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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동의권 행사, 우려되는 '야누스의 두 얼굴'
사상 첫 동의권 행사, 우려되는 '야누스의 두 얼굴'
  • 윤철수 기자
  • 승인 2009.07.19 11:5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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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9조1항' 첫 시험대, 도의회의 과제

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제262회 정례회 마지막날인 21일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 규정에 따른 첫 '동의권'을 행사한다. 안건은 국무총리실 제주특별자치도지원위원회에 제출할 제4단계 제도개선 5대 핵심과제에 대한 동의안이다.

상정되는 핵심과제는 △국세의 자율권 부여 △관광객 전용 카지노 도입 △투자개방형병원(영리병원) 허용 △자치재정권 강화 △녹색성장 산업 육성 등 5가지다.

이 5대 과제가 별개로 상정되지 않고 하나의 동의안을 묶어 제출됐기 때문에 제주도의회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가결 혹은 부결 둘 중 하나다. 물론 현재 도의회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영리병원에 대해서는 정부 용역안이 나오는 11월 이후로 유보하자는 수정동의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지만 11명 이상의 서명의원이 필요해 본회의 전까지 이의 수정동의안이 발의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문제는 도의회가 그동안 제주도당국과의 줄다리기 끝에 '사전 동의'라는 소기의 목적을 얻어내,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 9조1항의 규정에 따른 동의권을 행사하게 됐는데, 도민의 대표자들로 구성된 대의기관인 의회가 이 동의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을지 여부다.

이 동의권의 취지를 제대로 살려 이번 5대 핵심과제에 대한 결론을 내린다면 도의회는 앞으로 도민들의 지지 속에 동의권 활용을 통해 민의를 대변하는 정책결정이 보다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소신없이 눈치보기를 하며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결정을 한다면, 권한을 부여받고도 행사를 하지 못하는 '무능력'하다는 비판에 휩싸이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사실 이 동의권이 실제 행사로 이어지기 전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국내 영리법인 병원 도입을 두고 여론조사를 실시하면서까지 많은 논란이 있었던 지난해 7월.

모 방송 시사대담프로에서 이 규정을 무용화하는 부분에 대한 문제제기가 처음 터져나왔다. 특별법 제9조의 '법률안 제출 및 입법반영'에서 도의회 동의절차를 명시한 규정이 있으나 왜 이 규정에 따르지 않고, 엉뚱하게 '여론조사'라는 방법을 택하느냐는 역제기였다.

즉, 법률에 반영할 필요가 있는 사항에 대한 의견을 제주자치도가 지원위원회에 제출할 때에는 도의회 재적 의원 3분의 2이상의 동의를 거치도록 한 조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따르지 않은 것은 '편법'이라는 지적이다.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 제9조(법률안 제출 및 입법반영)
1항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 제주특별자치도와 관련하여 법률에 반영할 필요가 있는 사항에 대한 의견을 지원위원회에 제출할 수 있다."
2항 "지원위원회는 제1항의 규정에 따라 제출된 의견을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통보하여야 한다."
3항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통보된 내용에 대하여 그 타당성 여부를 검토하여야 한다. 이 경우 검토기간은 그 통보를 받은 날부터 2월을 경과하여서는 아니된다."
4항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제3항의 규정에 의한 검토결과를 검토기간이 경과한 날부터 7일 이내에 지원위원회에 통보하여야 한다. 이 경우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검토결과 그 타당성이 없다고 인정한 때에는 그 구체적 사유 및 내용을 명시하여 통보하여야 하며, 타당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관계법률에 그 내용이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여야 한다."
5항 "지원위원회는 제4항의 규정에 의한 검토결과를 심의하여 그 심의결과를 제주특별자치도지사 및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통보하여야 한다."

