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대 새로운 연결망 중국이라는 이정표
새로운 시대 새로운 연결망 중국이라는 이정표
  • 김명숙
  • 승인 2018.01.17 18: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책 처방전] <2> 책을 통해 중국을 알자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하면 일본을 떠올리겠지만 우리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중국도 이에 해당된다. 근 100년간 서로 왕래가 드물었던 탓이다. 1948년 정부수립 이후 한국은 자본주의를, 중국은 공산주의를 선택해 그 간격은 더 멀어졌다. 우리나라 사람이 잘 아는 중국인은 고대인이거나 21세기 중국인일 가능성이 높다. 삼국지에 나오는 인물 이야기를 많이 읽은 사람은 그 모습으로 이해하고, 현대 중국을 다녀온 사람은 현재의 중국인을 투영하게 된다.

19세기 중반 이후 정치적 혼란을 겪어 힘이 약해졌던 중국이 다시 그 힘을 되찾아가고 있다. 잠자던 용이 깨어난 것처럼 어느새 세계경제 2위의 대국으로 성장했고 정치력에서도 미국과 함께 G2국가로 위상을 다져가고 있다. 이렇게 급속히 성장한 중국은 미국을 대신해 우리의 가장 중요한 경제 파트너가 되었다.

지난해 통계를 살펴보니 1조 달러가 넘는 무역액 중 수입의 18.2%, 수출의 24%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지난해 이루어내 무역 흑자 중 46.2%가 중국에서 발생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미국, 일본, EU를 넘어선 수치인데, 이제 무역에 있어서만큼은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가가 중국이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의 한국 배치를 둘러싸고 국제적 규범에도 없는 경제보복이 일어난 가운데 이정도니, 한국이 중국 이해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이유는 분명해졌다.

어느 한 나라를 다각도로 이해하고자 할 때 가장 기초적인 방법은 그 나라의 역사를 공부하는 일일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중국 역사를 깊이 들여다볼 일이 생겼는데, 2015년 중국 도서전에서 발견한 <중국 역사와 인물 도보(中國歷史寫人物圖譜)>라는 책 덕분이다. 한마디로 5,000년 중국 역사를 그림으로 보여주겠다는 의도가 분명한 책이었는데, 책의 만듦새나 자료의 가치로 보나 한국에 상당한 중국 마니아들의 호응이 있을 것으로 판단하여 저작권 수입을 체결했다. 한국판을 준비하는 가운데 일천한 중국 역사 지식을 얻기 위해 중국 역사 관련 책들을 조금씩 찾아 읽기 시작했는데 너무 재미있어, 한번 손에 들기 시작하면 하염없이 읽게 되었다. 취향의 발견이라고나 할까.

우선 중국사 초급자에게 소개하고 싶은 책은 고우영 선생의 만화 <십팔사략>(고우영 지음, 애니북스, 전10권)이다. <십팔사략>은 남송말에서 원나라 초에 활동했던 증선지가 편찬한 역사서다. <사기> <한서> <자치통감> 등 각 시대 정사로 꼽는 18가지 역사서를 일목요연하게 집대성하여 <십팔사략>이라고 이름했는데 이를 고우영 선생이 다시 10권의 만화로 재해석했다. 예전 고우영 선생의 만화 <삼국지>와는 결이 다른 진지함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신문에 연재했던 만화라 대중적 재미를 빼놓을 수 없지만, 역사를 마주하는 작가의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만화 중간에 고우영 선생의 답사 루트가 나오는데 사마천이 <사기>를 집필하기 위해 20대부터 훑었던 길을 능가할 정도다. 각 권 마다 메인 캐릭터가 나오는데 이 캐릭터만 요약하고 있어도 복잡다다한 중국사가 정리되는 느낌이 들 것 같다. 1권은 삼황오제에서 주나라까지를 다루는데 주인공은 ‘복희와 여와’상으로 유명한 여와이고 10권 ‘북송시대 남송시대’의 대표주자는 금나라에 끝까지 대항한 장군 악비이다. 역사에는 가장 악랄한 인간도, 가장 위대한 인간도, 가장 옹졸한 인간도 등장한다. 한 마디로 인간 탐험의 보고, 두터운 중국 역사의 매력을 흠뻑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연표와 사진으로 보는 중국사>(심규호 지음, 2002)도 유용하다. 절판된 책이라 정가보다 훨씬 비싼 중고도서를 구했다. 모든 역사서 연구의 마침표는 연표로 정리될 수 있다. 본문은 중국의 각 시기별로 구성되어 총 10장에 이르며, 각 시기별 개괄과 연대표, 상세한 역사 사건들을 수록하였다. 또한 찾아보기 항목과 연호 일람표 등을 활용하여 역사 사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 무렵 외국은…’ ‘그 무렵 우리는…’이라는 요 대목도 유용하다.

