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8 17:02 (일)
힘겹게 켠 '로망스' 울림, 청년은 아름다웠다
힘겹게 켠 '로망스' 울림, 청년은 아름다웠다
  • 김두영 기자
  • 승인 2010.01.20 09:14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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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희망이야기]②장애인 기타교실 강사 강형훈씨의 '꿈'

장애인들에게 기타의 아름다운 음율을 전하는 '장애인 기타교실' 강사 강형훈씨(36).

몸을 제대로 가누기도 힘들 정도의 강직성 척추염을 앓고 있는 그는 지난해 '희망의 음악'을 전하는 기타교실 강사로 활동하면서 이름 꽤나 난 청년이다.

지난 16일 제주시 탐라장애인복지회관에서 그를 만날 수 있었다.  시원시원한 목소리로 취재진을 반갑게 맞은 그의 모습은 척추염을 앓는 아픈 이의 모습이 아니라, 씩씩함이 가득한 여느 청년과 다를 바 없었다.

병을 앓으면서 겪어야 했던 좌절감, 그리고 이를 이겨내게 끔 한 희망, 나아가 그 희망을 다른 장애인들에게 널리 전하고 싶어하는 아름다운 마음.   그의 이야기는 어릴적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 움직이기도 힘든 몸...집에서 3년간 두문불출(杜門不出)

어렸을 때부터 몸이 좋지 않았던 강씨. 하지만 그는 병이 있다는 생각은 못하고 단순히 몸이 허약한 체질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어렸을 때는 제가 병이 있는 줄 몰랐어요. 그냥 몸이 좀 안 좋은 편이다 생각하고 살았죠. 이 병이 개인차가 있어서 심하지 않을 때는 평범한 생활도 할 수 있다고 하더라구요."

그렇게 큰 불편없이 생활하며 대학에 입학하고 곧 군대를 가게 됐다. 훈련병으로 심한 군사훈련을 받던 중 점차 몸이 안 좋아지고 거동이 불편한 정도로 아팠다는 강씨. 결국 병원을 찾아간 강씨는 자신이 강직성 척추염을 앓고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강직성 척추염은 '척추에 염증이 생기고 움직임이 둔해지는 병'으로 허리를 비롯해 온몸의 관절에서 통증이 나타나고 뻣뻣해지는 증상이 나타나며 아직까지 완치가 불가능한 병이다.

결국 군대를 의가사제대 한 강씨는 대학을 졸업하긴 했으나 점차 심해지는 고통과 몸을 움직이기 힘들어 취업을 포기했다고 한다.

"병이 점차 심해지니까 한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지를 못하겠더라고요. 그렇다고 오래 걸을 수도 없고요. 건축사무소를 비롯해 몇군데 취직하기는 했지만 결국 오래버티지 못하고 대부분 그만둬야 했죠. 그러다 보니 취직도 할 수 없고 몸은 아프고 해서 집에만 3년 정도 있었죠."

그렇게 힘든 시기를 보내던 강씨는 우연한 계기로 탐라장애인복지관과 인연을 맺게 됐다.

#.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아 코드 잡기도 힘들어"

지난해 탐라장애인복지관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많은 장애인들에게 기타를 가르쳐준 강씨. 그는 친하게 지내던 한 후배의 불행한 사고로 인해 탐라장애인복지관과 인연을 맺게 됐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후배가 있었는데 어느날 그 후배가 교통사고를 당해 다리를 절단하게 됐어요. 그래서 몸이 불편한 후배와 함께 탐라장애인복지관을 오가다 보니 복지관에서 하는 일을 알게 됐고 한 선배가 탐라장애인복지관에서 기타를 가르쳐보지 않겠냐고 권유를 해서 시작하게 됐어요."

하지만 병을 앓고 있는 몸으로 기타를 가르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그는 중학교를 다닐때 기타를 배워 밴드활동까지 했던 경험이 있었지만 병으로 몸이 굳어지면서 손을 마음대로 놀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손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으니까 코드를 잡을 때 엉뚱한 코드를 잡기도 하고 목이 잘 움직이지 않아서 기타를 치는 도중 기타를 확인 못해 답답했죠. 기타를 가르쳐야 하는데 제가 기타를 잘 못치고 있으니까요. 결국 오기가 생겨 이를 악물고 계속 연습을 했죠."

손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을 부지런히 연습하면서 풀어주고 목이 움직이지 않아 기타를 확일할 수 없자 아예 보지 않고 칠 수 있도록 며칠 밤을 새며 계속 연습했다는 강씨. 그 결과 지금은 다시 기타를 잘 연주할 수 있게 됐고 이제는 밴드활동까지 즐길 수 있게 됐다.

