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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보장? 배부른 소리", 알바생 "서럽다"
"최저임금 보장? 배부른 소리", 알바생 "서럽다"
  • 박성우 기자
  • 승인 2010.07.07 14:46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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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 끊이지 않는 공방전, '아르바이트 임금' 줄다리기
업주 "200원은 적지 않은 돈"...알바생 "이 마저도 아쉽기에 어쩔 수 없죠"

임금액의 최저한도를 결정하고 그 지급을 법적으로 통제하는 '최저임금제'.

2011년 최저임금의 새로운 합의점을 도출하기 위해 연초부터 중소기업진흥청(이하 중기청)과 많은 시민단체가 팽팽히 맞서왔다.

특히 결정을 한 달여 앞둔 지난달부터 각각 4110원과 5180원으로 합의할 것을 주장하던 양 측은 하루가 멀다하고 성명과 논평을 쏟아내며 거리 운동을 전개해 왔다.

그러던 중 지난 3일 최저임금심의위원회는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에 비해 5.1% 인상된 '4320원'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노동계 일각에서는 주장하던 5180원에는 다소 미치지 못했지만, '동결'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중기청과 비교하면 상당히 선전했다는 평을 내리고 있다.

특히 많은 시민들과 학생들이 직접 투쟁해 얻어낸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자평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제주사회, 특히 경제적인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4320원이라는 최저임금은 다소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현재 최저임금인 4110원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생채기를 남기는 일이 종종 벌어지던 와중, 210원이나 훌쩍 올라버린 임금은 분명 더 큰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남긴다.

# "마땅한 아르바이트 자리가 없다"

최저임금 문제에 있어서 언제나 객관적 지표로 거론되던 아르바이트.

특히 제주도내 아르바이트 중 최저임금이 보장되지 않는 경우는 부지기수다. 그런데도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으로 아르바이트 자리의 수요와 공급 불균형 문제를 꼽을 수 있다.

개인의 여건과 환경에 맞추고, 게다가 조건까지 좋은 아르바이트를 찾는다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

올해 초 P제과점에서 시급 3500원을 받고 일했던 김 모씨(21)는 "밤 늦은시간 집에 걸어오려면 가까운 거리의 아르바이트를 구할 수 밖에 없었다"고 토로한다.

또 "주변 친구들이나 지인들도 다들 그렇게 일하고 있다. 요즘 최저임금인 4110원을 받느냐 못 받느냐 따져가면서 일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급 3600원에 F편의점에서 일하고 있는 강 모씨(26)는 "학교를 다니면서 저녁에 일할 수 있는, 또 거리에 구애받지 않고 시급까지 보장해 주는 아르바이트 자리는 없다"고 잘라 말한다.

반 년 이상 일해온 강 씨에게 신고를 통해 최저임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하자 이미 알고 있었던 듯 "신고절차가 굉장히 까다롭고 복잡하다. 얼마 되지도 않을 돈 때문에 서로 얼굴 붉히면서까지 그러고 싶지는 않다"고 한숨을 내쉰다.

그러면서 "업주들도 다 알고 있다. 하지만 신고를 당해도 갚아야 하는 것은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한 차액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 정도는 감수하고 아르바이트를 고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듯 소위말해 조건 좋은 아르바이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한다. '알바대란'이라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다.

최근 제주시청은 매년 시행해 온 '하계 아르바이트 학생'을 모집했다. 공고 후 예년과 같은 열렬한 반응이 보여졌고 신청자가 줄을 잇던 가운데, 지원률은 12:1에 달했다.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공개추첨' 까지 기획하는 이례적인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제주도내 청년들의 갈증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 "최저임금 보장? 배부른 소리"

업주들의 입장은 정반대다. 올해 고용노동부가 제한한 최저임금은 4110원이지만 이마저도 지켜내기가 녹록치 않다.

중앙로에서 요식업을 운영하고 있는 박 모씨(50)는 "업주 입장이 되보지 않고서는 최저임금을 주네 안주네 따지는 것, 결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식재료값, 연료비 등 물가가 오르지 않은 품목이 없는 상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건비에 더 많은 지출을 감당하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

그는 "최저임금을 보장해주지 못하더라도 어쨋든 일하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필요한 자리라는 것이다. 결국은 상호간에 윈-윈이 아닌가?"라고 주장한다.

