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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형 행정체제 도입 방향 어떻게?” 도민 공론화 시작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 방향 어떻게?” 도민 공론화 시작
  • 홍석준 기자
  • 승인 2023.07.07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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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첫 권역별 토론회, ‘기초단체 부활’ 필요성에는 공감하는 분위기
“기관통합형, 도민 공감대 못 얻어”, “읍면동 자치가 우선” 등 의견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한 권역별 토론회가 7일 오후 제주근로자종합복지관에서 열렸다. /사진=미디어제주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한 권역별 토론회가 7일 오후 제주근로자종합복지관에서 열렸다. /사진=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민선 8기 오영훈 제주도정의 핵심공약 중 하나인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도민 공론화 작업이 본격 시작된 가운데, 행정체제 개편 이슈에 대한 도민들의 피로감을 어떻게 극복해나갈 것인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제주연구원과 제주주민자치위원회협의회,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제주도기자협회 공동 주최로 7일 오후 근로자종합복지관에서 열린 첫 권역별 토론회는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 방안을 논의하게 된 배경과 현행 체제의 문제점, 쟁점과 구역 설정 등에 대한 전반적인 개요에 대한 설명에 이어 패널과 방청객들이 자유롭게 질의‧답변을 주고받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 중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은 좌광일 제주주민자치연대 사무처장은 “그동안 행정시장 직선제와 예고제, 읍면동장 직선제, 대동제 등 여러 가지 안이 제시됐지만, 용역진에서 각 모형의 장단점 분석을 통해 최종적으로 2개 안을 제시할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지금까지 도민 여론을 보면 도민들의 선호도가 높은 기초단체 부활 쪽으로 가닥이 잡힐 것 같다”고 내다봤다.

또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 방안과 함께 논의되고 있는 행정구역 개편에 대해서는 “인위적으로 지도에 선을 긋는 방식이 아니라 인구 수와 면적, 생활권, 경제권, 역사와 문화, 지역 균형발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볼 때 현재 국회의원 선거구로 나누는 3개 기초지자체 안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다만 새롭게 출범하는 기초지자체의 기관 모형에 대해서는 “기초 지자체가 부활된다면 해당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결정할 문제”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이라는 제도 개혁 외에 선거제도를 바꿔 정치를 개혁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진희종 제주도사회협약위원회 위원장은 “기초단체 부활은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본다”면서 당위성을 강조한 뒤 “그동안 ‘국제자유도시’라는 정책 수단에 가려져 ‘특별자치도’라는 공동체 규범이 하위수단으로 전락함으로써 여러 가지 부작용이 있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그는 “이왕 기초단체 부활로 갈 거라면 정치 개혁까지 함께 이뤄져야 한다”면서 “이번 기회에 기초단체 부활의 흐름 속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선거제도 개혁 방안까지도 근본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풀뿌리 자치의 기본인 읍면동 자치가 우선이 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신용인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한민국의 정치는 대의제를 채택하다 보니 정치의 주체가 주민이 아닌 대통령과 국회, 지자체장과 지방의회가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면서 “국가나 도 차원에서는 엘리트들이 정치를 주로 하겠지만 ‘풀뿌리 자치’가 주민 중심이 되려면 읍면동 단위가 될 수밖에 없다”고 역설했다.

오영훈 도정 출범을 전후해 인수위 과정에서 논의됐던 ‘기관통합형’ 모델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김승종 제주일보 논설실장이 “기초의회를 구성하고 의원들 중에서 시장을 뽑는 의원내각제 형태의 기관통합형 모델은 특별법 개정으로 도입할 수 없게 됐다”고 주장했고, 좌광일 처장도 “애초 ‘제주형’이라는 수식어가 다분히 기관통합형 모델을 염두에 둔 것이었지만, 기초의회에서 단체장을 선출하는 간선제 방식은 도민들이 수용하기 힘들 것으로 본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좌 처장은 이어 진 위원장이 제안한 선거제도 개혁과 관련, 현행 선거제도가 민심이 그대로 반영되는 구조가 아니라는 점을 들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주민투표를 통해 행정체제 개편에 대한 결론이 나오게 되면 선거제도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청사는 어디에 둘 것인지, 그리고 의원 수 조정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며 “도민들이 의견을 모아 슬기롭게 풀어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신용인 교수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주민참여예산 제도와 마을공동체 활성화 사업의 사례를 들어 “매해 4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고 있지만 이 예산 덕분에 삶의 질이 높아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면서 “매년 400억이라는 돈이 일회성, 전시성 행사에 쓰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뒤 이 400억 원을 주민자치회에 맡겨 재량껏 쓰도록 하는 것이 바로 ‘풀뿌리 자치’의 취지라고 재차 설명했다.

특히 신 교수는 “읍면동 자치에 앞서 시군부터 부활한다면 읍면동 자치는 더욱 힘들어진다”면서 “읍면동 자치는 청사를 마련할 필요도 없고 예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이후 필요하다면 시‧군 자치도 할 수 있다”면서 읍면동 자치가 우선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진 위원장은 기초단체 부활에 따른 비용 문제를 우려하는 방청객의 질의에 “어떤 정책도 만사형통이거나 완전 무결한 제도는 없지만 기초단체 부활은 필수”라며 “자기 문제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확장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부차적인 문제를 찾다 보면 목적을 잃어버릴 수 있다”고 단호한 입장을 피력했다.

이어 그는 “현실적으로 기초단체를 부활시킨다면 적정한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사무분장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야 하겠지만 준비를 잘한다면 향후 제주도 백년대계의 방향을 트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좌 처장은 “제주도의 고민도 제주형 행정체제를 도입하면서 기초단체가 부활하게 될 경우 과거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을 수 있다는 데 있는 것 같다”면서 “기관통합형은 도민들이 받아들이기 힘들고, 기존과 다른 사무 배분이라든가 권한을 이양하는 등의 앞서나가는 모델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그는 “결국 주민투표로 제주형 행정체제의 모형을 결정하게 되겠지만 주민투표법상 두 가지 사안 중 하나를 선택하거나 한 가지 사안에 대한 찬반을 묻도록 돼있기 때문에 2개 안으로 압축하는 과정에서 행정구역 개편에 대한 부분도 패키지로 함께 질문 문항에 담기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 관련 연구용역진이 도민들의 선택을 이끌어낼 수 있는 대안을 내놓을 수 있을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행정체제 개편 이슈가 아직 도민들 사이에서는 관심이 그다지 크지 않다는 점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가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 모델의 방향을 찾아가는 데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권역별 토론회는 다음 주 14일 남부권역(서귀포시 대륜동 주민자치센터), 21일 서부권역(제주시 한경면 주민자치센터), 28일 동부권역(서귀포시 표선면 주민자치센터) 토론회가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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