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8 17:02 (일)
"이런일이 있었습니다"
"이런일이 있었습니다"
  • 고민수
  • 승인 2009.08.27 17: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민수 서귀포시 해양수산과

이번 휴가는 가족과 함께 전라북도를 돌아 다녔다. 비가 자주 내린 궂은 날씨 탓에 흥이 덜 했다. 역시 여름은 더운게 제격인 모양이다.

고추장이 유명한 순창의 민속마을에서 고추장을 사는데 엄청 비싼 가격에 놀랐다. 그래도 친척들에게 선물로 돌릴려고 아내는 몇 개 사들고 가방에 담는다. 나는 아내에게 불만을 털어 놓으며 순창에 있는 강천산군립공원으로 핸들을 돌렸다.

강천산군립공원에 차를 주차하고 슬리퍼로 갈아 신어 입구로 향해 걸어갔다. 입장 할려고 하니 깜빡 잊고 지갑을 차에 두고 왔던 터라 군립공원 입장료를 낼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입장표를 받고 있던 그녀(성도 이름도 모른다)에게 머리를 긁적이며, 지갑을 차에 두고 와서 그런데 그냥 들어갈 수 없냐고 물었다.

미안해하는 나에게 웃음을 던지면서 그냥 들어갈 수는 없고 우리큰애(8살)에게 "누나하고 묵찌빠해서 이기면 들어가게 해줄께"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 큰애의 손을 보면서 천천히 손을 내는 것이다. 우리 큰애가 이겼다. 아니 그녀가 져 준것이다.

들어가면서도 미안해하는 나에게 미안해 할 필요가 없다는 그녀의 세심한 배려가 정말 기분 좋다. 사무실안의 남자직원도 고개들 돌리는 센스도 엿볼 수 있었다.

우리는 이들보다 더욱 빛나는 세계자연유산과 전국최고의 명승지를 보유하고 있으며 전국 최남단이라도 상징적인 이미지와 청정한 자연을 브랜드로 한 특산명품과 요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올레길도 있다.

여기에다 우리도 넉넉한 웃음과 세심한 배려가 보태지면 전국최고가 아닌 세계에서도 손꼽히고 관광요람지로써 많은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제주도로 거듭날 것이다.

특히, 제주는 여신(女神)들의 고장이다. 그만큼 여인의 세심한 정서가 몸에 베어있는 우리들이다. 예부터 바다에서든 산에서든 항상 주변을 살피는 공동체 생활을 이어왔고, 밥도 별도 개인 밥그릇이 아닌 돗고리라는 그릇에 담아 같이 떠먹었으며, 제사를 마친후에도 반이라 하여 모두 똑같이 나누어 먹었다.

이는 척박한 땅에서 어렵게 살았어도 항상 내 이웃과 주변사람들을 먼저 생각하는 배려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친절관광이 새로운 마음다짐을 위해 피켓들고, 선서하고, 결의대회를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보다는 그냥 우리네 마음속 깊이 있는 면면히 이어온 공동체생활의 배려심을 관광객들에게도 내 이웃 대하듯 조금만 보여주면 될 것이다.

우리 제주인의 넉넉한 웃음과 배려하는 마음만 조금 꺼내서 보여준다면 그들은 다시 제주를 찾을 것이고 제주를 알리는 홍보맨이 될 수 있다.

다음 휴가에도 꼭 순창의 강천산군립공원을 찾을 예정이다. 그 때에는 못준 입장료를 갚을 생각이다.

<고민수 서귀포시 해양수산과>

# 외부원고인 '기고'는 미디어제주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미디어제주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