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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억울한 7년 옥살이' 그 진실을 보았다
[기고] '억울한 7년 옥살이' 그 진실을 보았다
  • 미디어제주
  • 승인 2013.09.03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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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시경 제주경실련 공익지원센터장

양시경 제주경실련 공익지원센터장
나는 한 사람의 억울함에 대한 진실을 보았다. 그리고 그 진실을 외면할 경우 죄책감으로 평생 죄인처럼 살 거 같았다.

나 역시 그동안 살아오면서 순간적인 착오나 욕심으로 잘못을 저지른 적이 있다. 그 일이 크든 작든 한 번의 실수를 반성하며 다시는 그런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자기발전에 도움이 된다.

지난날의 과오를 처절하게 반성하며 새벽 2시부터 저녁 6시까지 하루 16시간을 열심히 살아온 전과자를 우리 사회는 혹독하게 냉대하며 받아주지 않았다.

고성옥씨는 사건이 일어난 시각 새벽 3시30분에 신문뭉치를 들고 거친 숨을 몰아쉬며, 쏟아지는 땀방울을 흘리며 정신없이 골목길을 누비고 있었다.

그런데 우연치 않게 사건현장에 있었다는 이유로 범죄의 누명을 뒤집어씌웠다. 알리바이가 너무나 확실한데도 말이다. 입지도 않은 노란 티셔츠를 조작하여 증거를 만들고, 목격자가 있는 범인의 발자국을 인멸하며 법정에서 허위 증언으로 범죄자로 만들어졌다.

없는 죄를 만들어서 7년 동안 철창 속에 가두고, 억울하다는 울부짖음을 철저하게 가로 막았다. 교도소 안에서 7번에 걸쳐 증거를 조작하거나 인멸시키고, 법정에서 허위증언을 선 관계자들을 고소했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2008년 2월 국보1호 숭례문이 방화에 의해 소실되었다. 자신이 억울함을 청와대 등 각계에 수십 차례 호소했지만 들어주는 사람이 한사람도 없었다. 자신이 억울함을 적극적으로 표출시키는 한 방법으로 숭례문 방화라는 반사회적이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토지감정보상에 불만을 품은 한 노인에 의해 숭례문은 그렇게 불에 타 소실되었다.

숭례문 방화 사건의 원인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토지보상시스템과 이런 문제를 조정하고 해소시키는 사회시스템 부재에 기인하고 있다. 토지보상에 불만을 품은 국민의 분노를 우리사회는 냉담하게 방치했고, 대신에 국보1호의 소실과 천문학적인 사회적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토지보상 문제에 이 정도의 감정표출이 발생하는데, 없는 죄를 만들어서 7년 동안 옥살이를 시킨다면 우리 사회에 어떠한 감정표출을 상상할 수 있겠는가.

경찰은 지난 과오를 반성하며 재기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고성옥씨를 전과자라는 낙인을 찍고 재기불능상태로 만들었다. 이는 고성옥씨 개인적인 문제를 넘어 한 가정을 송두리째 파괴하는 잔혹한 행위이다.
고성옥씨의 억울한 7년 옥살이 사건을 접하며 민주국가라는 우리나라의 사법시스템에 대해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몇 명의 경찰관의 증거조작, 증거인멸 등에 대해 전혀 감지 못한 경찰수뇌부의 무능, 기소독점을 행사하는 검찰의 직무유기, 공정하고 증거에 의한 객관적인 판결을 포기한 법원 등을 보며 실망을 넘어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사회가 오늘날처럼 치안이 유지되고 안정적인 사회가 된 이유는 경찰을 비롯한 관계기관의 헌신적인 노력에 의한 것이라는 점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고성옥씨처럼 없는 죄를 만들어 자신의 실적을 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삼는 경찰관들이 일부 있다면 전체 경찰조직을 불신하게 만들며 사회공동체 질서를 무너뜨리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을 계기로 다시는 억울한 제2의 고성옥씨와 같은 사례가 재발해서는 안 된다. 이번을 계기로 국민의 신망을 받는 경찰로 거듭나는 전환점이 되길 기대한다. 치안현장에서 헌신적으로 근무하는 다수의 경찰들의 흘린 땀이 헛되지 않도록 경찰 스스로 고백하고 자성하며 진실을 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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