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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나의 첫 제자, 하늘이의 명복을 빌며..."
"사랑하는 나의 첫 제자, 하늘이의 명복을 빌며..."
  • 좌보람 기자
  • 승인 2009.06.18 1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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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욱 교사의 가슴아픈 애도 편지 '감동'

"하늘이는 나의 첫 제자, 나는 하늘이의 마지막 선생님이다. 이 묘한 인연을 나는 잊지 않고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지난 6일 현충일에 태극기를 게양하다 추락해 목숨을 다한 이하늘양의 담임교사가 하늘양에게 보내는 애도의 글을 써 가슴을 찡하게 한다.

올해 처음으로 교단에 선 김민욱 교사에게 하늘양은 첫 제자이면서도 유난히 친구들과 선생님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3학년 1반의 반장이었다.

반장이 돼 너무 기분이 좋지만, 친구들에게 특별히 잘 해주고 싶은데 마음 먹은 대로 잘 안된다고 선생님에게 속내를 털어놓았던 하늘이.

그러면서 김 교사와 하늘이의 짧지만 소중한 인연이 시작됐다. 글 솜씨도 뛰어난 하늘이는 매일 일기를 한 장 가득 썼고, 그 일기는 새내기 김 교사에게 아이들을 가르치는 보람과 자부심까지 줄 정도였다.

그 사고가 있기 전까지는. 지난 6일 김 교사는 너무나 충격적이고 가슴 아픈 소식을 들었다. 나라를 지킨 분들을 위해 아파트에서 태극기를 달던 하늘이에게 사고가 났다는 것이다.

평소 배운데로 하는 하늘이. 이날도 현충일을 맞아 삼일절과 마찬가지로 태극기를 스스로 달았던 모양이다.

김 교사는 "애꿎은 바람만 아니었어도 하늘이에게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텐테...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을 추모하는 현충일, 바람만 그렇게 불지 않았어도, 밀려드는 안타까움은 이 글을 쓰는 내내 가슴을 저리게 만든다"라며 하늘이를 잃은 슬픔을 표했다.

그러면서 "하늘양을 보내고 싶지 않은 만큼 그의 죽음이 헛되지 않길 바란다"며 작은 소망을 간절히 빌어본다.

 "하늘아, 하늘아 가만히 내 작은 친구의 이름을 불러보면서 하늘이의 명복을 빈다." 

2009년 3월 2일, 설레는 마음으로 내가 교직에 첫발을 내딛는 날, 너무나도 귀엽고 사랑스러운 나의 첫 제자들, 그 중에서도 하늘이는 예쁘게 머리를 묶고 고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평소 아이들에게는 물론 선생님들에게도 사랑을 받았던 하늘이는 3학년이 되어서도 1반의 반장이 되었다. 반장이 되어 너무 기분이 좋지만, 친구들에게 특별히 잘 해주고 싶은 데, 마음먹은 대로 잘 안된다고 속내를 털어놓던 하늘이….

그 후부터 나와 하늘이와의 짧지만 소중한 만남이 시작되었다. 글 솜씨도 뛰어난 하늘이는 매일 일기를 한 장 가득 써왔다. 하늘이 일기는 새내기 교사인 내게 가르치는 보람과 자부심까지 줄 정도였다, 그 사고가 있기 전까지는.

2009년 6월 6일 오후, 너무나 충격적이고 가슴 아픈 소식이 들려왔다. 나라를 지킨 임들을 위해 아파트에서 태극기를 달다가 사고가 났다고 했다. 평소 배운 데로 하는 하늘이의 태도를 아는 난 순간 생각했다, 조기를 달기 위해 바람이 부는 아파트 베란다에서 혼자 애쓰다 그만,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하늘이의 죽음을 누군가에게 알리고 승화할 수만 있다면…,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픔이 내 가슴을 파고들었고, 그동안의 기억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하늘이가 발표하는 모습, 아이들과 뛰어노는 모습, “선생님!” 하면서 환하게 웃는 모습, 터질 것 같은 심장과 함께 하늘이와의 기억은 나를 망연자실하게 만들었다.

의식이 깨어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난 장례식장에 있었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울음소리는 하늘이가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을 다시금 실감하게 하였다. 하늘이를 하늘나라로 보내기 위해 화장터인 ‘양지공원’에 하늘이 친구들과 함께 갔다. 그리고 한줌의 재가 되어 우리 앞에 나타났을 때 나는 다시 오열하고 전율하였다. 도저히 믿을 수가 없는 현실을 받아드려야 하지만 그 현실을 받아드리기에는 나 또한 너무나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것 같고, 세상을 잘 모르는 것 같아 힘이 들었다. 그저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며 하늘이에게 미안하고 하늘이의 생전 웃는 얼굴이 앞을 가렸다. 그러나 하늘이를 보내고 싶지 않은 만큼 하늘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를 빌고 또 빌었다.

하늘이는 정말 다재다능한 우리 반의 별이었다. 언제 어디에나 빛나는 아이였고 사랑받는 아이였다. 피아노와 벨리, 바둑을 배웠던 하늘이, 배우는 모든 것들을 열심히 하였으며, 매번 대회에 참여해서는 상을 받아오곤 하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벨리공연에 나를 초대했었는데 그 곳에 못 가본 것이 너무나 가슴 아프다. 학교생활 역시 으뜸이었던 아이였다. 뭐든지 너무나 잘해서 빠짐없이 상을 받는 아이였고, 수업시간에는 모범적인 학생으로, 학급의 리더역할을 충분히 다하던 아이였다.

일상생활에서도 배운 데로 하려는 하늘이여서 그런지, 지난 현충일을 맞아 삼일절인 지난 3월 1일과 마찬가지로 태극기를 스스로 달았다. 애꿎은 바람만 아니었어도 하늘이에게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을 추모하는 현충일, 바람만 그렇게 불지 않았어도, 밀려드는 안타까움은 이 글을 쓰는 내내 가슴을 저리게 만든다.

지금 교실에 있는 하늘이의 빈자리는 다시금 하늘이 생각에 잠기게 한다. 국경일에는 집집마나 가득 걸려있는 태극기를 보면서 좋아하던 하늘이, 이제 우리들과 같이 그 모습을 볼 수는 없겠지만 부디 하늘에서나마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한다. 우리의 작은 별, 하늘이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할 수만 있다면 하고 바랄 뿐이다.

나에게 하늘이는 첫 제자이지만 하늘이에게 나는 마지막 선생님이다. 이 묘한 인연을 나는 잊지 않고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하늘아, 하늘아’ 가만히 내 작은 친구의 이름을 불러보면서 하늘이의 명복을 빈다.

2009. 6. 17.
외도초등학교 교사 김 민 욱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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