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8 17:02 (일)
'야박한' 피서지, "뒤로 가시던가, 파라솔 빌리시던가"
'야박한' 피서지, "뒤로 가시던가, 파라솔 빌리시던가"
  • 박성우 기자
  • 승인 2010.08.03 09:04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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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해수욕장 '파라솔 대여' 장사속에 피서객 "왕짜증"
"해도 너무 하네요" VS "기껏해야 여름 한철, 어쩔 수 없다"

최근들어 지속되는 무더위와 여름 휴가철이 맞물린 가운데 하루 3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제주를 찾아와 섬 곳곳의 해변을 가득 메우고 있다.

해수욕장 주변의 음식점은 저녁시간 즈음이면 일찌감치 재료가 다 떨어지는 바람에 문을 닫아야 하는 경우가 속출할 정도다.

각 해변과 인근 지역상인들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여름철 특수 호황을 만끽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해수욕장에서 불거지고 있는 자리다툼 문제는 보는이들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일부 해수욕장을 제외한 대부분의 제주도내 해변가는 대부분 마을소유로 돼 있다. 각 마을에서 해당지역의 해변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것.

그러다보니 잡음이 잦다. 마을 입장에서는 뺏길 수 없는 권리를 주장하고, 방문객들은 관광지로서의 미덕을 살릴 것을 주장한다.

#"뒤로 가시던가, 파라솔을 빌리시던가"

해수욕장마다, 또 시기에 따라 조금씩 가격의 차이는 있지만 보통 파라솔의 경우 5000원에서 1만원선, 천막은 3만원에서 5만원선에 대여된다.

문제는 그다지 싼 값이 아닌 이 파라솔.천막 대여가 바닷가를 찾는 이들에게 강요되고 있는 것이다.

찜통더위로 피서관광의 절정을 맞았던 지난 1일.

방문객이 멋모르고 해변가에 돗자리라도 깔라치면 관리요원 정도로 보이는 젊은 청년들이 다가와 여기서는 돗자리를 사용할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그들은 해변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꼭 파라솔이나 천막을 빌려야 한다고 말한다.

이 상황까지 맞닥뜨리면 선택지는 둘이다. 60~80m뒤에 있는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던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파라솔을 빌리던가.

주말을 맞아 가족과 함께 해변을 찾은 이 모씨는 돗자리를 들고 후퇴해야하는 상황이 발생하자 "예전에는 이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언제부터 바뀐지 모르겠다"며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지만 기분은 나쁘다. 인심이 많이 각박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파라솔 대여를 두고 한창 실랑이를 벌이다 기분이 상한 또 다른 시민은 "아무리 한철 장사라고는 하지만 한탕을 노린 장삿속이 아닌가"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마음 상한채 발걸음을 옮기는 제주도민들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외지의 관광객들이다.

무더운 대구를 벗어나 가족들, 친구들과 함께 제주를 찾은 이진철(37)씨.

해변가에서 만난 그는 "제주도에 바가지가 성행한다는 말은 많이 들어왔지만 이런식으로 바가지를 씌울줄은 몰랐다"며 반 억지로 빌린 파라솔 아래서 쓴웃음을 지었다.

작은 천막과 돗자리, 고기를 구워먹을 버너까지 만반의 준비를 갖춰왔지만 해변가에서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상당히 아쉬워하는 눈치였다.

#"여름 한철 버는건데 어쩔수 없다"

A마을의 한 청년회원은 "여름기간동안 번 것으로 1년을 먹고 사는건데 이 마저도 뺏기면 우린 어쩌란 말이냐"고 토로했다.

그는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은 파라솔이나 튜브 대여료뿐"이라면서 "돗자리나 장판을 까는 것을 허용하면 사람들이 모두다 챙겨오지 누가 일부러 돈을 줘가면서 파라솔을 쓰겠느냐"고 말했다.

"심지어는 아예 파라솔을 챙겨오는 경우도 많다"고 말한 그는 "우리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조금의 타협도 보이지 않는 것은 너무 각박한 것이 아니냐고 묻자 일전에 겪었던 일화를 꺼내든다.

그는 "다리가 불편한 방문객이 있었다. 딱하다 싶어 사정을 봐줬더니 그날 오후는 물론 다음날 부터 돗자리를 까는 사람들의 항의 내용이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되느냐'로 변했다"고 말한다.

"며칠을 시달리다가 제주도가 이렇게 좁구나 라는걸 느끼고 이후부터는 일절 사양하고 있다"면서 "다른 해수욕장도 한번쯤은 겪어봤을 것"이라고 덧붙인다.

그러면서 "막상 각박하게 군다해도 손님이 그리 많지도 않다. 파라솔이 비치돼 있지 않은 해변 구석에서 짐을 풀거나 잔디밭이 멀더라도 걸어서 오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한 당국의 입장도 난처하기는 마찬가지다. 아무리 관광지라도 그 이전에 사유지이기 때문에 권고조치 정도는 취할 수는 있어도 행정적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부분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기 위해 찾아온 제주 바닷가, 일말의 씁쓸함 만을 품고 가게 되지는 않을지 우려되는 부분이다. <미디어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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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하세요 2014-08-20 02:39:31
파라솔 못 펴게 하는 행위 불법이랍니다.
경찰에 신고가 정답입니다. 만약 경찰에 신고했는데
같은 지역주민이라고 편들면 뭐 스마트폰 시대인데
그대로 동영상 촬영해서 sns같은곳에 올리면 되죠.

김군 2010-08-17 14:41:19
마을 사유지..... 청년회가 언제부터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였는지
한철장사라니 전세계 어느나라 해변을 가봐라
누가 돗자리나 파라솔 친다고 뭐라 하나 돈벌이에 진짜 관광을 망치는 제주....

풀잎 2010-08-15 15:39:35
뭐 파라솔 안빌리면 모래사장들어가지도 못하게 할 기세임..

발발이 2010-08-03 13:25:41
함덕 거주민 왈.

정말 좀 어떻게 좀 안되나...
관광지 이미지가 이래 가지고서야...
어딜가든 pimby 가 문제군.
한철 장사로 1년을 먹고 산다라.... 참내... 읽다가 '풉' 해서...
어이없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