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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고충석 총장 학위수여식 식사
[전문]고충석 총장 학위수여식 식사
  • 한애리 기자
  • 승인 2007.02.22 1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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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2006학년도 학위취득자 여러분,
이제 대학을 떠나 사회로 나가는 여러분께 드리고 싶은 저의 첫 번째 제언은 ‘자발적인 공동체적 정신’입니다.

지금 이 시대, 제주 지역사회와 우리나라는 그 동안의 경제적, 사회적 성과에 기초하여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문턱에서 진통을 겪고 있습니다. 이 문턱을 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이런 공동체적 정신 또는 공공정신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지역발전을 위한 전략적 차원에서도 이런 정신이 필요합니다. 앵글로 색슨적 경쟁력 전략은 개인의 경쟁력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지닌 강점도 적절히 활용해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습니다.
우리의 강점은 사회적 응집력입니다. 한일 월드컵 당시 세계를 놀라게 한 길거리 응원과 같은 폭발적 응집력이 우리의 강점인 것입니다.

사회적 응집력에 초점을 맞추는 경쟁력 전략, 공동체를 중시하는 동아시아적 문화전통을 이어온 우리에게는 이러한 경쟁력 전략이 더욱 적합합니다.  그리고 사실 60년대부터 우리 사회가 이룩하여온 경제적, 사회적 성공은 이런 사회적 응집력 전략에 힘입은 것이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과거와는 달라져야 합니다. 과거에는 ‘사회적 응집력’이 정치적으로 강제될 수 있었지만, 이제 이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자발적인 사회적 응집력’입니다.

정치적으로 강제할 수는 없습니다. 공동체정신 또는 공공정신을 지닌 사회적 주체들이 솔선하여 이러한 응집력을 이끌어 내야만 합니다. 누가 그러한 주체가 되어야 하고, 그러한 주체가 될 수 있을까.

여러분이 새로운 힘입니다. 여러분이 새로운 기풍으로 사회를 바꾸는 혁신의 주체가 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여러분에게 부여된 시대적 과제입니다.

지금은 변화만이 존재하는 시대라고 합니다. 물론 과거에도 변화는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변화는, 변화의 끝이 어디인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과거의 변화와는 질적으로 다르다고 합니다. 

어떤 변화가 오더라도 그것을 순식간에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는 능력, 이른바 ‘학습 능력’(learning capacity)이 중시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평생학습 내지 생애학습이 주요 정책과제가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사실 유교적 문화전통 속에서, 우리의 선인들은 이미 그런 ‘학습하는 인간상’을 모범으로 삼고 있었습니다. 배워야 할 내용이야 지금과 많이 달랐지만, 벼슬하지 않은 선인들의 위패에서 보듯이, 우리의 선인들은 자신의 삶을 끊임없이 배우는 ‘학생’(學生)으로 위치지우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와 관련, 여러분께 드리고 싶은 저의 두 번째 제언이 ‘자강불식’(自强不息)의 실천입니다.
주역(周易) 건괘(乾卦) 상전(象傳)에 나오는 ‘하늘의 운행은 건실하다[天行健]. 군자도 스스로 힘쓰고 쉬지 않는다[君子以自强不息]’라는 구절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저는 총장으로 취임한 이후, 척박한 환경 속에서 발전을 지향한 제주의 선인들을 생각하며 ‘불굴의 도전정신’을 제주대학교의 정신으로 정립하기 위하여 여러 사업을 벌여 왔습니다.

특히 재일본 제주인들의 정신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재일본 제주인의 이민사, 개척사는 역경을 뚫고 발전을 지향하려는 제주의 정신사에 새롭게 자리 매김 되어야 합니다.

줄기세포 연구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박세필 박사처럼, 열악한 조건을 극복하고 지식기반사회의 주역으로 우뚝 선 졸업생들을 발굴하여 ‘자랑스런 제대인’으로 선정하는 사업도 시행하고 있습니다.

성공한 몇 사람을 치하하려는 의도가 아닙니다. 제대인 모두가 나름대로 자신의 영역에서 이런 정신으로 활약함으로써, ‘불굴의 도전정신’이 제대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기를 바랐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졸업생 여러분,
이제 여러분은 대학을 떠납니다. 그러나 여러분은 앞으로도 제대인이라는 정체성을 영원히 간직하게 될 것입니다.

스스로를 사랑하며 굳건히 세상에 도전하십시오. 모교도 이 자리에 남아 시대를 선도하며 주어진 책임에 굳건히 대응해 나갈 것입니다.

제가 꿈꾸고 있고, 오늘 여러분께 나누어드리고 싶었던 제주대와 제대인의 이념은, ‘도전, 자강, 공동선’입니다. 최근에 누구에게선가 너무나 멋진 말을 들었습니다. 이제 대학을 떠나는 여러분과 이 말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

“옳게 가는 데 담대하라. 빛 가운데 걸어가라. 온유하고 겸손하라. 감사하며 네 나라에 충성하라“ 

2007년 2월 22일
제주대학교 총장 고 충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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