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8 00:55 (일)
"제주 스포츠팀, 가당키나해?"...냉랭한 팬심(心)
"제주 스포츠팀, 가당키나해?"...냉랭한 팬심(心)
  • 박성우 기자
  • 승인 2010.07.30 16:42
  • 댓글 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디어의 눈] 관람형 스포츠, 왜 뜨지 못하는 것일까?
제주Utd '쩔쩔'...관람형 스포츠가 열악하다...'왜?'

한 달전 제주섬을 뜨겁게 달구던 월드컵의 열기가 서서히 사그라들고 있다.

쩌렁쩌렁 울리던 목소리는 이제 4년후를 기약한다. 하지만 대다수의 도민들은 그 열기를 기억하고 있고, 앞으로도 기억하게 될 것이다.

비단 월드컵 때문이 아니라도 스포츠의 영향력은 굉장하다. 관중들은 공 하나의 움직임에, 선수들의 작은 몸짓에 일희일비한다.

죽으려던 사람이 선수들의 플레이에 용기를 얻고 새 삶을 살고있다는 사례도 종종 들려온다. 반면 불화의 씨앗이 되면서 큰 사건으로 번지기까지 한다. 이로 인해 국가와 국가간의 전쟁까지 났을 정도니 그 영향력에 대해 더 말해 무엇하랴.

이렇듯 스포츠는 사람을 움직이는 힘을 지니고 있다. 또 사회를 움직이는 힘을 갖고 있다. 하지만 제주도에서는 이같은 현상에 쉽게 수긍이 가지 않는다.

제주사회에서는 스포츠가 '영향력'을 끼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없다. 4년에 한번 열리는 월드컵이나 올림픽은 제주만의 것이 아니라 전국적인 흐름을 따른다. 제주를 거점으로 하는 스포츠들은 하나같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라산 중턱에는 수 많은 그린들이 모여 도외 관광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철인 3종경기, 세계 싸이클 대회 등이 제주에서 유치됐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폴로'라는 스포츠까지 제주를 그들의 경기장으로 선택했다.

최근들어서는 전국 스포츠팀들의 '전지훈련지'로도 각광받고 있다. 프로팀들은 물론 국가대표팀들까지 제주를 찾아온다. 방문하는 팀들마다 하나같이 "운동하기에 최적의 요건을 지니고 있다"고 엄지를 치켜든다.

그러나 이들을 방문케 하는 '관광 인프라'는 갖춰졌지만, 스포츠 그 자체를 활용할 수 있는 '스포츠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보고 즐길 수 있는 관람형 스포츠는 상당히 열악하다.

# 관람형 스포츠가 열악하다...'왜?'

우리나라 스포츠팀들은 대부분 기업들이 유치하는 형식을 띈다.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홍보나 사회환원 등의 이유로 여러 기업들이 스포츠팀을 운영한다.

하지만 이들은 제주를 대상으로 투자하기는 꺼려한다. 섬이라는 여건상의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매 경기마다 바다 건너 제주를 오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제주가 섬이라는 이유만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타국에는 이를 뒷받침하는 성공적인 사례들도 많다.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FC로 유명한 스페인의 프리메라리가(LFP)에는 'CD테네리페'라는 프로축구팀이 있다.

테네리페 섬은 스페인에 속한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유럽 대륙보다 아프리카 대륙에 더 가까이 있다. 본토에서 비행기를 타고 가도 3~4시간이 걸리는 거리. 하지만 이 지역연고팀인 CD테네리페는 홈 관중들의 열광적인 서포트에 힘 입어 해가 다르게 선전하고 있다.

이처럼 섬이라는 이유가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그보다 우선되는 이유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섬을 건너는게 부담이 되는 것은 소요시간 등이 아니라 '이동자금'이다.

'혹시나'하는 경제적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제주로 내려오는 것에 비해 그에 따른 메리트가 부족하다는게 일반적인 평이다.

또 다른 이유로는 내부적인 사회 분위기도 한 몫한다. 스포츠 자체를 문화로 받아들이기에 제주는 아직 벅찬 모습이다.

스포츠팀을 서포트하며 주말마다 경기장을 찾아가는 이들은 일부 사람들에겐 한량으로 비쳐지기 십상이다.

모든 상황을 통튼 가장 가까운 예 FC제주유나이티드가 있다.

# '도민구단' 제주유나이티드...그러나

'도민구단'임을 표방하며 지난 2006년 호기롭게 출발한 제주Utd.

창단 첫해 13위를 기록하고 다음해 11위, 그 다음해 10위를 기록하며 신생구단으로서는 비교적 선전했다. 그런데 도민들로부터는 외면당했다.

티켓 값을 대폭 할인하거나 오렌지색 티셔츠를 입고오면 아예 관람요금을 무료로 해줬다. 지역 학교와 교류도 하며 이벤트를 펼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왔다. 하지만 4년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어딘가 힘에 부쳐보인다.

한 켠에서는 제주Utd를 향한 무관심이 '성적'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신생구단으로서 나름 선전했을 뿐이지 만족스러운 순위는 아니라는 것이다. 프로는 성적으로 말한다. 결과가 좋아야 팬들도 관심을 갖게되고 응원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올해는 제주Utd의 분위기가 심상찮다. 전반기 2위로 마감한 제주Utd가 후반리그 들어서면서 내리 2경기를 따내며 단독 1위로 도약했다.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 박경훈 감독을 새로운 사령탑으로 초빙하며 탄탄한 수비진을 구축한 것과 국가대표로 이름을 떨친 조용형, 구자철 등의 활약도 흥을 돋궜다.

하지만 이면을 살펴 봤을때 마냥 축배만을 들고 있을 수가 없는 노릇이다. 돌아와주리라, 관심가져주리라 예상했던 제주의 팬심(心)은 여전히 차갑다.

