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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과 같은 '아픈 역사의 현장'을 가다
4.3과 같은 '아픈 역사의 현장'을 가다
  • 김두영 기자
  • 승인 2009.12.21 0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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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취재] (2) 노근리 사건 현장에 드리워진 기억

12월 20일 '2009 전국 4.3 유적지 순례'의 이틀째 날이 밝았다. 전날 4.3 유적지 순례에서 추운날씨와 강행군으로 피곤했지만 순례단을 아침 일찍 일어나 이동할 준비를 했다.

이날 순례단의 목적지는 4.3사건과 같이 아무런 죄도 없는 수많은 민간인들이 학살을 당한 노근리 사건의 현장이다. 순례단은 수많은 민간인들이 억울한 죽음을 당한 그곳에서 원혼들의 한을 위로하기 위해 이 곳을 방문했다.

노근리 사건은 한국전쟁의 초기인 지난 1950년 7월 25일부터 29일까지 충청북도 영동군에 위치한 노근리 일대에서 한국전쟁에 참전한 미군에 의해 전쟁의 화마를 피해 피난길에 오른 민간인들이 학살당한 사건이다.

이 사건은 지난 1999년 AP통신의 보도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으며 이로인해 미국과 한국이 진상조사에 착수, 지난 2001년 1월 미국 클린턴 대통령의 사과 대신 유감표명을 발표했다.

# 흉탄의 흔적이 남아있는 노근리 사건 현장

20일 오후 3시쯤 노근리 사건 현장에 도착한 4.3순례단은 당시의 흔적이 남아있는 노근리 사건 현장을 보면서 4.3사건과 같은 '아픔'을 느낄 수 있었다.

철도밑에 위치한 2개의 굴다리에는 당시 미군의 전투기가 민간인들에게 쏟아부었던 총탄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순례단은 그 흔적을 직접 손으로 만져보고 주위를 둘러보면서 당시의 처절했던 현장의 모습을 생각하는 듯 했다.

그렇게 순례단은 노근리 사건현장을 돌아보고 현장 한쪽에 마련된 노근리 사건 희생자들을 기리는 위령비와 사건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안내판 등을 둘러봤다.

양동윤 4.3도민연대 공동대표는 "4.3과 함께 노근리 사건도 역시 국가적 공권력 등에 의해 민간인들이 학살당한 역사적인 사건"이라며 "어제(19일) 방문했던 안동형무소처럼 이 곳도 같은 역사적인 아픔이 서린 곳이기 때문에 순례 장소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양 대표는 "4.3의 경우 60여년에 걸친 조사 끝에 도민의 힘으로 진상이 규명되고 있는 사건이지만 노근리 사건의 경우 AP통신에 의해 진상이 알려지기 시작한 사건"이라며 "현재 이 지역도 희생자들의 유족 등에 의해 진상이 규명되고 있는 만큼 이 장소를 오게되면 앞으로 4.3에 대한 진상규명에 대해 더욱 열심히 해야 함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함께 양 대표는 "4.3의 경우 미군이 개입한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지만 아직까지 미국의 어떠한 이야기도 들을 수 없었다"며 "노근리 사건이 사과는 아니더라도 미국의 대통령의 유감표명을 받은 만큼 제주 4.3도 이를 본받아 좀더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약 30분에 걸친 노근리 사건 현장에 대한 방문이 끝나고 억울한 죽음을 당한 희생자들의 원혼을 달래기 위한 묵념을 마지막으로 이번 2009 전국 4.3 유적지 순례는 막을 내렸다.

#. "내년 광주서 희생된 4.3 희생자에 대한 진혼제 가질 것"

모든 일정을 마치고 제주행 비행기를 타기위해 대구공항으로 이동하던 버스안에서 양동윤 대표는 2009 전국 4.3 유적지 순례에 동참해준 순례단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냈다.

이와함께 양 대표는 "올해 4.3유적지 순례로 오랜시간에 걸친 희생자들에 대한 원혼을 위로하고 그들이 고초를 겪은 역사적 현장을 돌아볼 수 있었다"며 "하지만 아직 미흡한 점이 많이 남아있다"며 앞으로 계속적으로 4.3 진상규명에 힘쓸 것을 밝혔다.

양 대표는 "올해 순례로 제주 4.3 수형자들이 고초를 겪은 것으로 조사된 지역은 다 돌아봤지만 4.3순례가 처음 시작된 광주에서 일반재판에 의한 희생자 200여명에 대한 진상을 밝히는 일이 아직 남아있다"고 말했다.

양 대표는 "내년에는 5월 15일을 전후해 이들 200여명에 대한 진혼제와 유적지 순례를 실시할 계획"이라며 "4.3순례가 시작된 땅에서 마무리를 하게 됐다"고 언급했다.

이날 오후 7시, 대구에서 비행기를 타고 제주에 도착한 4.3 순례단은 이번 순례에서 느낀 점을 가슴에 담고 내년에 있을 광주서 희생된 4.3 희생자들에 대한 진혼제와 순례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이번 4.3 유적지 순례를 마무리 했다.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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