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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과 끼', "화려한 무대 아니어도 좋아요"
'열정과 끼', "화려한 무대 아니어도 좋아요"
  • 박성우 인턴기자
  • 승인 2010.04.26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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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취재파일] '청소년문화존' 선포, 청소년들의 '외침'

"어디 놀러갈 만한 곳 없나요?"

괜한 소리가 아니다. 제주도내 청소년들의 이 같은 공공연한 외침은 수년 째 지속되어 오고 있다.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몇몇 학생들에게 평소에 주로 어디로 놀러 다니는지 넌지시 물어봤다. 대부분 노래방, 피씨방, 까페 등 쉽게 예상했던 답변이 들려왔다. 그런데 거기서 꼭 한마디를 덧붙인다. "정말 특별히 갈만한 데가 없어요"

함께 자리하던 이들도 열을내며 앞서 말을 꺼낸 친구를 대변한다. 노래방, 피씨방 등도 여러명이 모이면 기호가 갈려 가기 힘들고 다른 곳을 찾아보려 해도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다는 것이다.

이들이 토로한 것이 장소만을 이야기한 것은 아니겠다. 장소도 장소지만 즐길 수 있는 문화 컨텐츠가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섬이라는 지역적 특수요건 때문이라고 변명하기에는 그간의 행보가 조금은 부족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그나마 제주시청 일대, 칠성통 거리, 노형동 신시가지 등 번화가를 형성하고 있는 제주시내에 거주하는 학생들의 경우는 좀 낫다. 서귀포시만 해도 '동명백화점' 일대로 대표되는 상점가를 목적없이 그냥 걸어다니는 청소년 무리를 쉽게 볼 수 있다. 시외권 학생들은 말할 것도 없겠다.

이러한 와중에 지난 24일 제주특별자치도와 청소년활동진흥센터의 주관으로 산지천마당에서 '2010 청소년문화존' 선포식이 열렸다.

제주자치도는 청소년들의 문화활동을 적극 개발하고 상시적인 여가활동이 가능한 문화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청소년문화존'을 마련했다고 설명한다.

이날 행사에는 청소년 봉사활동요원들과 공연을 준비한 여러 단체.동호회의 구성원, 이들을 응원하기 위해 찾아 온 친구들과 지나가다 잠시 발걸음을 멈춘 이들로 인해 그리 좁지 않은 산지천마당이 가득차 발 한 걸음 내딛기 어려웠다.

행사장을 찾은 청소년들의 표정은 밝았다. 굳이 별다른 수식어를 붙이지 않더라도 축제를 몸소 즐기고 있는 그들의 모습이 비쳐졌다.

멋진 댄스팀 '오빠'들이 선보이는 브레이크 댄스에 환호성을 지르는 여학생들의 모습이 그랬다. 헤어디자이너 '누나'들이 도와 처음 시도해 본 삐침머리를 보며 쑥쓰럽다는 듯이 웃는 어린 학생의 모습이 그랬다.

혹자에게는 다소 진부할 수 있는 직접 로스팅 한 커피를 마셔보는 것이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두번쯤은 겪어봤을 인공호흡법은 체험의 기회조차 제공받기 힘들었던 학생들에게는 생소하고 진기한 경험으로 다가오는 듯 했다.

모처럼만에 사람들로 가득찬 산지천 마당을 보며 학생들이 아닌 일반 시민들도 호기심이 동해 하나둘 몰려와 한데 어우러졌다.

'2010 청소년문화존'은 오는 7월까지 토요일마다 매주 운영된다.

다행스럽게도 제주자치도는 위와 같은 문제를 인식해 '청소년문화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문화환경을 점차 개선해 나갈 방침이라고 전했다.

특히 이날 자리에 참석한 김상호 제주시교육장은 축사에서 "주말 상설 예술.문화 프로그램을 통해 청소년들의 재능과 기량을 마음껏 펼쳐 나갈 기회의 장을 마련하겠다"고 밝혀 기대감을 갖게 했다.

제주자치도나 제주시 등의 행정기관뿐만 아니라 이날 행사를 주관했던 청소년활동진흥센터나 제주YMCA, 청소년문화의집 등 다양한 사회기관.단체들이 이같은 현상에 공감하고 함께 참여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 또한 매우 고무적이다.

앞으로 더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갈 곳 없고 즐길 것 없던 청소년들의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탈출구가 생겨야 하겠다. 탈출한다는 어감이 꺼림칙 하다면? 잠시 멈춰 숨고르기 할 수 있는 쉼터를 마련한다 생각해보는 것도 좋겠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이날 현장의 모습은 청소년 문화 프로그램 운영에 대한 향후 방향을 제시해 주는 듯 했다. 이들은 유명 가수의 화려한 무대, 또는 소위 말해 돈 깨나 쓰인 공연.프로그램을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비록 규모도 작고 실력이 부족해도 그들 자신이 직접 무대의 주인공이 돼 억눌렀던 열정과 끼를 발산하는 것, 또는 그 주인공과 함께 '호흡'하고 '참여'하는 축제를 원했던 것이 아닐까.<미디어제주>

<박성우 인턴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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