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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인플루엔자 유행에 대한 생각
신종인플루엔자 유행에 대한 생각
  • 왕옥보
  • 승인 2009.08.27 0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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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왕옥보 제주보건소장

요즘 우리사회는 멕시코에서 날아온 신종인플루엔자A(H1N1)라는 아주 작은 크기의 바이러스 때문에 온통 혼란에 빠져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 바이러스가 감염력이 높기 때문에 문제라는 사람도 있고 또 어떤 사람들은 겨울철이 되면 늘 오는 계절성 독감 바이러스보다도 병원성이 약하니 별거 아니라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우리 사회를 흔들어 놓고 있는 이 신종인플루엔자는 올 4월 중순 캘리포니아의 10세 된 소년에게서 감염이 확인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멕시코 국경지역에서 돼지에게 유행하던 바이러스와 유사하다고 해 돼지독감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지기도 했습니다만 좀더 연구해 본 결과 이 바이러스는 유럽과 아시아의 돼지, 조류 그리고 사람의 바이러스유전자가 혼합된 전혀 새로운 4종 재편성바이러스로 밝혀졌습니다.

사실 지구촌에 독감이 대유행했던 것은 20세기에 들어서도 벌써 3번이나 있었습니다. 그 첫째는 1918년에 있었던 스페인 대유행이었고, 1957년의 아시아 대유행 그리고 아직도 가끔 사람들의 입에서 오르내리는 홍콩대유행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독감에 걸렸고 특히 스페인 독감 때는 인도 같은 나라에서는 천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죽기도 했습니다. 그 때문인지 대유행(펜데믹)이라는 단어는 그 자체만으로도 사람들에게 공포를 일으키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어떤 전염병이 위험한가에 대한 평가는 물론 그 병을 일으키는 원인균의 독성이 중요하긴 합니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그 당시 의학의 수준과 질병관리체계 입니다. 링거 같은 수액제를 정맥주사하는 개념이 없었던 시대에는 단순한 설사도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입니다만 오늘 날에 설사질환. 아니 콜레라 해도 그리 두려운 병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요즘 유행하는 신종바이러스 유행은 우리에게 얼마나 위협적일까요?

얼마전 WHO에서는 신종인플루엔자에 대한 경계단계를 가장 높은 6단계로 올리면서 그 이유를 신종인플루엔자가 인체에 가하는 위해성보다는 전세계의 많은 지역 많은 사람을 감염 시킬 수 있는 전염성을 우려해서 취하는 조치라는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병원성의 정도는 보통으로 계절인플루엔자와 유사할거라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요즘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우리보다 먼저 지역사회 감염을 일으켰던 일본의 발표 자료들을 보면 매해 겨울마다 찾아오는 독감에 비해 그리 위험도가 높지는 않다는 내용들이 주입니다.

신종인플렌자의 병독성이 낮다고 해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이번 유행 바이러스는 사람과 사람사이 전파가 매우 쉽게 일어나는 특성을 갖고 있어 많은 인구의 감염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일시에 감염되고 이 사람들이 다 병원으로 몰리면 의료시스템에 커다란 혼란을 초래 할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분야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지난 4월부터 시작된 신종인플루엔자 유행사태는 4개월만에 전세계 170여개 국가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와 우리나라를 포함한 각 국가의 보건당국 및 의료관련단체들도 비록 부족한 기간이지만 바이러스를 연구하고 백신을 개발하며 생산체계를 갖추어 11월이면 백신접종을 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질병을 퇴치할 백신이 현재 없다고 우리가 할 일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백신보다 더 급한 것은 과도한 두려움을 떨쳐내고 사람간의 전염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입니다. 질병에 대한 부적절한 두려움은 필요 없는 질병비용유발 뿐만 아니라 정말 치료를 필요로 하는 환자에게도 피해를 주기 마련입니다. 또한 지역사회 감염을 줄여 환자 발생의 최고점에 도달하는 시기를 뒤로 미룰 수만 있다면 예방백신을 활용하여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습니다. 2009년 가을과 겨울은 그 어느 때 보다 질병에 대한 바른 이해와 침착한 대응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왕옥보 제주보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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