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8 00:55 (일)
사채 빌려쓴 50대 여성의 '끔찍한 악몽'
사채 빌려쓴 50대 여성의 '끔찍한 악몽'
  • 김두영 기자
  • 승인 2009.09.25 1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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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천만원 빌리자 석달만에 이자만 1억원...연일 협박
폭행 고소하자 법원 앞에서 '염산 추정' 약품 세례공격

25일 오후 4시, 제주도청 기자실. 수척한 모습의 한 여성이 기자실에 들어섰다.

제주시내에서 자그마한 액세서리 가게를 운영하는 강모씨(58. 여). 그녀는 기자들을 보자마자 '끔찍한 악몽'을 하소연하기 시작했다.

사채와 관련해 그동안 폭행을 당하고, 심지어 고소사건으로 법원에 갔다가 오는 과정에서 염산으로 추정되는 약품세례 공격을 받아 화상을 입은 일 등 그녀의 하소연은 좀처럼 끝나지 않았다.

#"3000만원 빌린 돈의 이자가 석달만에 1억원"

사채를 빌려쓴 것이 화근이었다. 제주시내에서 주점을 운영했던 그녀는 올해 1월 A씨라는 사람에게서 사채 3000만원을 빌려 썼다.

그러나 그 사채는 일반적 대부업의 돈이 아니었다. 빌린 날로부터 5일 간격으로 갚아야 하는 이자만 300만원.

돈을 빌린지 불과 석달이 조금 지났을 무렵인 4월 무렵까지 갚은 이자액만 1억원이 넘었다.

3000만원을 빌려쓰고 서넉달만에 원금상환은 아예 엄두도 내지 못한채 이자만 1억원을 갚았다는 것이다. 그 이자를 갚기 위해 가게와 아파트까지 넘겼다.

그런데 문제는 이자를 주기적으로 갚지못한 상황이 생긴 4월에 터졌다. A씨에게 고용돼 수시로 중국인 B씨는 4월에 즈음해 툭하면 강씨의 가게로 찾아와 돈을 내놓으라며 난동을 부렸다.

더욱이 B씨는 평소 강씨와 잘 알던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A씨의 부탁을 받았는지 자신을 심하게 괴롭혔다고 강씨는 털어놨다.

4월12일 얼굴에 생긴 육종(혹) 제거수술을 받기위해 서울에 갔다가 18일 돌아온 그녀는 사채업자 A씨의 호출을 받았다.

M식당으로 오라는 것이다. 그곳에 간 강씨는 다짜고짜 폭행을 당했다. 폭행을 당하다 그곳에서 빠져나온 강씨는 곧바로 인근 경찰 지구대에 들어가 A씨를 폭행 및 불법사채 혐의로, B씨를 명예훼손혐의로 고소했다.

여기까지가 강씨가 털어놓은 사채업체로부터 받은 고통의 일부분이다.

#"재판 끝나고 나오는데, 염산으로 보이는 약품 공격받아"

두번째 문제는 이달 18일 터졌다. 이날은 자신이 고소한 사건에 대한 재판이 있는 날이다.

재판을 지켜본 후 제주지방법원 민원실 입구를 통해 밖으로 빠져나와 법원 주차장으로 이동하던 중 B씨가 계속 뒤따라왔다.

"나와 000(A)에 대한 고소를 취하해라. 취하하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했다고 한다.

평소 B씨를 잘 알고 있었던 강씨는 이에 화가 나서 "너와 A가 어떤 관계냐? 왜 A에 대한 고소도 네가 취하하라고 하느냐. 너랑 내가 알고 지낸지가 A보다 더 오래됐는데 어떻게 나에게 그럴 수 있느냐"고 되받아쳤다고 했다.

그러자 뒤편에 서 있던 B씨가 강씨의 등 부위에 무언가를 뿌린 것 같았다. 그게 무엇인지는 보지 못했지만 순간 등이 간지럽고 따끔한 느낌이 왔다고 했다.

순간 무섭고 두려움에 빨리 되돌아가기 위해 차에 탔는데, 차 안에서 계속 이상한 냄새가 나고 등이 끈적거려 보니 뭔가 묻어있었다.

약품세례 공격을 받은 것이다. 강씨는 "염산인지 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가방과 겉옷이 녹아내린 흔적, 그리고 등 부위에 500원 동전 크기의 화상자욱이 생긴 것으로 볼 때 B씨가 의도적으로 염산과 같은 약품을 준비해온 후 뿌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순간, 차에서 다시 내린 강씨는 제주지검 민원실 안으로 들어가 주차장에 설치된 CCTV화면을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검찰측은 일반인에게 CCTV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며 거절했다고 강씨는 주장했다.

다음날 다시 검찰청을 방문한 강씨는 약품세례 공격을 받을 당시 CCTV 녹화가 안됐다는 말만 듣고 돌아와야 했다.

약품세례 공격을 받은 후 강씨는 3일간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았다. 약품이 맞닿은 부위에는 물집이 크게 나 았고, 화상을 당한 것처럼 상처가 나 있었다.

약품의 세례를 받은 흔적으로 겉옷과 가방, 그리고 등과 허리 부위의 상처를 직접 내보이며 그녀는 다시 울먹거리기 시작했다.

약품세례 공격을 받은 것과 관련해 경찰에 고소하려 했으나 진단서가 필요하다는 말에 돌아왔다는 그녀는, 내일(26)일 진단서를 첨부하고 정식 고소하겠다고 말했다.

몸을 팔아서라도 돈을 갚으라는 모진 협박에 자살까지도 생각했었다는 그녀는, 지금 제주 소규모 자영자들 가운데 A씨와 같은 업자로부터 시달림을 당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채업자로부터 협박을 당하고도 보복이 두려워 쉬쉬하고 있는 영세상인들이 많다는 것이다.

강씨의 '끔찍한 악몽'은 서민들이 겪고 있는 경제불황 속 한 이면으로 다가오는 듯 했다. <미디어제주>

<김두영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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