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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비평]'주민소환투표' 뉴스프레임
[미디어비평]'주민소환투표' 뉴스프레임
  • 부종일 객원기자
  • 승인 2009.08.17 0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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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부터 시작된 주민소환투표운동이 제주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김 지사 측이 '투표 불참'으로 민생탐방에 나서는 것에 대해 소환운동측은 '불량도지사 퇴출'에 동참을 호소했다. 이후 김 지사측은 '투표 불참'이 '꼼수 정치가'로 낙인되는 것을 우려, 주민소환 명분의 불합리성을 호소하는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불합리성 주장은 보수언론이 해군기지 사태를 '안보 님비'로 규정하고 이를 근거로 현역 도지사를 소환하는 명분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탁상행정 논리'의 연장선상일 뿐이다.

몇 대째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강정마을 주민들의 민주적 이의가 무시됐고, 세계적으로 존재가치를 인정받는 제주관광유산이 군 기지로 인해 파괴될 가능성이 농후한데도 끝까지 밀어부치는 현 정부의 독선이 잘못됐다.

사안이 사안인 만큼 제주언론은 이를 비중있게 다뤘다. 지난주 9일부터 14일까지 온오프 신문매체 보도를 분석해 본 결과 소환운동 측 움직임을 가장 많이 보도한 매체는 14회를 보도한 제주투데이와 미디어제주였다. 뒤를 이어 제주의 소리가 11회, 이슈제주가 5회, 제민일보가 2회, 제주일보가 2회, 한라일보가 1회로 나타났다.

14회라는 수치는 김 지사측 보도를 포함한 전체보도에서도 가장 많은 횟수를 차지한 수치였다. 언론사를 보더라도 제주의소리, 제주투데이, 미디어제주 등 진보언론으로 꼽히는 매체에서 적극적으로 보도했고 오프라인 매체에서는 제민일보와 제주일보가 2회로 똑같은 횟수로 보도했다.

다만 눈길을 끌었던 기사는 제주투데이 <제주선관위 " '투표 독려' 나어떡해..>와 제주의소리 <주민소환 부재자 공무원 기피 의혹 사실로(?)>였다.

먼저 제주투데이 기사는 선관위가 투표참여 홍보를 놓고 딜레마에 빠져 있다는 내용이다. 투표 참여, 투표 방법, 그밖의 주민소환투표에 관하여 필요한 계도.홍보를 실시해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는 주민소환법이 결과적으로 주민소환투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당시 공무원 개입설이 대두되는 가운데 김 지사의 반칙이 수면 위로 부상함에 따라 선관위의 시각을 보도한 것은 적절한 타이밍이었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선관위가 움직여서 얻는 이익과 움직이지 않아서 얻는 이익을 따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선관위의 사실상 정중동 행보가 어떤 이익에 더 부합하는 행보인가를 추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주투데이가 이를 보도하면서 선관위의 '변명'을 그대로 인정해버린 모양새가 되어 버렸다.

다음으로 제주의소리 기사에서는 부재자신고가 예전보다 절반이 줄어든 5165명이 접수됐다는 팩트로 시작했다. 지난 2007년 대선과 지난해 4.15 총선 제주지역 부재자 신고를 한 9000여명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어든 숫자라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공무원들이 조직적으로 부재자 투표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소환운동측의 발언을 따 "서귀포시 공무원들이 부재자신고를 전혀 하지 않았다. 또한 제주시 모 국장도 읍면동을 순회하며 공무원의 투표와 부재자신고를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의혹제기가 후속취재 없이 단순히 일방의 주장만을 여과없이 보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히려 선관위에 부재자 신고자를 확인하는 모습은 있고 기사에서 제기한 공무원들의 개입단서를 찾아내는 모습은 없다. 기사의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다음으로 김 지사측 움직임을 보도한 매체는 미디어제주가 6회, 제주의소리 이슈제주 제주일보가 각1회였다. 제주투데이 제민일보 한라일보는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이 경우에도 미디어제주가 월등히 많은 보도횟수를 보였다. 미디어제주는 대체로 매일 소환운동측 2회, 김 지사측 1회 기사를 내보냈다.