일도2동에서 F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 모씨(53)도 궤를 같이한다.

"일이 익숙해질만하면 그만둬 버리는 통에 아르바이트 처음 시작시에는 시급 3400~3500원 정도 지급한다"는 김 씨.

그는 "물건 하나 팔아도 몇 백원 남는다. 그나마 담배로 인한 수익으로 근근히 운영하는데 하루 종일 직원을 둬야하는 입장에서 시급 200원이라도 적지 않은 돈"이라고 억울해했다.

이어 "하나 둘씩 없어지는 물품들을 아르바이트의 책임으로 물지 않는 것도 쉬운일이 아니다"라고 입장을 호소했다.

# '무풍지대' 제주, '바다 건너 불 구경'

재미있는 것은 제주지역에서는 최저임금 보장 문제가 '공론화' 되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고용주는 고용주대로, 고용자는 고용자대로 불만과 억울함을 호소하지만 선뜻 나서지는 않고 있다.

앞서 밝혔듯이 올해 초 서울, 부산, 대구 등 최저임금을 논제로 끝 없는 공방전을 이어왔지만 제주는 이와 관련한 사안에 대해 조용했다. 그야말로 '무풍지대'.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세한 내용은 커녕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이와 관련해 민주노총 제주지부의 김성훈 비정규사업국장은 "대도민 선전전, 거리 홍보전을 펼쳐 왔지만 관심을 끌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밝혔다.

김 국장은 시민들이 관심을 갖지 않은 이유와 관련해 "표본이 150명에 그쳐 신뢰성이 다소 부족해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설문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50%의 학생들이 '최저임금제'라는 법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은 대부분의 시민들이 모르고 있기 때문에 관심을 가질래야 가질수가 없다는 것.

또 다른 이유로 좁은 지역사회, 즉 '괸당 문화'를 꼽았다. 최저임금을 가지고 실랑이를 벌이는 과정 중에 더 큰 문제가 불거지는 상황을 두려워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민주노총은 '만약 최저임금에 의해 업주와의 마찰이 생긴다면 문제 제기를 하겠는가?'라는 질문에 대다수의 학생들이 'NO'를 선택했다고 답했다.

김 국장은 "학생들의 대답에 의하면 한 두 단계 건너서라도 지인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고, 또 문제가 있는 아르바이트를 기록한 '블랙리스트'의 존재가 무섭다고 대답했다"며 지역사회의 한계라고 설명했다.

행정상으로는 최저임금 4320원으로 정하며 '지키라'고 공표했지만, 현장 일선의 눈치싸움은 쉬이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최저임금을 두고 벌이는 끝 없는 줄다리기. 한 업주의 말처럼 윈-윈이 될지 영업주의 일방적인 횡포가 될지는 판단할 수 없겠다.

다만 비록 비효율적이라 할지라도 명확한 잣대가 존재하는 한 불화의 씨앗은 여전히 남아있다. <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가 독자여러분의 현장취재 제보를 기다립니다.(박성우 기자, 010-2039-0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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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아이 2010-07-12 21:04:22
기사 잘 읽었어요. 박 기자 화이팅..^^

상윤엄마 2010-07-08 16:29:59
다행이도 최저임금이 올라간다는 뉴스를 접했습니다.. 그나마라도 임금이 조금 올라가서 보장만 된다면 그나마 힘 없는 사람들 입가에 잠시나마 웃음이 머무르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박덕배 2010-07-08 12:01:53
박 기자님의 현장취재 잘 보고 있습니다.
요즘 신문은 정말로 쓰잘데기 없는 기사 올리려고 혈안이 되지요. 이를테면 "모든 신문에는 올랐는데 왜 우리 신문엔 그 기사가 아직이란 말이냐"라고 안절부절 못하는 사주를 보아도 알지요...그러한 기사, 즉 어딜가나 있는 기사가 아닌 미디어에만 있는 기사. 앞으로도 부탁드립니다.

출입처에서 뵙시다^^

알바인생 2010-07-07 19:25:23
잘읽었습니가
힘없고. 줄서기못해 빽없는 사람위한 기사 많이써줍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