지난 17일 서귀포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13라운드 경기, 강원FC와의 경기에서 관중수는 3314명을 기록했다. 5:0의 스코어를 기록하며 시원한 골 세례를 퍼부었지만 이를 지켜보는 관중들은 많지 않았다.

울산 7325명, 창원 1만458명, 대전 1만5336명에 비하면 K리그 선두팀의 관중치고는 어딘지 납득이 가지않는 기록이다.

그동안 부진했던 성적이 저조한 관중동원력에 대한 핑계거리가 됐지만, 그마저도 아니었다는 결과를 얻게 되자 다시금 깊은 시름을 안기고 있다.

관중동원력의 부진에 대해 다른 이유로 접근해 보면 경기장의 접근성 문제를 꼽을 수 있다.

제주도민의 70%가 몰려있는 제주시를 기준으로 봤을때 홈 구장인 서귀포월드컵 경기장은 너무 멀다는 것이 정설이다.

물론 따지고 들면 그렇게 먼 거리는 아니다. 제주시에서 서귀포시로 넘어가는데 드는 소요시간은 기껏해야 1시간 안팎이다.

하지만 제주도민들의 생각은 그렇지 않다. 모 전문가는 칼럼을 통해 '제주시민들이 서귀포시로 가려는 체감시간은 서울시민이 대전에 가려는 거리와 비슷하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제주에 사는 이들에게는 큰 마음먹고 가지 않으면 쉬이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길이다.

그렇다면 제주시에 경기장을 유치할 수는 없는 것일까?

제주시에는 K리그 경기를 진행할 수 있는 제주종합경기장이 있다. 지난 2008년에는 종합경기장에서 K리그 경기를 치른바 있으며, 관중몰이도 비교적 양호했다는 평을 얻었다.

하지만 그뿐이다. 종합경기장 경기는 특별한 이벤트에 불과했다.

종합경기장에서 유치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야간경기를 진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K리그 대다수의 경기는 주말, 그것도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는 야간시간에 주로 진행된다. 하지만 종합경기장에는 야간 조명 스탠드를 설치할 수 없다. 제주도가 지정한 고도제한에 걸리기 때문.

또 서귀포 월드컵경기장을 그대로 방치할 수 없다는게 하나의 걸림돌이 된다. 막대한 공적자금을 들여 가뜩이나 적자폭이 큰 경기장을 놀릴 수는 없다는게 도정당국의 설명이다.

# 퓨처스 리그, 미래(Future)를 보여주다

지난 17일 제주오라 야구장에서는 프로야구 2군 선수들로 구성된 '퓨처스 리그'의 올스타전이 열렸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유명선수는 없지만 야구 팬이라면 기대를 갖고 지켜볼만한 이벤트였다.

특히 올스타전 경기에 앞서 진행된 '천하무적 야구단'과 '퓨처스리그 코치진'과의 '세미파이널' 경기는 더욱 눈길을 끌었다.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예상밖으로 수 많은 관중들이 몰렸다. 관중들은 외야로 크게 날아가는 공을 보면서, 실제로 보니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경기를 보면서 환호했다.

천하무적야구단의 경기가 끝나고 관중들 중 반쯤은 빠져나갔지만 연예인을 보러왔건, 야구를 보러왔건 선수들의 플레이에 하나하나 반응한 이들의 모습은 다가 올 제주 스포츠의 희망을 안겨줬다.

토요일 저녁 황금시간을 투자하며 야구장을 찾은 이들은 언제든지 잠재적인 고객으로 바뀔 수 있는 이들이었다.

표면적으로 봤을때 제주는 아직 스포츠의 '불모지'에 불과하다.

하지만 조금만 다른 측면으로 바라본다면 아직 아무도 개척하지 않은 '블루오션'이라고 볼 수도 있다.

맨땅의 헤딩하기 식의 투자가 아닌 체계적이고 전문화된 노력을 기울인다면 얼마든지 황금시장으로 거듭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물론 투자만 이뤄져서는 어림없다.

선진화된 관중문화와, 지역사회에 한발 더 다가서는 스포츠팀, 이를 서포트하는 도정책까지 삼박자가 어우러졌을때 이들이 외치는 환호로 제주섬이 떠는 전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미디어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8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광수 2010-07-31 18:32:34
보통시민인나도지금결과를예측했는데제주시민들이1시간박에안걸리는서귀포까지축구구경못가는걸한심하다하면서 꼭지역균형개발취지인지몰라도그렇게가깝다고하는시장성없는서귀포에대형구장을만든것은 또무엇인지..

광수 2010-07-31 18:28:29
나는2002년월드컵때부산에있었는데당시서귀포구장에 4만여관중이 들어선모습을보면서부산친구들에서저기서귀포인구와비슷한 관중이 들어갔다도말하면서 월드컵끝나고나면 저구장어떻게운영될지걱정이라고 말한적있다

2010-07-31 18:22:00
제주에서 시민들이 하는 종목이 얼마나 많은데 꼭 축구만 관심가져야되는지 참 그렇게 지원많이해주는 축구 하지만 지원없이 묵묵히 생활체육으로 활성화되는 종목들 많습니다 그런종목들을 많이 지원해주삼요

제주시민 2010-07-31 01:10:26
백호기 이야기가 빠진게 아쉽네요!
앞으로도 좋은 기사 부탁드립니다

제주FC1 2010-07-30 22:14:37
접근성을 이야기 하지만 최근까지 이정수가 뛰었고 제주fc와 친선경기 얘기도 있었던 가시마틀러스 연고지인 가시마시 인구는 4만정도지만 전국적으로 1000만이 넘는 서포터스를 갖고있다고한다..제발 관심 가져줍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