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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도 초복 더위에, '잠 못 이루었던 밤'
33도 초복 더위에, '잠 못 이루었던 밤'
  • 김두영 기자
  • 승인 2009.07.15 01: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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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3일째 '열대야' 지속...후텁지근 바람에 "어휴 더워~"
삼계탕집은 문전성시...늦은 밤 산책명소는 시민들 발길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앉아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를정도로 더웠던 14일, 이날 시민들은 다양한 피서법을 이용해 무더위와 열대야를 보냈다.

제주지역의 최고기온이 33도에 달하는 등 올들어 최고로 더웠던 이날, 높은 습도로 인해 강풍주의보 발효로 더위를 식혀줄로만 알았던 강한 바람마저 따뜻하게 느껴질 정도여서 불쾌지수 역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런 무더위 속에서 시민들은 이열치열의 방법을 이용해 더위를 이겨내거나 시원한 물줄기를 맞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무더위를 극복해냈다.

특히, 이날 야간 최저기온이 25도를 넘기는 열대야현상이 발생, 3일째 이어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밖으로 나와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가족 혹은 친구들과 함께 여름밤을 보내는 모습도 이어졌다.

#. "닭 한마리 먹고 원기회복해야지"

이날 때마침 초복을 맞아 많은 시민들이 더위에 허해진 몸의 원기를 회복하기 위해 보양식을 찾았다. 이로 인해 이날 하루종일 제주시내에서 삼계탕을 판매하는 식당에는 자리가 없어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이날 저녁 취재진이 찾은 한 삼계탕 식당에서도 역시 160석 자리가 마련된 큰 식당임에도 불구하고 빈자리가 없어 손님들이 잠시 기다릴 정도였다.

이 식당을 운영하는 방순이(43, 여)씨는 "점심시간때 2시간 정도 정말 정신이 없을 정도로 바빴다가 이제 또 저녁시간을 맞아 다시 손님들이 몰려오면서 지금은 모두들 정신없이 일하고 있다"며 "이렇게 장사가 잘되는 것은 정말 개점 후 처음"이라며 불평을 하면서도 얼굴에는 미소가 계속 걸려있었다.

식당을 찾은 손님들은 모두들 땀을 한바가지씩 쏟아내면서도 삼계탕을 먹으며 기운이 난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이날 식구들과 함께 이 식당을 찾은 한모 씨(48)는 "오늘이 초복인데 이렇게 닭이라도 한마리 먹고 기운을 내야지"라고 말하며 "오늘같이 더울때는 땀을 너무 많이 흘려서 기운이 쭉 빠지는데 이럴때는 뜨거운 국물을 마시는 것이 오히려 개운하다"며 이열치열로 더위를 이겨낸다고 말했다.

#. "쏟아지는 물줄기만 봐도 시원해요"

해가지고 조금이나마 날씨가 선선해진 저녁무렵 제주시 동문로터리 인근 산지천광장에는 더위를 피해 나온 가족들이 음악분수에서 뿜어져 나오는 시원한 물줄기를 맞으며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음악분수는 바닥에서 바로 분수가 솟아오르게 만들어져 있어 여름철 제주시민들이 즐겨찾는 명소가 되고 있으며, 이날 역시 많은 시민들이 이곳을 찾아 아이들과 함께 분수속에 뛰어들어 바닥에서 솟아오르는 물줄기를 맞거나 친구들, 연인들과 함께 산책을 즐기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날 아이들과 함께 이 분수를 찾은 제주시 일도2동에 거주하는 오민정 씨(36, 여)는 "오늘 하루종일 덥고 바람마져 더운바람이 불면서 많이 짜증스러웠는데 이렇게 밖에 나오니까 좋네요"라며 "이 곳은 물이 많아서 그런지 바람도 선선하고 또, 분수에서 쏟아지는 물줄기만 바라봐도 시원하네요"라며 즐겁게 웃었다.

#. "더워서 잠도 자기 힘들고...밤바다가 보기 좋네요"

시간이 흘러 밤이 깊어졌는데도 집 밖에서 더위를 피하는 사람들은 줄어들지 않았다.

늦은 밤 제주시 탑동광장에는 밤바다를 바라보며 산책을 하거나 친구들과 함께 가벼운 술을 즐기고, 운동을 하는 등  많은 사람들이 나와 열대야를 피해 이 곳을 찾았다.

이로 인해 탑동광장 인근에 위치한 서부두 횟집거리도 불을 밝힌채 계속 손님들을 맞이하는 등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다.

이날 갑자기 불어닥친 강풍주의보로 인해 바다에는 여름철 밤바다를 수놓는 고기잡이 어선들의 불빛들은 볼 수 없었지만 시원하게 펼쳐진 검은 바다에서 불어오는 강한 바람이 열대야를 날려주고 있었다.

이날 부부끼리 산책을 즐기기 위해 나왔다는 김모 씨(36) 부부는 "아이들을 재우고 잠을 청하려 했지만 더워서 잠도 잘 안오고 해서 둘이서 산책도 할겸 밖으로 나왔다"며 "여름밤 이렇게 부부끼리 산책을 하면서 바다를 바라보는 것도 상당히 좋은 것 같다"며 다음에는 아이들과 함께 나와야 겠다고 밝혔다.

탑동광장 인근에 위치한 한 편의점의 주인은 "지난 토요일부터 더위지면서 점차 밤에 탑동광장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이제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8∼9월에는 이 곳을 찾는 사람들로 북적거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전력공사 제주지부는 이날 오후 3시 무더위로 인해 제주지역 최대 전력수요가 55만4000KW를 기록하는 등 지난해 최대전력수요인 55만3000KW를 경신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무더운 날 집안에서 에어콘 등을 이용해 무더위를 피하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이렇게 가족들과 함께 시원한 밤바람을 맞으며 무더위를 잊어보는 것도 좋은 피서방법의 하나가 아닐까? <미디어제주>

<김두영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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