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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연금 제도 '역효과'에 장애인들 '울상'
장애인 연금 제도 '역효과'에 장애인들 '울상'
  • 조승원 기자
  • 승인 2010.08.02 13:1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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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제도 신청 시 장애등급 재심사 도중 등급 하락키도
"등급 떨어지며 활동보조인도 못써...홍보만이 능사는 아니"

생활이 어려운 중증 장애인이 매월 일정 금액을 연금으로 받는 '장애인 연금 제도'.

보건복지부가 지난 1일부터 야심차게 시행한 제도로, 제주도 당국과 각 행정시는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홍보물을 배부하는 등 제도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경제적 도움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장애인 측에서도 시행을 반기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시행 후 첫 연금이 지급된 지난달 30일 통장 입금 내역을 확인한 이경환씨(가명.34)는 허탈해했다.

지적장애 1급을 판정받아 살아오던 이씨는 지난달 장애인 연금제 시행 소식을 듣고 들뜬 마음에 신청을 서둘렀다.

제도를 신청하는 장애인들의 기존 등급에 상관없이 등급을 새로 심사해 엉터리 등급을 감별하겠다는 보건복지부의 취지 때문에 등급 재심사라는 수고를 덜어야 했지만,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개의치 않았다.

판정 결과 병원에서는 1급 판정을 받았으나, 국민연금관리공단은 2급으로 최종 판정했다.

"후회하고 있다. 2급으로 등급이 내려가면서 그동안 이용해왔던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을 수 없게 됐다"고 하소연한 이씨는 "제도가 있는데도 왜 실질적으로 피부에 와닿지 않느냐"며 씁쓸해 했다.

장애인 연금제도는 기존 중증장애인 연금이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에 한정되던 것을 장애인 연금이라는 이름으로 대상을 확대한 것이다. 급수에 따라 장애인 연금은 9만원 안팎을 받고 1급을 받아야만 활동보조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같은 사례와 관련해 배태환 제주도지체장애인협회 제주시지회 사무국장은 "등급 재심사를 신청하면 열이면 열 다 떨어진다"며 이 제도를 꼬집었다.

배 사무국장은 "이 제도는 시행 그 자체에 의의가 있을 뿐 경제적 도움은 되지 않는다"며 "이런 사례가 점점 알려지면서 신청을 꺼려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제도들은 초기에는 시행 착오를 겪기 때문에 나중에야 그 제도가 안정되기 마련"이라면서 "그렇기에 신청하겠다는 사람을 말리는 경우도 왕왕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하지 않은만 못하다'는 역효과의 문제는 뭘까.

여러가지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장애인 단체 한 켠에서는 제주도 당국과 행정시가 제도 홍보 그 자체에만 열중해 역효과 가능성을 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제주도와 각 행정시는 지난 5월부터 장애인 연금과 관련한 보도자료를 쏟아 내며 제도를 열심히 홍보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연금제 시행에 앞서 대상 장애인들에게 안내장도 보내고, 읍면동마다 신청을 독려했다"면서 "전광판을 이용해 홍보하기도 하고 포스터를 부착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행 그 자체에만 의의를 두다 보니 장애인들의 입장에 서서 제도를 바라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씨는 "언론 보도나 홍보물 속에 등급 재심사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등급 하락 관련 내용은 전혀 없었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장애인의 편에 서서, 장애인의 시각에서 제도를 마련하고 홍보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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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덕배 2010-08-02 16:29:49
저러면 누가 장애인 연금을 타려고 신청을 하겠냐,,
국민연금관리공단은 언제부턴가 미쳤다.
우리 할매도 2급이었는데 3급으로 떨어져부렀다네,
증상은 악화됐는데 2급에서 3급이 왠말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