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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소환 후 시민운동, 무엇을 생각해야 할까
주민소환 후 시민운동, 무엇을 생각해야 할까
  • 윤철수 기자
  • 승인 2009.11.20 1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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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주민소환 평가토론회, '성과'와 '비판' 열띤 토론
주민소환운동 '성과' 제시 속, '비판적 관점'도 제기

지난 여름, 광역자치단체장으로서는 전국 처음으로 이뤄졌던 제주특별자치도지사에 대한 주민소환투표. 주민소환투표 결과 11%의 낮은 투표율을 기록하면서, 주민소환 관련 법률에 명시된 개표요건인 3분의 1 이상의 투표율에 못미쳐 주민소환 시도는 무산됐다.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난 후, 주민소환운동을 평가하고, 앞으로 활동방향을 설정하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제주도내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돼 활동했던 주민소환운동본부는 20일 오후 4시 제주시보건소 남쪽에 위치한 제주도치과의사협회 회관 세미나실에서 '주민소환 평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평가토론회에서 당시 주민소환투표 청구인측 대표로 활동했던 고유기 제주참여환경연대 사무처장은 '주민소환운동의 전개와 의미'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주민소환운동에 대한 나름대로의 평가를 내렸다.

그는 지난 주민소환운동 과정에서 '투표율'이 낮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크게 4가지로 제시했다. 우선 선관위의 소극적 홍보행태를 꼬집었다. 2005년 하남시 선관위의 경우 주민소환투표 홍보비로 약 5억2000억원을 투입했으나, 올해 제주선관위에서는 이의 홍보비 집행액이 1억2000만원에 불과해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는 주장이다.

고 사무처장은 "더욱이 선관위에서는 '투표 불참'도 하나의 권리라는 점을 알림으로써 투표참여 분위기를 저하시키는 한 요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두번째로는 '언론의 침묵'을 들었다. 그는 "대다수 언론의 경우 사실보도, 나름대로는 객관적으로 보도를 하려는 노력을 보였지만,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 모습도 많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세번째로는 소환대상자측의 '투표 불참'을 들었다. 또 '투표방해' 행위도 투표율을 저조하게 만든 한 원인으로 제시했다.

#고유기 사무처장 "새로운 지역사회 리더십 형성 절실하다"

고 사무처장은 주민소환운동 과정에서 나타났던 현상을 중심으로 해 평가를 한 후, 앞으로의 과제를 제시했다.

우선 시민사회운동도 보다 열리고 유연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주체의 혁신과 외연'을 키워드로 삼은 그는 "지역사회 변화를 위한 비전설계와 운동 주체의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 처장은 "소환운동은 지역사회의 실체를 경험함과 더불어, 추상수준의 사업풍토 등 평면적 수준의 활동에서 벗어나, 구체적인 목표의식에 기반한 전략형 운동의 필요를 갖게 해주었다"며 "지역사회 변화를 위한 폭넓은 시민의 연대를 위한 노력과, 한편에서 사회 타킷층을 겨냥한 사업배치와 네트워킹 활동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두번째로는 '새로운 사회 리더십의 형성'을 들었다. 그는 "연고와 이해관계를 뛰어넘는 공동체 전략이 있어야 한다"면서 "특히 공무원 중심의 제주사회를 변화할 새로운 리더십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세번째로는 '미래 세대 대한 관심과 관계'를 제시했다. 고 처장은 주제발표를 마치며 "종전 시스템을 바꾸는 운동에서 앞으로는 리더십을 바꾸는 운동으로, 그리고 정책을 비판하는 운동에서 사람들의 생활과 일상을 건강하게 바꾸어 나가는 운동으로 나가는, 보다 분명한 행보를 고민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규배 탐라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어진 토론에서는 이상이 제주대 교수(의과대학), 고창후 변호사, 김익태 KBS제주 기자, 시민 강경숙씨 등 4명이 토론자로 나섰다.

#이상이 교수 "시민운동도 감시자 역할에서, 적극적 정치 주체자로 나서야"

이상이 교수는 "왜 도지사가 주민소환 대상이 되었던 것인지 잘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면서 "그 중 민주주의의 문제를 들 수 있는데, 절차적 문제와 함께 소통의 부재, 바로 민주의의를 원칙을 위반했기 때문"이라고 피력했다.

이 교수는 "도민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를 제주도당국이 그것을 실현해줘야 하는데, 그것을 못해줬다"면서 "그 실례가 바로 영리병원인데, (제주도당국은) 소통이 없고, 일방적인 행태에 있어서는 절차적 민주주의를 위반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런 맥락에서 지난 주민소환에서는 사회역동성 측면에서 큰 희망을 발견한 것으로 평가된다"면서 "이번에 주민소환을 지금까지 시민운동이 평가자 내지 감시자 역할이었다면 앞으로는적극적인 정치 주체자가 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고창후 변호사 "민주주의 실현에 있어 소중한 경험이 될 것"

고창후 변호사는 현행 주민소환 관련 법률에 있어서의 문제를 지적한 후, 이번 주민소환운동의 당위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입장을 피력했다.

고 변호사는 그러나 주민소환운동이 결과론적으로 '실패'로 끝나게 된데 대한 냉철한 평가를 해야 한다고 점을 강조했다.

그는 "주민소환운동을 추진한다면 주민소환 사유에 있어 사전 조사를 통해 압도적 지지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만, 그런 사안에 대해서만 주민소환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또 "주민소환운동 주체의 문제로, 강정마을 주민들, 가톨릭계, 시민사회운동 진영이 힘을 모았는데, 그러나 '소수의 힘'에 불과했다"면서 "'소수'의 힘만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고 변호사는 이어 "이번 주민소환운동은 실패한 것으로 판단된다. 실패함으로써 도지사에게는 면죄부를 주는 결과로 이어진 측면도 있었다"면서 "도지사는 마치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은 자신을 지지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이번 주민소환이 그렇게 만들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 피력했다.

