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은재 의원이 지난 8일 주민소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는 정책에 찬반이 있을 수 있는데 제주도민들이 주민소환제의 본래 취지를 왜곡하고 이를 남용했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도지사가 법령을 위반하거나 직권남용, 직무유기 등의 행위에 대해서만 주민소환을 할 수 있도록 하자고 주장했다.

공교롭게도 이 같은 이 의원의 주장은 현재 MB정권이 추진하는 '4대강 살리기'와 맥락이 맞닿아 있다. 다시 말해 대운하 건설이 반발 여론에 가로막히자 이름을 달리 해 반대 여론을 잠재우려 하는 현 정부의 독선적 태도가 닮았다. 정부 정책에 대해선 딴지를 걸지 말라는 것이다.  

세계적 관광지인 제주에 군 기지가 들어서는 것은 서울에 미군기지가 들어선 것과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들이 용산기지를 지날 때마다 왜 서울 한 복판에 군 기지가 있어야 하는가 이의를 제기했다. 결국 미군은 서울을 떠나게 됐다.

또한 제주에 해군기지가 들어서서 주한미군 독극물 한강 방류 사건과 비슷한 환경오염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무엇보다도 해군기지가 들어설 강정마을에 당사자들인 주민들이 극구 반대하고 있는 입장이다.

김태환 제주특별도지사가 정부지원이라는 떡밥을 물고 치적거리 하나를 더 보태기 위해 혈안이 된 것은 아닌지, 이른바 도청 엘리트들은 중앙정부에 영혼을 팔고 제주의 미래와 민주주의를 내팽개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이은재 의원 역시 청와대로 들어가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의 주장에 진정성이 있는지 짚어봐야 하지 않을까. 이명박 대통령, 전국시도지사협의회 등의 지지 발언에 이은 이 의원의 이번 발의는 촛불집회 이후 꺼지지 않는 반한나라당 정서를 싹부터 자른다는 의도가 개입된 것으로 보여진다. 

테스트 베드라는 숙명을 가지는 제주로서 또 다시 희생양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미 과거 4.3 사건을 통해 그 아픔을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김 지사를 비롯한 도청 엘리트들과 강정마을 주민들 사이 간극은 크다. 오히려 힘 없는 강정주민들을 향해 대통령이 "바람직 하지 않다"고 못을 박고 전국 시도지사들이 "우려된다"고 공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강정마을 주민들이 설 공간은 넓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나중에 해군기지가 들어서게 될 경우 어업피해 보상 및 토지 보상에서 후순위로 밀려난 사람들이 사실상의 차별을 당할 가능성도 예상해 볼 수 있다. 

게다가 새로이 지역의 터줏대감으로 자리잡게 될 해군기지 측 낯선 인물들의 등장에 시골마을 사람들은 긴장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이 강정마을 주민들 위에 군림할 것이란 예상도 가능하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강정마을 주민들은 벌써부터 정신적인 고통 상태에 있을 지 모른다.

강정마을 주민들의 의견은 국회의원도, 대통령도 막아서도 안 되고 막을 수도 없다. 시대를 역행하는 지도자의 리더십의 위기는 필요충분조건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의 위기를 부르는 지도자를 제3자들은 독재자라 일컬어 왔다. 더이상 강정마을 주민들을 투사로 만들지 말았으면 한다.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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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종일 시민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