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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목격한다면?..."입 다무는게 상책?"
성희롱 목격한다면?..."입 다무는게 상책?"
  • 윤철수 기자
  • 승인 2010.08.18 08:30
  • 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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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성희롱 제보 교사 '경고처분'과 교육청이 원하는 '답'

지난 7월8일, 제주시교육장은 모 중학교 교장의 성희롱 소문과 관련해 언급을 한 바 있다.

그는 대뜸 "자체 조사해 본 결과 교장이 성희롱한 것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가 교장을 두둔했던 것은 교장과의 면담결과에서 나온 듯 했다. "(해당) 교장은 이 내용을 극구 부인하고 있다. '청소시간에는 모든 학생들이 청소를 하고, 학생 2-5명이 교장실을 청소하러 오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말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의 발언은 며칠 되지 않아 겸연쩍게 됐다. 국가인권위원회가 해당 교장의 '성희롱'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관할 교육장은 "성희롱이 아니"라고 본 것을, 국가인권위는 성희롱으로 본 것이다.

그리고, 얼마없어 열린 교육청 징계위원회에서는 퇴임 한달가량을 남겨둔 해당 교장에게 '해임' 결정을 내렸다.

언론을 통해 이 사건이 알려진 후 교육청의 입장은 들쑥날쑥 바뀌고 바뀌었다. 교장을 두둔했다가, 다시 철퇴를 내리고 하면서.

그러나 이 파문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제주시교육청이 17일 최초 이 사건을 국가인권위에 진정한 A교사에 대해 행정상 신분조치 중 하나인 '경고장'을 내렸다.

성희롱이란 잘못을 저지른 사람도 처벌을 받아야 하지만, 성희롱 사실을 알린 사람에게도 문책을 가하는 양벌규정을 적용한 것이다.

#성희롱 제보 교사는 어떤 잘못 했나?

그럼, A교사는 과연 어떤 잘못을 했을까?

교육청 당국은 A교사의 '죄'를 국가공무원법에서 찾고 있다. 교육공무원으로서 품위를 유지하고 업무상 알게 된 비밀을 엄수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 첫번째 이유다.

학생상담을 당담한 A교사가 학생과의 상담내용을 동의 없이 제3자에게 제공하는 것은 학생정보 보호원칙 및 비밀엄수 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한 진정서 관리도 소홀히 해 언론에 유포한 것도 두번째 죄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한 내용과 다소 다른 부분이 있었던 점도 경고조치의 이유로 삼았다.

즉, 국가공무원법에서 정하고 있는 '복종의 의무'와 '비밀엄수의 의무', '품위유지의 의무' 등을 위반했다는 설명이다.

이번 교육청의 '경고' 처분은 정말 아이러니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성희롱 알았다면, 어떻게 행동하는게 '정답'?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만약 A 교사가 최초 성희롱 사실을 알았다면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교육청이 '원하던 답'이었을까?

말단 교사인 탓에 일단 학교내 교감과 교장의 결재라인을 거쳐, 제주시교육청에 보고하고, 제주시교육청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제주도교육청으로 올려보내는 절차를 거치란 말이다.

이러한 보고 라인을 정확히 거쳤어야 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보고라인을 거쳤다면 이번 사안은 어떻게 처리됐을까?

잘못을 의심받는 당사자가 교장인 탓에, 학교 내 보고절차는 생략하고 제주시교육청으로 보고했다고 한다면 제대로 처리되었을까?

국가인권위가 성희롱 결정을 내리기 불과 며칠전까지 "성희롱은 아니라고 본다"라는 부적절한 발언을 했던 교육장이 과연 제대로 사실조사나 했을까?

이 사건이 진정된 후에도 해당 교사의 얘기를 진지하게 듣기 보다는, 잘못을 의심받고 있는 교장의 편에 서서 두둔하던 교육청 당국이 이 사안을 제대로 조사했을리는 만무하다.

#가재는 게편? 관리감독의 책임은 없나?

가재는 게편이라고, 제 식구 감싸기에 바빴던 그 부적절한 발언만으로도 교육청 당국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런데 도리어 국가인권위에 제보한 해당 교사에게 죄를 묻고 있으니, 적반하장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학교 내 성희롱을 제대로 조사하지도 않고,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제보자에게는 경고를 보내는 교육계의 현실.

최소한의 연대책임 의식마저 없어 보인다.

이런 교육계의 현실적 시스템에서 학교 내 성희롱은 과연 얼마나 예방되고 상황대처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제보한 교사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앞으로 성희롱과 같은 일을 목격하거나 알게 된다면 국가공무원법에서 정한 대로 꼬옥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한다는 경고메시지에 다름없다.

교육청 당국의 사고(思考)는 왜 그렇게도 특이할까? <미디어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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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붜니 2010-09-06 22:56:34
내부 견제 장치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능력 없고 부도덕한 교장 보다는 요즘 우수한 교대 학생들이 훨씬 낫습니다. 교장 교감 승진 제도를 바꾸어야 합니다. 제발!!!

유치원교사 2010-08-26 10:50:18
유치원건만 해도 그렇습니다. 잘난 외국애들만 잘 키운답시고 영어타운에는 돈을 쳐 발라주며 정작 제주도민손자손녀들이 다니는 유치원에는 예산 지원 못해준답니다. 정말 제주도에서 교사하기 싫습니다!!!

유치원교사 2010-08-26 10:48:18
안그렇습니까?? 솔직히 잔디비리도 교육감이 책임지고 옷을 벗어도 모라잘판에 밑선까지만 그 책임을 지우게 하더군요. 그리고 성희롱을 고발한 여교사를 징계하다니요~!! 이게 가당키나 한 말입니까?

교육수장부터물러나... 2010-08-20 12:53:11
전후후무한 사건이 바로 교육청에서... 신고한 교사에게는 훈장을...
교육장은 파면을 해야 정의로운 교육의 질서를 유지하는것을? 참된 교사들의 눈과귀가 이 사실을 주시하고 있다는것을...

무풍지대 2010-08-18 16:07:31
장학사나 교육장, 교육감의 업무태만 및 관리감독 소홀은 누가 책임지고 누가 징계를 주나? 완전 무풍지대구만! 그래서 악착같이 선거에 뛰어들어 교육감을 하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