이미 여론조사를 통한 정책결정 방법이 기정사실화된 가운데 터져나온 이 문제제기는 이 법률규정 해석을 놓고 설전만 벌이다 결론없이 끝이 났다. 결국 여론조사를 통해 정책결정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제주도당국은 당시 "편법이 아니다. 이번 사항은 이 규정의 적용을 받을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특별자치도와 관련한 입법방법은 정부가 하는 방법, 국회가 입법발의하는 방법, 그리고 제주도지사가 제출하는 방법 등 3가지가 있는데, 이번에는 정부가 발의하고 제주도는 의견을 제출하는 형태여서 굳이 도의회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을 필요는 없다는 주장이다.

사실상 지난해 7월 영리병원 여론조사 강행 후, '9조1항'의 규정은 논란거리만 남긴 채 흐지부지됐다. 그런데 올해들어 '9조1항'은 도의회의 끈질긴 사전동의 요구 끝에 결국 첫 시행을 하게 됐다.

9조1항의 시행의 그 기저에는 지난 5월 제260회 임시회에서 통과된 강창식 의원이 대표발의한 '제주특별자치도 지원위원회에 제출하는 사항의 사전의결에 관한 조례'가 큰 몫을 했다. 이 조례는 지원위원회에 제출되는 사항에 대해서는 사전에 도의회의 동의를 밟도록 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 조례가 통과되자 제주도당국은 이 조례에 대해 재의요구를 하면서 결국 '9조1항' 규정을 따르겠다고 약속해, 현재 열리고 있는 제262회 정례회에서 이 규정에 따른 첫 동의절차를 밟게 된 것이다.

어쨌든 많은 우여곡절 끝에 '특별법 9조1항'이라는 성과를 얻어내면서, 도의회는 이제 21일 그 첫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이 동의안이 처리되려면 재적의원 3분의 2 선인 의원 28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문제는 앞서 설명한대로 의원들이 얼마나 '민의'를 읽고 소중한 권한을 행사하느냐 여부다. 또한 내년 지방선거에서 도민들의 평가를 받아야 하는 의원들의 '소신'도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다.

지난주 상임위원회 심의에서는 다소 실망스런 부분도 표출됐다. 핵심과제 중 최대 논쟁사항인 투자개방형 영리병원 허용여부에 대해 심사했던 복지안전위원회의 경우 소수 반대의견을 전제로 한 동의안 가결처리를 했다. 행정자치위원회 심의에서는 숱한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최종 처리는 '만장일치'의 가결처리를 했다. 부대의견을 통해 소수 반대입장 조차 피력하지 않는 '소신없는' 모습이 연출된 것이다.

이에대해 일부 의원은 "어차피 본회의 표결을 통해 이뤄질 것인만큼 만장일치 동의를 해줬다기 보다는 본회의에서 최종 결정을 하도록 넘겼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애써 변명했다. 그러나 본회의 최종 표결절차를 거칠 것이라면 어떤 찬성의견이 있었는지, 어떤 반대의견이 있었는지를 부대의견을 통해서 좀더 명확히 할 필요가 있었다. 부대의견 표명 없이 만장일치 동의를 해준 것은 납득할 수 없는 대목이다.

21일 예정된 제2차 본회의에서는 '무기명 비밀투표'를 할 것인지, '기립' 혹은 '거수' 등의 공개적인 방법을 통해 의결할 것인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그러나 전자를 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과정에서 행자위 의원들이 보여줬던 '말 따로, 행동 따로'의 이중적 행태가 또다시 표출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시각이 적지 않다.

겉으로는 마치 찬성 혹은 반대인 것처럼 하면서 속내는 정반대로 하는 '야누스'의 행동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소중하게 얻어낸 '동의권'은 의원 개인적 실리가 아니라 '민의'에 입각해 행사돼야 한다. 야누스의 두 얼굴을 한 의원들이 나타나지 않기를 기대한다.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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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조1항 2009-07-19 15:08:33
이젠 좀 반성하세요./
당신들이 우기지만 않았으면 지난해에도 여론조사가 아닌 도의회 표결로 끝장냈을 있었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