이는 미디어제주가 일정한 방침을 가지고 기사를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데 다른 매체와는 구분되는 부분이다. 미디어제주가 객관성을 담보하는 방법으로 김 지사측 움직임을 기사화한 것으로 보인다. 즉 6회라는 수치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매일 김 지사측 행보를 소개했다는 점에서 소환운동 정국에 나름대로 공정한 스탠스를 가져가려 한 것으로 보인다.

이슈제주는 <김 대상자, "아쉽다"...적법한 민생탐방 계속>, 제주의소리는 <김태환 지사 주민소환투표 불참 공식 선언>라고 보도했다. 제주일보는 동아일보 사설을 웹출판했다. 다만 이슈제주가 보도한 내용이 김 지사의 복지시설 방문이 적법하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어 '너무 나갔다'는 평가가 뒤따르고 있다.

선관위에 따르면 복지시설이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된 장소가 아니며 여러 군데 복지시설을 방문한 점이 주민소환투표 규정에 어긋난다고 한다. 이에 김 지사측은 위문방문 목적이지 투표운동이 아니라고 하면서 적법한 민생탐방을 중지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슈제주가 김 지사의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를 비치는 것은 객관보도의 사명을 저버리는 것이다. 제주일보도 마찬가지다. <주민소환토표운동 첫 주말 풍경은> 제하의 기사 첫 문단에서 "제주특별자치도지사 주민소환투표운동 첫 주말과 휴일인 지난 8일과 9일 김태환 지사는 적법한 범위내 민생탐방 행보를 이어갔고 주민소환운동본부는 유세전을 통한 투표 참여 높이기에 매진했다"고 보도했다.

여기서도 '적법한'이라는 단어가 나왔다. 대체로 유권자들은 도덕적 문제를 선거이슈와 결부시키는 경향이 있다. 이슈제주와 제주일보가 해군기지에서 점수를 잃은 김 지사를 소환운동을 통해 '법을 지키는'는 이미지를 만들어냄으로써 구원투수를 자임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마지막으로 소환운동측과 김 지사측 사이에서 '중립'보도를 한 경우다. 제주투데이가 4회로 가장 많았고, 제주의소리 제민일보 3회, 이슈제주 한라일보 2회, 제주일보 1회, 미디어제주 0회였다. 이같은 보도의 대표적인 예는 <집중 유세 vs 민생탐방 "누가 이기나?">(제주투데이)를 꼽을 수 있다.

이같은 보도는 양측의 가치가 동등한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뉴스프레임이다. 독자들에게 선악을 규정하고 적극적으로 설명해야 하는데도 가치판단을 독자에게 맡기고 권투경기 중계하듯 독자의 호기심만 자극하는 보도다. 특히 이와 같은 보도는 갈등을 유발시켜 해당 언론의 열독률을 높이는 수단으로 이용하는 측면이 있다. 또한 한쪽의 의견을 배제할 수도 있고 논쟁을 약화시키는 역할까지도 가능하다.

언론 입장에서는 기득권층을 옹호할 수도 있고 서민들을 지배하는 기제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에 지양해야 하는데 여전히 많은 언론들에서 발견된다.

지난주 제주언론보도를 분석한 결과 제주언론은 대체적으로 주민소환운동본부측의 움직임을 비중있게 다뤘다. 시민들의 관심사가 어디에 있다는 것에 묵시적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보아도 무방할 듯하다. 다만 그 뉴스프레이밍에 있어 '중립'(?)을 취하는 경우가 종종 눈에 띄었는데 일각에서는 기득권층의 '눈치보기'가 한몫하고 있다는 따가운 질책도 있다.

김 지사는 지난 2006년 공직선거법위반으로 법정에 섰던 인물이다. 물론 무죄를 확정했지만 선뜻 납득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절차적 문제와 실체적 사실 사이에 섰던 경계인이기 때문이다. 이제 다시 김 지사는 해군기지 문제로 제주 시민들의 심판을 앞두고 있다. 2006년에는 사법부가 판단을 했지만 이번에는 시민들이 판단을 하게 된다. 사법부 앞에선 '꼼수'가 통할 지 몰라도 시민들 앞에선 '꼼수'가 통하지 않을 것이다.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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