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효농장에는 유치원과 접해 있는 쪽은 돌담이 없으나 한라산이 보이는 쪽에는 대나무가 무성하다. 한해 두해 뿌리를 뻗어 귤나무 아래까지 침투해서 제거하는데 골치가 아프다. 그곳에 모둠발을 하고 보면 멀리 한라산이 보이며 경치가 좋다. 누구나 밭에 와서는 이곳에 망루를 지으면 좋겠다고 부러워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후죽순이라고 하지 않는가. 비만 왔다하면 어느새 새잎을 달고 금방 자라서 귤나무 아래로 침투한다. 몇 년 동안 자르기만 하고 치우지 않아서 귤나무 밑은 온통 썩어가는 대나무로 장사진을 치고 땅을 밟는 촉감도 좋지 않다.
처음 왔을 땐 대나무 수풀이 있어 멋지다고 환성까지 지었는데 밭에 갈 때마다 대나무 자르고 뿌리 캔다고 일거리만 생기니 이젠 없애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근사미를 구입, 수시로 투입하고 괭이로 파고 자르는 일만 반복하고 있다.
대나무 고장으로 유명한 담양의 메타세콰이어길과 1박 2일의 죽향정도 일부러 찾아가며 대나무사이를 지나가는 바람소리와 꼿꼿한 기상을 느끼기도 했었는데 이제는 대나무만 보면 가슴이 덜컥 내려앉을 뿐이다.
대나무를 없애는 방법을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땅 속 80cm-1m 까지 뿌리를 내리고 뻗기 때문에 이를 막으려면 1m 깊이의 골을 파고 시멘트나 비닐장판 등으로 조그만 틈도 없이 막아야 된다는데 결국 없애는 방법은 일일이 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최근 한라산 등산 후 영실쪽으로 하산하던 중에 울창한 조릿대를 봤는데 등산길 양옆으로 꽉 찼고 주차장까지 온통 대나무류로 덮여 있었다.
삼다수 숲길도 마찬가지였는데 사람 다니는 길만 겨우 남겨 놓고는 조릿대 천지였다.
뻗어가는 대나무를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방치한 것으로 이해된다.
서귀포에 내려오기 전 서울에 있을 때는 그 자리에 망루를 지어 한라산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커피도 한잔하는 포토존을 만들 계획도 세웠었는데 포기해야 되겠다.
포클레인으로 작업하면 주변의 귤나무도 베어야 하는 등 큰 공사가 되고 대나무 한두 뿌리만 남겨도 안 되며 유치원 쪽의 대나무가 또다시 침투할 것이므로 이래저래 방법이 없을 것 같다. 훗날 과수원을 폐쇄하고 집이라도 지으면 땅 속에 시멘트로 둘러쳐 방어벽을 만들면 모를까 현재는 항복이다.
지난 초여름 전주 동서 집을 방문했더니 뒷마당 쪽에 예쁜 대나무를 심었다고 하기에 깜짝 놀라 이런 사유를 말해주고 당장 뽑아 버리라고까지 했다.
이같이 상효농장은 내게 초보 농군으로서 배움터이자 내 꿈을 생기게 해 준 반면 시련을 주고 시험 치르는 공간인 것이다. 조용한 마을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으며 겨울에 눈도 내리지 않는 따뜻한 기후의 택지로 멋진 돌창구를 가지고 있고 유치원이 바로 옆에 있어 지인들이 올 때마다 부러워하기도 한다.
특히 돌창고 위에 집을 짓고 한라산 쪽으로 창을 낸다면 좋을 것 같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조만간 마을길이 넓어진다고 하니 길 확장 공사가 끝나면 한번 고려해 보고 싶다.
과연 망루와 아담한 집을 지을 수 있을까? 대나무가 걸리긴 하지만….
< 프로필>부산 출신
중앙대 경제학과 졸업
서귀포 남원으로 전입
제1기 서귀포시 귀농·귀촌교육수료
브랜드 ‘돌코랑’ 출원
희망감귤체험농장 출발
「꿈과 희망이 있는 서귀포로 오세요」출간
e-mail: rkahap@naver.com
블로그: http://rkahap.blog.me
닉네임: 귤갈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