#. "각양각색의 학생들...강습 초기엔 정말 힘들어"

피나는 연습으로 기타실력을 키우기는 했지만 장애인들에게 기타를 가르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기타를 배우러 오신 장애인들은 대부분 하체가 불편하신 분들이었는데 그 중에는 눈이 잘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도 계셨어요. 눈이 전혀 보이지 않는 분은 아니었는데 기타를 배우면서 악보와 코드를 잡는 손이 잘 보이지 않아 처음에는 쩔쩔맸죠. 그래도 그분은 정말 열심히 연습해서 지금은 매우 연주를 잘하세요."

기타를 배우러 온 장애인들은 대부분 열의를 가지고 수업에 참가했지만 그 중에는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사고를 당해 장애를 가지게 된 한 학생은 기타를 배우는 과정에서 강씨와 자주 다투었다고 한다.

"그 분이 갑작스러운 사고로 장애를 가지게 된 후 약 8년간 집에서만 생활하던 분인데 복지관에서 기타교실을 한다니까 호기심에 참가를 했나봐요. 그런데 갑작스럽게 장애를 가져서 그런지 상당히 비관적이더라구요. 그렇다보니 제 말도 잘 따르지 않아서 말다툼도 여러번 했죠."

그러던 어느날 그 학생과 강씨가 크게 다투게 된 일이 있었다. 기타를 가르치던 과정에서 사소하게 시작한 대립이 점차 심해지면서 말다툼으로 변했고 결국 그 학생과 말싸움을 벌이게 된 것이다.

"그 학생이 저한테 '선생님은 장애를 가지지 않았기 때문에 쉽게 말하는 거다'라고 말하더라고요. 제가 평소에는 몸이 아픈 티를 잘 안내서 학생들은 제가 병을 앓고 있는지 잘 몰랐거든요. 그래서 그 학생에게 제가 불치의 병을 앓고 있고 그 때문에 몸을 움직이는 것도 힘들다고 말을 해 줬죠. 그 다음부터는 그 학생도 느낀 것이 있었는지 말을 잘듣더라구요. 지금은 정말 말을 잘 듣는 학생 중 한 명이에요."

그렇게 1년간 장애인들에게 기타를 가르친 그는 기타가 장애인들에게 취미로 끝날 것이 아니라 하나의 자립수단으로 발전했으면 한다고 자신이 가지고 있던 생각을 밝혔다.

#. "장애인들이 음악으로 자립할 수 있었으면..."

그는 올해 제주 사랑의 열매의 지원을 받아 탐라장애인복지관과 함께 '세고비아 프로젝트'라는 장애인 문화복지사업을 계획 중이라고 했다.

강씨는 장애인들이 서예나 미술, 스포츠 등에는 많이 활동을 하고 이에 대한 복지도 발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음악에 대한 복지활동이나 문화사업 등은 많이 소홀하다며 이번 프로젝트가 장애인들의 음악문화 발전에 대한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장애인 사업이라는 것이 1년 주기로 이뤄지다 보니까 음악은 하기가 매우 힘들더라구요. 음악이라는 것은 꾸준히 해야 하는데...그래서 2∼3년간 꾸준히 진행할 수 있도록 계획을 준비하고 있어요. 음악이 단순히 취미활동이 아니라 하나의 자립수단이 될 수 있도록 말이에요."

강씨의 바람은 음악을 진심으로 하고 싶어하는 장애인들이 세고비아 프로젝트를 통해 전문성을 익혀 음악공연이나 다른사람들에게 악기 등을 가르쳐주는 활동을 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제가 언제까지 계속 이 장애인 기타교실 강사를 할 수 있을지 모르고요. 언젠가 제가 가르친 학생이 제 뒤를 이어 장애인 기타교실을 운영한다면 좋겠죠. 그럼 그들이 다시 기타를 배워서 다른 곳에서 강연을 하고...그럼 장애인들의 음악영역이 넓어지게 될 것 같아요."

장애인들이 음악을 통해 희망을 찾았으면 한다는 강씨. 언젠가 그의 바람대로 장애인들이 연주하는 희망의 음악이 세상에 널리 울려펴졌으면 한다. <미디어제주>

<김두영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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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독자 2010-01-20 17:57:42
아름다운 멜로디지...

한 때 독자 2010-01-20 17:56:02
아름다운 소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