 아기의 선택은 아무것도 없는 겁니다.”

이어 임 원장은 유기된 아동을 위해 제주도의 직접적인 해결 방안을 내놓았다.

“제주지자체가 유기 아동을 제주도 아이로 등록해야 합니다. 주민등록번호처럼 제주특별자치도의 사회보장번호를 유기 아동에게 부여해야 합니다. 즉 각 지자체 시장이 유기 아동을 제주시·서귀포시 밑으로 출생신고를 함으로써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또는 서귀포시 아기’라는 느낌으로 해결해보자는 말입니다.”

임 원장은 비록 친모에게서 유기된 아동일지라도 ‘제주시장의 아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면서도 추가로 한 가지를 당부했다.

“출생신고를 원치 않은 유기아동의 친모 정보에 대해서도 반드시 기록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누구도 볼 수 없게끔 만들어야 합니다. 유기된 아동이 성인이 되고 친모에 대해 알고 싶을 때 성인이 된 후 열람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성인이 된 입양아는 출생신고기록을 열람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또 출생신고가 안 된 채 베이비박스와 같은 곳에 완전히 유기된 영아의 경우에는 부모와 완전히 무관한 성씨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것은 가짜 정보입니다.”

“이처럼 베이비박스와 같은 곳에 유기된 아동의 경우는 ‘어느 누구의 자녀도 아닌 자’(nullius filius)가 되어 하늘에서 땅에서 혹은 알에서 태어난 아기가 되는 셈입니다. 16세기 말 영국의 빈민법은 수도원 앞에 버려지는 아기를 ‘어느 누구의 자녀도 아닌 자’로 정의했었습니다. 지금 이곳은 16세기 영국이 아닙니다. 21세기의 국제자유도시 제주입니다.”

마지막으로 임애덕 원장은 ‘베이비박스’를 강조하는 정책보다는 유기위험에 있는 아동 자체를 위한 공적 책임을 강조, 부탁했다.

“현재 베이비박스에 유기된 아이들은 친생부모와 관련된 출생신고가 불가합니다. 그 뜻은 즉 ‘어느 누구의 자녀도 아닌 자’(nullius filius)이자 ‘노바디스 차일드’(nobody's child)라는 의미에요. 이것은 민간영역에 아기가 맡겨질 때 많은 것들이 왜곡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제가 말씀드린 것처럼 아기의 생명이 민간영역에 맡겨지는 것이 아니라 공적영역에서 보호되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아이’이자 ‘썸바디스 차일드’(somebody's child)로 보호되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 부모가 포기한 유기 위험에 처한 아동은 개인들 또는 민간단체에서 불법으로 보호되어선 안 됩니다. 반드시 국가가 또는 지방정부가 그 아기생명에 대한 공적 보호와 관리를 해야 합니다. 이것은 국가의 책무입니다.”

“제주도민들은 일부 몰지각한 소수의 어른들의 잣대에 의해 위험에 빠진 아기의 생명이 유기되도록 허용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제주도민들은 모든 아기가 부모가 있는 누군가의 아기, 즉 ‘썸바디스 차일드’이자 ‘제주시장, 또는 서귀포시장의 아이’ 되도록 제주특별자치도가 공적책임을 가지는 조례가 제정되기를 바랍니다.”

한편 임애덕 원장이 운영 중인 미혼모자 기본생활시설 ‘사회복지법인 청수 애서원’은 제주시 한경면에 위치해 있다.

사회복지법인 청수 애서원 마당.
사회복지법인 청수 애서원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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