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8 00:55 (일)
학교장이 마음 먹었다고, '사교육' 없어질까?
학교장이 마음 먹었다고, '사교육' 없어질까?
  • 윤철수 기자
  • 승인 2009.07.07 18:33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해설]'사교육 없는 학교' 시범운영의 현실과 과제

교육과학기술부가 사교육비 경감대책의 하나로 추진하는 '사교육 없는 학교'에 전국 457개 학교가 지정됐다. 제주에서도 도남초등학교를 비롯해 7개 학교가 지정됐다.

이번 '사교육없는 학교' 지정은 사교육비를 크게 줄인다는 목표아래 추진되고 있다. 제주도교육청은 사교육 없는 학교 운영으로 사교육비를 1차년도인 올해 20%, 2차년도 40% , 3차년도 50% 정도 줄인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의 성과여부는 아직 단정하기 이르다. 역대 정권에서 사교육비 문제는 언제나 '뜨거운 감자'였지만, 지금까지 번번히 실패했다. 외형적으로 드러난 취지는 그럴듯 하지만, 이의 가시적 성과를 보듬어안기 위해서는 그 과제 또한 산적한 실정이다.

△사교육없는 학교, 어떻게 선정됐나?

사교육 성행 지역과 사교육 수요가 있는 도시 저소득층 밀집지역, 농산어촌 등 소외지역에 있는 학교들을 주로 선정했다는 것이 교육부의 설명이다.

제주의 선정기준은 교과부의 방침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제주도교육청은 정규 교육과정과 방과후학교 등 사교육 대체 프로그램의 효율성, 학교장의 사교육비 경감에 대한 의지가 강한 학교를 중심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평가기준에 의해 제주에서는 도남초를 비롯해 조천중, 오현고, 중앙여고, 신성여고, 서귀고, 한림고 등 7개교가 선정됐다.

△앞으로 어떻게 운영되나?

사교육 없는 학교로 지정되면 특화된 정규 교육 프로그램, 수준별 수업, 질 높은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면서 실제 재학생들이 학원이나 과외 등 사교육을 끊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각 학교에는 올해 평균 1억3000만원씩 향후 3년간 전국적으로 총 600억원의 정부 예산이 지원된다.

시.도별 예산은 학급수와 시도교육청의 운영계획, 학교 프로그램의 우수성 등을 고려해 차등 배분되고, 학교별로도 학급 규모와 사업 내용에 따라 5000만원에서 최고 2억원까지 차등 지원된다.

지원금은 학교의 특성에 따라 자율적으로 교육시설 확충과 학생 학습 지원, 교육 프로그램 개발, 교원 인센티브, 보조강사 및 행정전담 직원 채용 등에 사용된다.

제주도교육청은 '사교육없는 학교'로 선정된 학교는 선정 직후 학생.학부모와 교직원 설문을 통해 사교육비 지출 실태를 조사하고, 매해 두 차례 운영 성과를 평가한다고 밝혔다. 평가 결과, 사업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학교에 대해서는 컨설팅 등을 통해 개선하고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경우에는 지원을 중단할 계획이다.

△우려되는 목소리, 가시적 성과 낼 수 있을까?

그런데 문제는 '사교육없는 학교'가 운영되면, 실제 '사교육'이 줄어들까 하는 점이다. 이에 대해서 많은 학부모들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이번 '사교육없는 학교'에 선정된 학교에서 앞으로 어떻게 운영할 계획인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육지부 일부 학교들의 사례를 보면 방과후 프로그램 운영 혹은 동아리 활동 등의 내용으로 짜여져 있다. 운영 프로그램이나 동아리의 유형도 다양화시켜 많은 학생들이 참여시킨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당장 우려되는 점을 짚어본다면, 우선 '학부모'와의 충분한 논의없이 마련된 이 '사교육없는 학교'가 얼마나 실효를 거둘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더구나 제주에서는 이 학교운영 계획서가 아직까지도 도민사회에 공개되지 않고 있다. 다음주 중 회의를 거쳐 이의 내용을 공개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거꾸로 말해 이번 학교운영계획이 교직원과 학생, 그리고 학부모가 함께 참여한 가운데 공론화를 거쳐 마련했다기 보다는 '학교장의 의지'만 잔뜩 담겨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사교육 문제는 학교가 지시했다고 풀릴 문제가 아니다. 물론 일부 학부모단체 임원들이 동의했다고 해서 될 문제도 아니다. 많은 학부모의 전폭적인 동의와 참여가 전제되어야 할 문제다.

두번째, 현 입시위주의 중등교육 시스템이 그대로 존치되는 가운데, '사교육'을 받지 말자고 호소하는 것이 과연 어느정도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까 하는 문제다.

세번째는 이 사교육없는 학교의 운영 취지가 다소 애매모호하게 흘러가면서 마치 학원의 대안으로 학과 방과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것처럼 비춰지고 있다는 점이다. 입시위주의 교육시스템을 아예 전체적인 틀을 바꿔, 우리 학생들이 마음껏 자기열정을 발산하도록 하는 방향도 아니다. '인간화 교육'으로 나아가겠다는 것도 아니다.

육지부의 일부 학교의 운영계획을 보면 '학원'과 같은 수준의 방과후 수업을 하겠다는 학교도 있다. 이러한 점 때문에 벌써부터 '학교의 학원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결국 이번 '사교육없는 학교' 운영은 대상학교를 선정해서 일정정도의 운영비를 지원해준다고 해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정말 제대로 된 '사교육 없는 학교'를 만들 심산이라면 입시위주의 교육시스템의 틀부터 바꿔야 한다. 또한 이 과정에서 학부모 등과의 공감대 형성이 매우 중요하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지시라고 해서, 맹목적으로 이의 정책을 받아안으려 하다보면 '요식'으로 엇나갈 소지가 크다고 지적한다. 제주 실정에 맞게, 정말 이 정책이 잘 구현되기 위해 공교육 강화를 위한 전반적인 교육환경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사교육 없는 학교' 운영. 정말 잘 될지, 600억원이란 막대한 예산만 소진하고 흐지부지 끝날지, 이번 시책을 바라보는 우려의 시각은 결코 적지 않다. <미디어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학교는학교학원은학원 2009-07-08 09:07:36
어떤대안을 내놓아도 입시제도가 바뀌지 않는한 공교육은 사교육을 따라잡을수없습니다. 학교끼리의 경쟁이 돈을내고 다니는 학원만큼 상호 경쟁이 치열할까요? 학원만큼 과연 학교가 "가르치는데만" 시간을 투자할 수 있을까요? 학교는 아이들이 올바른 인성과 책임감으로 정말 밝은 미래를 바라볼수있는 인성교육에 힘쓰셔야된다고 생각합니다. 학원은 학원 나름대로 필요한 교육을 열심히 해주시고요

소백영 2009-07-07 19:42:46
정규수업중에는 어렵지만 정부지원 받아서... 그리고 중등교육은 무상의무교육인데..
각 학생들 가정의 학부모에게 별도의 교육비를 받아가면서...
학원교육은 주입식교육이라며 그렇게 손가락질 해 되더니...
학교를 사설 학원화해 보시겠다...
사설학원에 근무하고 있는 많은 인력의 실업사태가 심각할 수도 있을것 같은데...
그에 대한 일자리 창출도 생각하고 계실 것으로 믿어도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