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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애살수장부아(懸崖撒手丈夫兒)
현애살수장부아(懸崖撒手丈夫兒)
  • 진인철
  • 승인 2010.05.07 14: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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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진인철 강창일 의원 전 보좌관

지금 시간이 5월 7일 새벽 3시 30분입니다. 새벽에 눈을 뜨고 허허로운 마음에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 신문에 접속하니 현명관 38%, 우근민 23.5%, 고희범 12.5% 라는 헤드라인이 눈에 들어옵니다.

지난 3월 말, 우근민 전 지사의 복당 파문 이후 향후 한나라당 경선국면이 지나면 현-우-고의 순서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걱정이 있었는데 현실화되고 보니 오히려 담담하기까지 합니다.

그동안 선거지원 차 파견 나온 제주에서 한나라당의 집권을 막아보려고 여러 가지 노력을 했는데 그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의 집권은 피할 수 없어 보입니다. 어떤 교수님은 한나라당의 집권을 막기 위해 무소속 후보를 포함한 야권단일화를 고려하라고 조언했습니다.

제주의 선거에 잔뼈가 굵은 선배님들 중에서도 그런 말씀을 하시는 분을 종종 보았습니다. DJ도 집권을 위해 JP와 연대했다는 사례도 거론했습니다. 참으로 정치공학적인 발상입니다. 

고희범 후보는 우 전 지사의 복당철회를 요구하며 일주일 간 단식을 하신 분입니다. 정치신인이기는 하지만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복무한 한겨레신문사 사장까지 하신 분입니다. 그 분의 도덕적 자질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그 분의 눈에 비친 우 전 지사의 복당은 시대적 흐름의 역행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저 또한 그 분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물론 단식이라는 형식에는 이견이 있습니다. 

최연희 파동 이후 정치인의 도덕적 자질에 대한 기준이 한층 업그레이드 되었습니다. 우리 민주당만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부끄럽고 또 부끄럽습니다. 현실정치에서 집권에의 강한 열망과 그 열망을 뒷받침하는 높은 지지율이 우리의 도덕적 양심을 가린 것 같습니다. 

말이 길어졌습니다. 어느 교수님의 조언인 무소속 후보를 포함하는 야권연대는 고희범 후보와 제주 진보세력의 정서를 조금도 이해하지 못하는 발언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저는 3월 말 이후 물밑에서 소위 '제3지대 단일화'를 위해 움직였습니다.

'제3지대 단일화'란 우근민 후보와 고희범 후보가 용인할 수 있는 제3의 인물을 통한 단일화입니다. 여기서의 제3의 인물이란 강창일 의원입니다. 제 이야기를 들은 모두가 소설이라고 했습니다. 가능하지 않은 시나리오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승리에 대한 확신이 희미해지고 패배주의가 제주의 범민주진영을 엄습할 때, 그 때 제 시나리오는 생명을 얻을 것이라고 저는 믿었습니다. 물론 과학적 데이터는 없습니다. 

이런 고민을 여기저기 흘리고 다니던 4월, 제 옆의 친구이자 동료가 말했습니다. "너의 생각을 얘기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강창일 의원 보좌관으로서의 너의 신분을 망각하지 말라. 너의 얘기를 주변 사람들은 의원의 생각인 줄 오해할 수 있다. 왜! 의원께 누를 끼칠 수 있는 행동을 하느냐? 정녕 너의 생각에 진정성이 있다면 의원실에 사표를 내고 나서, 보좌관이 아닌 개인 자격으로 당원 자격으로 얘기하라." 옳은 말이었습니다.  

현명관 38%, 우근민 23.5%, 고희범 12.5% 라는 숫자를 보고 있으니 용기를 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이 40을 목전에 두고, 아내와 자식 둘을 건사하다보니 사실 사표를 내는 것이 두려웠습니다. 그 때 현애살수장부아(懸崖撒手丈夫兒). '벼랑에 매달린 손을 놓아야 대장부라 하리' 란 문구가 눈에 들어 왔습니다. 

그래 놓자. 현실 정치 한복판에서 살아가고는 있지만 가슴 속에서는 항상 운동권이라고 생각하던 내가, 의미있는 행동을 단 한 번 만이라도 하자.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91년 대학 문에 서서 경대의 죽음을 통해 세상의 부조리를 인식했던 그 초심으로, 부여잡고 있는 이 알량한 기득권을 놓자고 다짐했습니다. 오늘 이 글이 사직서를 대신할 것입니다. 강창일 의원으로의 '제3지대 단일화'가 관철되지 않는다면 다시는 자유주의 정치판에 몸담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이 유일한 승리의 길입니다.

고희범 후보님, 우근민 후보님, 결단하십시요. 두 분이 손잡고 강창일 의원을 불러내십시요. 그리하여 현명관 과의 1:1 구도를 만드십시요. 두 분의 용퇴. 그 감동 만이 만신창이가 된 제주의 민주당을 구원할 것입니다.

<진인철 강창일 의원 전 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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