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르도 “갤러리는 놀랄만한 프로젝트 창조할 특별한 기회 제공”
예상대로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를 바라보는 법원의 판단은 ‘법대로’였다. ‘법대로’ 판결을 내린 광주고등법원의 판단에 대해 가타부타 하고 싶진 않다. 다만 법의 잣대만이 아닌, 문화적인 시각에서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 문제를 판단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을 뿐이다.
행정은 주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법원의 판단에 힘을 얻어 자신들이 원하는대로 ‘철거’를 밀어붙일 태세다. 행정이 이처럼 ‘철거’를 주장하는 이유는 가설건축물이기 때문이다. 행정은 연장신청이 한참 지난 불법건축물인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를 더 이상 놔둘 수 없다는 입장을 펼치고 있다.
그러면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가 지어질 당시 리카르도 레고레타와 그의 아들인 빅토르 레고레타는 과연 어떤 입장을 지니고 있었을까. 그들은 그 건축물을 ‘가설’로 여겼을까. 답은 “아니다”다. 리카르도는 물론, 그의 아들인 빅토르 조차도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에 혼을 입혀 건축물을 완성시켰다.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가 준공된 건 지난 2009년 3월이다. 리카르도 레고레타는 대한민국에서 자신의 첫 작품을 설명하는 기고문을 국내 최고의 월간 건축전문지 가운데 하나인 <건축문화>를 통해 소개하기도 했다. 그의 기고문은 <건축문화> 2009년 8월호에 실렸으며,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가 표지를 장식할 정도였다. 가설건축물이라면 레고레타가 국내 대표적인 건축전문지에 기고문을 실을 리가 없으며, 가설건축물이 건축물의 표지를 장식할 수도 없다.
리카르도 레고레타는 기고문에서 “갤러리는 유연성을 지닌 공간이다. ICC의 부드러운 곡선, 그리고 호텔과 갤러리가 가진 선의 형상은 서로를 매우 잘 보완해준다”면서 주변 환경에 어울리는 건축물을 만들려고 애를 썼다는 점을 읽을 수 있다.
그는 제주의 자연에 눈길을 줬다. 아름다운 자연을 지닌 제주도에 어울리는 건물을 지으려 했다.
기고문에서 그는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환경을 존중하면서도 그 나름의 유일한 곳을 재창조하는 것이다. 기후와 자연환경은 디자인에 지대한 영향을 줬다. 갤러리는 내부와 외부가 어우러지게 디자인했다. 날씨가 좋을 때는 내부의 모든 공간들이 열려 외부와 이어지고, 나쁜 날씨에는 그 문들이 닫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외부의 산과 바다의 경치를 충분히 감상하도록 디자인했다”고 강조했다.
리카르도 레고레타의 아들인 빅토르는 지금 갤러리가 서 있는 땅을 어떻게 판단했을까. 빅토르는 지난 12일 제주를 떠나면서 급작스레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는 그 자리에서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를 가설건축물이라고 했다. 그러나 레고레타가 쓴 기고문에서 빅토르는 갤러리가 서 있는 땅에 대해 아주 뛰어난 평가를 내리고 있다.
리카르도 레고레타는 기고문에서 “빅토르는 놀랄만한 프로젝트를 창조해낼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하는 아름다운 장소라고 했다”면서 아들인 빅토르가 받은 인상을 전하기도 했다.
레고레타는 기고문에서 “우리는 지형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이에 순응하는 쪽을 택했다. 그리하여 갤러리에 플랫폼 컨셉을 만들었다. 사람들에게 자연과 주변환경에 매우 잘 어우러지는 건물을 보여주고 싶었고 이와 동시에 살아 있으며 인간적인, 또한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유일한 건물을 선사하고 싶다”며 갤러리에 대한 평을 남겼다.
<건축문화>의 이경일 편집장은 “어릴 때부터 레고레타는 내가 좋아했던 건축가였다. 제주도에 새로운 건축물이 들어섰길래 신작 개념으로 레고레타의 작품을 담아냈다”며 <건축문화>에 실린 배경을 설명했다.
<건축문화>에 레고레타를 끌어들인 이경일 편집장은 ‘철거’ 문제에 대해서는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갤러리는 최근 건축계의 이슈다. 국내 건축계는 99%가 철거에 반대한다”면서 “철거 강행은 한마디로 문화적 수준이 떨어지는 걸 보여준다. 지방정부가 법대로 하겠다는 건 멍청한 짓이다”고 행정의 자세변화를 주문했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