<중국사 강요>(젠보짠(翦伯贊) 지음, 2015)는 14억 중국인이 가장 많이 읽은 중국사라고 한다. 저자는 1898년 생으로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후 베이징대학교 교수 겸 부총장을 지낸 인물이다. 유물론적 사관으로 중국사를 정리했다고 하는데 당시 민중들의 삶을 비중 있게 다룬 점은 높이 평가할만하다. 시대별 제도에 대한 언급이 많은데, 지금 가장 안정된 거버넌스(국가경영) 중 하나로 평가되고 있는 현대 중국의 단초를 발견할 수 있다. 수많은 국가가 명멸하면서 늘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현실에 맞게 제도화 하는 그들의 기질적 특징이 어디서 왔는지를 사적으로 보여준다.

현대 중국인을 만나보면 “공자를 숭상한다는 사람들이 왜 그렇게 돈을 좋아할까?”라는 의구심이 들만한데, <중국 핵심 강의>(안계환 지음, 2017)를 읽어볼 만하다. 저자는 신중국 이전 중국인들이 가졌던 고유의 습성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중국에서 여성의 지위가 높은 것, 돈을 중시하는 풍토가 있는 것 등은 중원에 북방 유목문화의 영향이라고 진단한다. 이 책은 신화시대부터 청나라까지 중국 역사를 다루고 있지만 정통 역사서라기보다 현대 중국인의 특징인 인문주의와 실용정신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좇고 있다. 중화사상의 토대인 한(漢)족 왕조는 한나라 405년과 송나라 166년, 명나라 276년에 불과하다. 중국이 가장 번창한 때는 이민족에 의해 국제주의가 꽃핀 시기였다는 점을 상기시켜 보면 설득력 있는 주장이다.

전통시대 중국은 주변 민족을 차별하기 위해 중화주의를 표방했다면 오늘날 중국은 배제가 아닌 팽창의 목적으로 그 개념을 재사용하고 있는 것 같다. 21세기판 중화주의가 동북공정 프로젝트인데 이런 중국의 팽창주의를 <중국 역사와 인물 도보(中國歷史寫人物圖譜)>의 한국판인 <너무 재미나서 한눈에 읽히는 중국사 인물과 연표>를 편집하면서도 읽을 수 있었다. 중원에서 명멸했던 세력들이 두루마리처럼 전개되는데, 지금의 중국 영토내에 주변 국가들의 연대도 함께 실었다. 돌궐, 거란 등은 말할 것도 없고 카자흐칸국, 타타르, 토번, 심지어 발해까지 중국의 역사에 편입했다. 우리가 고구려 유민으로 알고 있는 대조영에 대해서도 속말 말갈인의 후예이며, 그가 세운 나라 발해 역시 ‘발해 말갈’로 말갈인의 나라라고 표기하고 있다. 후손의 입장에서 18세기 유득공 선생이 집필한 <발해고>가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우리가 중국과 같은 커다란 나라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으면서 그에 휩쓸리지 않고 국가로서 존재하고 있는 이유는 중원과의 적당한 거리, 다른 언어체계와 분명한 문화적 색 등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중국이 옛 중원의 영광을 기억하며 G2로 떠오르는 이때, 중국의 팽창주의에 적절한 응전은 양질의 문화 콘텐츠를 생산해 내는 일일 것이다. 중국의 역사는 특정 지역에 국한된 옛이야기가 아니라 새로운 세계로 진입하는 핵심 연결망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김명숙 칼럼

김명숙 칼럼니스트

충북 단양 출신
한양대 국문과 졸업
성미산공동체 '저해모(저녁해먹는모임)' 회원
성미산공동체 성미산택껸도장 이사
나무발전소 대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