그러나 고 변호사는 이번 주민소환운동에 따른 성과도 있었다면서 나름대로의 성과적 의미를 정리했다.

그는 "이번 주민소환운동은 유권자에게 도지사의 실정을 부각시켰고, 도지사가 실정을 할 경우 주민소환을 당할 수도 있다는 경각심을 고취시켰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이 있다"면서 "또한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에 있어서도 무의미한 실험이 아니라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고, 제주사회가 한단계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주민소환문제를 통해 도민들이 해군기지 문제를 매우 심각한 문제로 생각하게 되었고, 그 결과가 해군기지와 관련한 정부와 도정의 일방적 추진에 제동을 거는 변호사회나 통추위 등과 같은 단체가 생겨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익태 기자 "주민소환 추진 시민운동의 '한계'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김익태 기자는 "실패한 싸움에, 소환운동본부나 제주도, 시민 모두가 비판의 대상이 된 것 같다"고 전제한 후, "11%의 투표율을 보였는데, 이 토론회장에 계신 분들 대부분은 11%에 포함된 분들로 보여, 주민소환에 반대했던 분들도 함께 토론을 했으면 하는 생각"이라며 '비판적 관점'의 발언을 했다.

그는 주제발표에서 주민소환운동의 평가와 관련해, "시민사회단체의 한계가 '주관적 입장'이라고 할 수 있는데, 주민소환운동에 대한 평가의 내용이 과연 객관적 타당성을 갖고 있는지 의문스럽다"면서 "또 주민소환운동으로 해군기지에 제동을 걸었다고 하는데, 오히려 드라이브를 건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민소환투표 결과와 관련해서는, "아무리 방해했다고 치더라도, 주민소환투표 유효청구인수는 5만1000만명은 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아쉽게도 투표율은 4만2000명이 된 것은 냉정하게 평가를 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기자는 "주제발표에서 이 4만2000명을 '진정한 시민'이라고 평가했는데, 그럼 나머지 시민들은 '비 진정 시민'인가 하는 문제로 이어진다"고 말한 후, "그런데 우리는 '비 진정 시민'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으며, 그들을 '비진정 시민'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도민들과 멀어질 수 밖에 없다"며 주민소환과정에서 찬성이나 반대측 모두를 아우르는 공동체적 인신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기자는 이어 주민소환투표법률의 '개표율 요건'에 대한 주제발표문의 내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관권선거 등 때문에 지난 투표결과를 인정하지 못하게 됐다는 것은 일부 수긍은 가면서도, 개표율 요건이 문제였다는 지적은 다시한번 생각해봐야 한다"면서 "'게임의 법칙'이 있는데, '개표율 요건'이 있다는 것을 사전에 알고 있으면서 그 게임에 들어갔기 때문에, 사후에 '개표율 요건'을 갖고 주민소환투표 결과를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것은 수긍이 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김 기자는 "지난해 영리병원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될 때에는 '도민의 현명한 판단에 감사드린다'고 했다가, 이번에는 그러한 점은 없었다"면서 "영리병원 반대하고 나면, 해군기지 반대하고 나면 뭐가 남는가. 그 '뭐가'라는 점에 대해 도민들에게 제대로 제시하지 못한 것은 바로 시민운동의 한계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강경숙씨 "지역사회의 담론이 무엇인지, 대안사회에 대해 생각해봐야"

마지막 패널로 나선 시민 강경숙씨는 "오늘 주민소환운동에 대한 평가 자리는 마무리를 하는 자리가 아니라 앞으로의 도약을 다짐하는 자리라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해군기지, 카지노, 영리병원의 담론에 대해 이야기를 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해군기지가 국책사업이라는 담론이 있는데, 이는 외부에서 유입된 담론"이라며 "현재 이뤄지고 있는 지역개발, 외자유치 등이 도민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이 사실인데, 해군기지 문제에 있어서도 지역개발적 측면 때문에 호응이 이뤄지는 부분도 있다"고 피력했다.

강씨는 "주민소환투표에서 결과적으로 11% 투표율이 있는데, 어떠한 방해작전이 있었다 해도 변명이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서 "지역사회 담론이 반영된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민운동차원에서도 무조건적인 반대를 하는 것도 위험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이것은 담론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못하게 하는데, 앞으로 지역주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발전에 대한 새로운 그림을 그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대안사회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는데, 지역학회나 다문화축제, 마을 벼룩시장 등과 같은 대안적 활동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고성환 실장 "지역화폐 등 도민과 함께하는 시민운동 사업 검토해야"

지정토론자의 토론이 끝난 후, 고성환 주민소환운동본부 상황실장은 앞으로 제주지역 시민운동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고 실장은 앞으로 시민운동의 방향과 관련해, '연대기구의 통합'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영리병원, 영리학교, 조례개정, 이는 특별법으로 비롯된 문제이므로 특별법 대책기구로 통합하자"면서 "아울러 급식, 교육, 아이건강연대는 교육 관련이므로 이를 통합하는 방안이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외에도 여러가지 시민운동단체의 방향성을 제시한 후, "지역운동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문제에 대해 일부에서 논의되고 있는데, 이는 큰 관심을 끌지 못하지만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지역화폐, 사회적 기업, 로컬푸드, 생태도시 논의 등은 도민과 함께하는 사업들을 적극적으로 검토하자"고 제언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해군기지 반대투쟁에 나서고 있는 서귀포시 강정마을 주민들도 참여해 함께 토론했는데, 토론은 오후 7시까지 이어졌다.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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